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장 지하 주차장에서 손수 부케를 만드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출처=스레드 @choimintwo 갈무리)
● 결혼식 직전까지 양복 아닌 작업복 차림
12일 스레드(Threads)에는 ‘아빠가 만들어 준 부케’라는 제목의 사연이 공유됐다. 사연을 올린 A 씨는 경기도 성남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충북 제천에 사는 아버지는 오래전 꽃집을 운영하던 감각을 살려 딸의 부케를 직접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한가지 고민에 빠졌다. 제천에서 성남까지 이동하는 동안 꽃이 시들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결국 그는 생화와 손질 도구를 차에 가득 싣고 예식장을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지하주차장 한쪽에 자리잡고 즉석에서 부케 제작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양복이 아닌 작업복 차림으로 주차장 바닥에 앉아 정성스럽게 꽃을 다듬었다. 그렇게 공을 들인 끝에 하얀 난초와 초록 잎이 조화를 이룬 부케를 완성했다.
출처=스레드 @choimintwo 갈무리
● 뒤늦게 아버지 사진 보고 눈물
A 씨는 아버지가 손수 만든 하나밖에 없는 부케를 들고 예식을 올렸다. 신랑의 양복 깃에 꽂힌 부토니에(신랑 정장 좌측 상단에 꽂는 꽃)도 모두 아버지의 손에서 탄생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뒤늦게 사진 속 아버지의 모습을 본 A 씨는 “(아버지가) 부케가 조금이라도 생기를 잃을까 봐 싱싱한 꽃과 도구를 바리바리 챙기고, 더러워져도 되는 옷을 입고 오셨다”면서 “늦을까 봐 조급해하시며 부케를 만드셨다”며 감격했다.
그러면서 “그 곁에 언니, 형부, 조카, 동생의 남자친구까지 철푸덕 둘러앉아 함께 있었다. 결혼식 중엔 눈물이 안 났는데, 사진을 보고 나서야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출처=스레드 @choimintwo 갈무리
● “내 딸이 가장 예뻤으면”…누리꾼들 울린 진심
76세 아버지의 정성은 누리꾼들의 마음을 울렸다. “아빠의 사랑이 느껴져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전문가보다 더 잘 만드신다” 등 찬사가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이 날만큼은 내 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길 바랐을 것”이라 표현해 감동을 배로 키웠다.
이 글이 화제가 되자 A 씨는 “아버지는 30년 전에 꽃집을 운영하셨다”며 “진심 어린 칭찬의 댓글을 꼭 보여드리겠다. 부모님의 소소한 일상에 큰 활력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