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기획 강영선 / 연출 김명엽, 황윤상, 변다희)는 ‘호로록! 식객로드’ 특집으로 허영만, 최자, 이국주, 박은영이 출연해 개성 넘치는 먹방 철학과 현실형 식객 토크를 펼치며 수요일 밤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10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수요 예능 최강자 자리를 지켰다. ‘최고의 1분’은 이국주가 만든 즉석 ‘가루 채소 무침’을 함께 먹는 장면으로, 허영만이 “맛있네”라고 평가하는 순간이 수도권 가구 기준 3.5%를 기록하며 최고의 순간을 장식했다.
만화계의 거장 허영만은 이날 방송에서 진정한 ‘식객’다운 입담과 철학을 드러냈다. ‘백반기행’ 촬영 비하인드부터 만화 원작 영화의 러닝 개런티 계약까지, 52년차 만화가로서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며 MC들과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백반기행’에 출연했던 손석구의 그림 실력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그린 사람 중 최고”라며 극찬했다. “내 앞에서 잘 그린다고 하기에 직접 그리라고 했다. 대학도 미대를 다녔다고 하더라”며 “사람 참 선하다. 이후 연극 무대에도 가봤다”라며 깊은 인상을 드러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장면은 이말년을 향한 냉철한 평가였다. 허영만은 “이말년은 처음엔 잘했지만, 점점 퇴보했다”며 “피카소도 초기엔 사실주의였지만 점점 추상화로 갔다. 이말년은 그렇게 바뀔 여지도 없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좋아했던 사람이 망가진 것 같아 화가 났다”라며 “술 한잔 하자”며 영상편지를 남겨 진심을 드러냈다.
또한 허영만은 새로운 작품 활동 계획도 전했다. “5년 전부터 준비한 작품이 있다. SNS에 익명으로 연재할 예정이며, 원고료도 안 받고 문하생 없이 혼자 그릴 것”이라며 “새로운 화풍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객으로서뿐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열정과 철학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최자는 “먹는 거로 돈을 받으면 안 된다”라며 고깃집에서 3억 원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한 경험을 전했다.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식당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라며 음식 협찬 역시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술이나 음료는 가능하지만, 음식만큼은 진정성을 지키고 싶다는 원칙이 모두의 공감을 자아냈다.
가수 성시경과의 먹방 라이벌 구도도 공개됐다. 최자는 “막국숫집을 공들여 섭외하려 했는데, 성시경 프로그램에 먼저 나왔다”라며 “너무 속상해서 두 달 동안 막국수 못 먹었다”라고 토로했다. “시경이 형은 내가 찾은 성지를 빼앗아 간 느낌이었다”며 진심 어린 웃음을 유발했다.
이날 최자는 미식 콘텐츠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백은 패널들의 공감을 끌어냈고, ‘최자로드’가 왜 많은 팬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다시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이국주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현실 생존 식객’으로 변신한 근황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도쿄 거주설로 불거진 ‘이민설’ 해명부터 월 130만 원 원룸에서의 자취 생활, 짠내 나는 현실 스토리까지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한국에서 일이 많이 줄고 고정도 없어져 일본에 집을 구했다”라며 “호텔 숙박비 아끼려고 시작했는데 영상 반응이 좋아 인급동에도 올랐다”라고 전했다. 현재는 한 달에 열흘 정도 일본에 머물며 9평짜리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과거 다이나믹듀오 회사 건물의 건물주였다는 비하인드도 공개됐다. 최자는 “우리 스튜디오가 국주 누나 건물 2층에 있었다”라며 인연을 밝혔고, 이국주는 “돈 쓰는 스타일이라 돈이 생기면 집에 묶어둔다”라며 솔직한 자산 관리법도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중식 셰프 박은영은 이날 방송에서 일란성 쌍둥이 언니와의 비하인드부터 정지선 셰프와 얽힌 평행이론, 이이경과의 썸 해명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냈다.
박은영은 “쌍둥이 언니가 내가 홍콩에 있는 동안 제 행세를 하고 다닌다”라며 “사진 찍어달라고 하면 ‘내가 박은영 셰프 아니다’라고 해도 찍자고 한다더라. 연예인 병이 있다”라고 폭로했다. 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김구라는 “언니가 더 예쁘다”라고 말했고, 박은영은 “그날따라 언니가 유독 신경 썼다”라고 발끈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지선 셰프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같은 대학, 같은 일터, 같은 스승 아래서 일했는데, 요리 대결 프로그램마다 늘 마주친다”라며 ‘흑백요리사’에서 대결을 펼쳤던 얘기를 꺼냈다. 이어 “서바이벌 프로그램마다 늘 붙는 사이라 이제는 거의 운명처럼 느껴진다”며 평행이론에 웃음을 보였다.
최근 예능에서 화제가 된 이이경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박은영은 “이상형이라고 한 뒤 주변에서 너무 엮으니까 부담스러울 정도였다”라며 “썸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실제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구라가 “홍콩에 있을 때 언니가 이이경 여자 친구라고 하고 다닌 것 아니냐”라고 묻자, 그는 “언니는 그냥 웃고 넘어간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은 홍콩에서 활동 중이지만, 조만간 한국에서도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이제는 언니보다 내가 더 활발히 나설 것”이라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예능감과 셰프로서의 진중함을 모두 보여준 박은영의 활약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윤나 동아닷컴 기자 yyynn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