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승리호’ 한국형 SF, 시작은 창대하나 모호함의 경계 (리뷰)

함나얀 기자2021-02-05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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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240억을 실은 한국형 SF ‘승리호’가 출범했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영화 속 공간은 크게 우주, 지구, 화성의 UTS로 나뉜다. 이미 환경오염으로 병들대로 병들어버린 지구에 비추어봤을 때 UTS는 일종의 유토피아적 공간이다. 즉 기술은 발달했지만 빈부 격차와 생활수준은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두 공간의 대비를 통해 극명하게 나타낸다.


딸을 찾기 위해 뭐든 하는 김태호(송중기 분), 우주 해적단 출신 선장 장선장(김태리 분), 마약 갱단 두목 출신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분), 꿈꾸는 작살로봇 업동이(유해진 분)는 승리호에 올라 우주쓰레기를 청소한다.

이러한 승리호를 움직이는 표면적인 동력은 생계다. 선원들은 우주의 고물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 승리호의 시동을 건다. 하지만 이면에는 각자의 사연이 담겼다. 김태호의 여정은 딸 순이로부터 시작된다. 딸을 잃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돈이다. 흉악 범죄자 타이거 박은 정체를 숨기기 위해, 장선장은 UTS의 몰락을, 업동이는 새 삶을 꿈꾸며 승리호에 올랐다.

여느 SF와의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로봇의 젠더감수성을 꼽겠다. 예상치 못한 로봇의 성정체성을 알아차린 순간 그 재기발랄함에 웃음이 나온다. 또 타이거 박의 여린 감수성도 재미에 한 몫을 더한다. 타이거 박이 인간형 로봇 도로시에게 연민과 보호본능을 느끼며 서툴게 애정을 표현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네 사람의 연결고리가 다소 헐겁다. 특히 극을 주도하는 송중기의 서사가 관객(시청자)을 납득시킬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개성 넘치는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의 스토리에 궁금증이 쏠린다.


SF 장르는 공상 과학적인 장소와 상황에서 기술의 발전을 다루며 그 과정에서 인물의 본성과 선택, 갈등을 철학적으로 담아낸다. 관객 역시 그 설정에 동화돼 함께 고민하는 매력이 있는 장르다. 하지만 ‘승리호’가 끝난 뒤 그 고민의 여운은 깊지 않아 아쉬움이 든다.

‘승리호’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강약중강약’이다. 영화 초반 CG로 그려낸 미래 공간은 압도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취소가 된 사태에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다. 하지만 CG 제작에 너무 공을 들인 탓일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힘이 빠진다. 그러다가 다시 눈을 사로잡는 가상의 공간들이 등장하지만 이내 ‘그럼 그렇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승리호’를 재미없는 작품, 무의미한 작품으로는 볼 수 없다. 먼저 ‘승리호’는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다. 이런 점에서 그래픽의 규모와 완성도는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 조성희 감독은 ‘승리호’의 차별점으로 “초능력 수트를 입은 히어로가 아닌 한국의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것”을 꼽았다. 선원들은 우주선에서 된장찌개를 끓여먹고, 화투를 치며 시간을 보낸다. 또 로봇형 인간의 사교육을 걱정한다. 이렇게 ‘승리호’에 담긴 한국적인 정서를 찾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승리호’는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