“택시 앱에 QR 결제까지”…러시아, 우크라 침공 후 되살아난 북한경제

황수영 기자2026-06-09 13: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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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북한 평양의 한 거리에 북한과 중국 국기가 걸려 있다. 북한은 이날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해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과 중국과의 교역 회복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평양에서는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과 QR코드 결제 등 과거와 다른 풍경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WSJ는 7일(현지시간) 북한을 직접 방문한 외국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평양의 변화를 소개했다.

호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로완 비어드는 북한을 100차례 넘게 방문한 인물이다. 그는 김정은 정권 아래에서 평양에서 택시를 잡으려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익숙했지만, 수년 만에 다시 방문한 평양에서는 불과 몇 분 만에 택시가 도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북한인 통역사가 스마트폰으로 ‘삼흥’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자 우버와 유사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통해 택시를 부를 수 있었다. 애플리케이션에서는 택시의 위치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평양의 식당에서는 화덕 피자와 치킨윙을 판매하고 있으며, 모바일 QR코드 결제도 가능했다. 중국산 전기차들이 거리를 달리고, 반려동물 가게와 인터넷 게임 카페, BMW 차량을 판매하는 자동차 대리점도 새로 등장했다.

영국인 콘텐츠 제작자 조지 데베들라카는 2025년 4월 평양국제마라톤 참가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당시 많은 북한 주민이 스마트폰으로 경기 참가자들을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북한 전문 여행사 대표 로완 비어드가 직접 촬영한 평양의 모습. 왼쪽은 야간에도 건물과 도로의 불빛이 밝게 켜진 평양 시내, 스마트폰으로 QR코드 결제를 하는 모습. (사진=로완 비어드 SNS 갈무리)



북한 경제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경을 전면 봉쇄하면서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족으로 탄광 생산이 중단됐고, 식용유와 설탕 등 기본 식료품조차 상점 진열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북한 경제가 반전되기 시작했다고 WSJ는 평가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하고 병력을 파견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여름부터 지난해 말까지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해 100억 달러(약 14조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270억 달러(약 37조8000억 원)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중국과의 교역 회복도 북한 경제 성장에 힘을 보탰다. 북중 월간 교역액은 최근 8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북한에서 확산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전자기기 등도 중국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은 북한 경제가 2024년 전년 대비 3.7%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최근 8년 사이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수십 년 동안 북한 경제를 연구해온 스테판 해거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는 북한의 경제력이 김정은 집권 약 15년 만에 가장 강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해거드 교수는 김 위원장에게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정도로 가난한 나라가 이룬 성과로서는 믿기 어려울 만큼 놀랍다”고 말했다.

● 평양 밖은 여전히 빈곤

다만 WSJ는 평양을 제외한 북한 대부분 지역은 여전히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2600만 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외부 보고서와 위성사진 등을 종합하면 경제 회복이 단순한 선전만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전했다. 북한의 석유 저장시설에서 선박 활동이 증가하고 주차장 차량 수가 늘었으며, 야간 조명도 5년 전보다 약 3배 밝아지는 등 경제 활동 확대를 시사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