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신드롬…대한민국을 삼킨 ‘훈아형!’
유지혜 기자yjh0304@donga.com2020-10-05 06:57:00
가수 나훈아. 사진제공|KBS
1966년 데뷔해 54년의 세월 속에서 이제 ‘가황’으로 불리는 가수 나훈아가 추석 연휴 세상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흔셋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적인 자태, 지치거나 물러서지 않는 강건함으로 화려하고 강렬한 절창의 무대를 꾸며낸 힘이다.
그가 추석 연휴 기간인 9월30일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대한민국 어게인’을 통해 한 편의 잘 짜인 공연을 선보였다. 30일 공연 실황은 29%(이하 닐슨코리아)에 이어 관련 뒷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포함된 3일 ‘스페셜’ 편은 18.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로 입증한 폭발적인 영향력은 TV를 넘어 곧장 온라인상으로까지 퍼져갔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1020세대 등 다양한 연령층이 나훈아의 노래를 찾아 들으며 열광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를 나훈아의 새로운 무대에 벌써 높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중장년층→젊은 세대까지 ‘나훈아 열광’
나훈아는 ‘대한민국 어게인’을 통해 화려한 콘서트 현장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는 2시간 30분 동안 무대를 지키며 모두 28곡의 노래를 불렀다. 무대 위에서 의상을 빠르게 갈아입기까지 했다. 실제 크기의 모형 배와 기차를 무대에 동원하고,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화면을 이용해 바다에 뛰어들거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는 장면 등 거대한 스케일의 무대를 실감나게 펼쳐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폭파하는 화면 연출은 그중 압권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이 같은 스케일과 ‘가황’다운 절창의 목소리는 “이번 방송으로 나훈아 무대를 처음 접했다”는 10~30대 시선까지 다잡는 데 성공했다. 공연 실황이 방송되는 내내 각종 음원 사이트 검색 차트에는 나훈아와 그의 노래들이 톱5에 이름을 올렸다. SNS 플랫폼인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에도 ‘나훈아 콘서트’가 1위에 랭크됐다. 4일 현재까지 유튜브 인기 영상 차트에 나훈아의 과거 무대 모음 영상이 오를 만큼 열기는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인생에 관해 묻는 내용을 담은 노래 ‘테스 형!’은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밈’(SNS 등에서 패러디물 등으로 유행하는 장면이나 말)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랫말인 “아, 테스 형!/세상이 왜 이래”가 새로운 유행어로 번져가고 있기도 하다.
가수 나훈아. 사진제공|예아라 예소리
‘다시보기’ 못 보니 “콘서트는 언제?” 관심 증폭
KBS는 이번 공연 실황에 대한 다시보기 서비스와 재방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영상이 아닌 콘서트 무대로 관객과 소통하기를 고집해온 나훈아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시선이 크다. 방송이 인기를 모으자 급기야 중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영상이 올라오는 등 불법 유통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변수는 코로나19다. 감염병 확산 사태가 잦아들지 않으면 오프라인 콘서트를 열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대한민국 어게인’도 6월 기획 당시 대규모 야외공연장에서 펼칠 예정이었지만 8월 이후 감염병이 다시 유행하면서 급하게 언택트 공연으로 바꿨다. 다만 가능성에만 기대지 않고 이번에 과시한 열정적 무대처럼, 또 그 스스로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 끌고 가야 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간다”고 밝힌 것처럼 새로운 작업을 이어가려는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수 나훈아. 사진제공|예아라 예소리
나훈아 말말말!
○ “왕이나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라를 누가 지켰나하면 바로 국민 여러분들이다.”
○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에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간다.”
○ “신비주의라니? 가당치 않다. 11년 동안 여러분 곁을 떠나서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잠적했다 하고 은둔생활 한다고 하고 별의별 소리를 다 한다. 이제는 뇌경색에 말도 어눌하게 하고 걸음도 잘 못 걷는다고 하니까 내가 똑바로 걸어 다니는 게 미안해 죽겠다.”
○ “이제 저는 내려와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내려와야 할지 그 시간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