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에 묶인 이란산 원유 1억4000만 배럴 유가 급등하자 내달까지 30일간 일시 해제 美재무 ‘주짓수 전략’ 주장에도 실효성 의문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구 전경.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치솟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유예 조치로 이란은 최대 140억 달러(약 21조 원)에 달하는 예기치 못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게티이미지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해상에 묶여 있던 이란산 원유 약 1억4000만 배럴에 대해 제재를 일시 해제했다. 적용 기간은 3월 20일부터 4월 19일까지 30일이며,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 판매가 허용됐다. 다만 북한·쿠바·러시아 점유 우크라이나 지역은 예외로 남겨졌다.
현재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해당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이란은 최대 140억 달러(약 21조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제재 완화가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수익 창출이 가능한 환경을 열어준 셈이다.
● 왜 지금 제재를 풀었나…유가 2.94→3.95달러 급등
미국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급등한 유가가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갤런당 2.94달러에서 3.95달러로 상승하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기름값은 표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또 “이 석유가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등으로 흘러갈 경우 재무부가 자금 흐름을 훨씬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해당 계좌를 차단할 수 있다”며 거래를 공식 시장으로 끌어낼수록 통제 수단이 강화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란의 ‘그림자 유통망’을 흔들겠다는 구상이다.
● “아킬레스건 드러냈다”…전문가들 회의론
그러나 이러한 구상이 실제로 작동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재 완화가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지, 오히려 전쟁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을 활용해 이란이 더 큰 이익을 얻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을지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치에는 자금 흐름을 제한하는 장치나 결제 경로에 대한 명확한 통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도 이번 조치에는 자금을 묶어둘 에스크로 장치나 결제 경로 제한이 명확하지 않아, 수익이 곧바로 이란 당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제공한 4억 달러를 ‘현금 팔레트’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최대 140억 달러 규모의 수익 창출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단순 비교만으로도 약 3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정책 모순 논란이 커지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제재 완화 자체가 이미 이란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가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충돌하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