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재정 압박이 심화된 러시아가 금 보유고를 대거 처분하고 나섰다. 서방의 금융 제재로 외화보유고가 묶인 상황에서 유동성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원인으로 중동 정세와 더불어 러시아발 공급 물량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 시각) 모스크바타임스가 인용한 세계금협회(WGC)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1~2월 두 달 동안 총 15t의 금을 매각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감소 폭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러시아는 1월에 30만 온스, 2월엔 20만 온스를 시장에 내놨다. 현재 러시아의 총 금 보유량은 7430만 온스까지 줄어들었으며, 이는 전쟁 초기인 2022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뉴시스
● 글로벌 추세와 반대로 금 매각…유동성 자금 확보 나서
러시아의 이 같은 대규모 처분은 최근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을 사 모으던 각국 중앙은행들의 행보와는 정반대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번 조치는) 위안화를 보존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면서 “서방 제재로 3000억 달러의 해외 자산이 동결된 상황에서, 위안화는 시장 개입에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외화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매각분을 반영하더라도 러시아의 예산 부족은 메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1월 매각으로 확보한 예산이 약 1200억 루블(약 14억 600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이는 전체 예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러시아 외화보유액의 규모는 약 8090억 달러로, 금 비중은 약 47%에 달한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