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텅 비었다…美 펩시 나르는 무인 트럭 41대

최현정 기자phoebe@donga.com2026-06-09 16:21:01

운전자 없이 주행 중인 가틱 무인 화물트럭 내부 모습. 운전석은 비어 있으며 차량은 센서와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기반으로 스스로 주행한다. Gatik 유튜브 채널 캡처
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펩시는 애리조나주에서 35대, 텍사스주에서 5대, 아칸소주에서 1대 등 총 41대의 무인 트럭을 운영 중이다. 이들 차량은 유통센터와 월마트, 달러제너럴 등 매장을 오가며 도리토스와 치토스, 게토레이 등 제품을 배송한다.
겉모습은 일반 화물트럭과 다르지 않지만 운전석에는 사람이 없다. 차량에는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LiDAR) 등 각종 센서가 장착돼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주행한다.
펩시는 자율주행 기술 기업 가틱(Gatik)과 협력해 2022년부터 기술을 개발해 왔다. 초기에는 모든 차량에 안전 요원이 함께 탑승했지만 2025년 6월부터 완전 무인 운행을 시작했다. 회사 측은 현재까지 공공도로에서 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짐 패럴 펩시 공급망 담당 수석부사장은 “현재 운영 중인 자율주행 트럭은 실험용이 아니라 실제 물류망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이미 여러 지역에서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 트럭은 반복 운행이 많은 단거리 노선에서 특히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게토레이 생산시설과 물류창고를 오가는 약 22㎞ 구간처럼 동일한 경로를 계속 운행할수록 시스템이 데이터를 축적해 성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펩시는 날씨와 교통 등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를 제외하면 자율주행 트럭의 정시 도착률이 99%에 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가틱(Gatik)의 무인 화물트럭이 공공도로에서 실제 물류 운송을 수행하고 있다. 펩시코는 현재 미국에서 총 41대의 무인 트럭을 운영 중이다. Gatik 유튜브 채널 캡처
● AI가 운전 대신…기사들은 영업 업무로
현재 펩시는 미국에서 수천 명의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무인 트럭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는 노동조합에 소속돼 있다. 관련 노조는 상업용 자율주행 차량에도 반드시 사람이 탑승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펩시는 무인 트럭 도입으로 운전기사들이 운전에 쓰던 시간을 줄이고, 매장 점주를 만나 신제품과 프로모션을 소개하는 등 영업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럭이 매장에 도착하면 별도 직원이 현장에서 하역 작업을 맡는다.
패럴 부사장은 매장이 붐비고 진열대를 더 자주 채워야 하는 명절 기간에는 자율주행 트럭을 투입해 부족한 운전기사 인력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일부 운전기사를 장비 관리나 현장 운영 등 다른 업무로 재교육해 재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 운전기사 채용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미국 운전기사 부족도 자율주행 확산 배경
최근 미국에서는 영어 구사 능력 요건 강화와 상업용 운전면허(CDL) 관련 규정 변화 등으로 운전기사 확보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병가나 근무시간 제한 없이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자율주행 트럭의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남부와 중남부 지역에서는 최소 9개 기업이 자율주행 화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안전 요원이 함께 탑승하거나 시험 운행 단계에 머물러 있다.
펩시 사례는 대형 소비재 기업이 실제 공공도로에서 대규모 무인 화물 운송을 운영하는 대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가틱은 향후 개발될 차세대 무인 트럭에는 핸들뿐 아니라 운전석 공간 자체도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를 식히기 위한 냉각 장치는 계속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