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된 시신 피부를 책 표지로”…하버드의대 영안실 前직원 끔찍 범행

황수영 기자2025-12-18 10:56:00
공유하기 닫기

2023년 6월 14일 미국 뉴햄프셔주 콘코드의 연방 법원 앞에서, 기증 시신 불법 거래 혐의로 체포된 세드릭 로지가 얼굴을 가린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시신 안치소에서 기증된 시신 일부가 불법 유통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학문과 공익을 위해 기증된 시신이 개인의 수익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의료·연구기관의 관리 책임과 윤리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보도에 따르면 하버드 의과대학 시신 안치소 전직 관리자 세드릭 로지(Cedric Lodge)는 연구에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기증 시신에서 신체 일부를 떼어내 외부에 판매한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로지는 2018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시신의 뇌, 피부, 손, 얼굴 등을 무단으로 반출해 금전적 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 기증 시신을 ‘수집품’처럼…“피부는 책 표지로, 얼굴은 장식물 취급”

수사 결과 로지는 기증 시신의 피부를 가공해 가죽처럼 만든 뒤 책 표지로 제본해 판매했으며, 한 남성의 얼굴을 따로 떼어내 거래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로지의 아내 데니스 로지(Denise Lodge) 역시 공범으로 가담해 범행을 도운 혐의로 1년을 조금 넘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023년 6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콘코드의 연방 법원에서, 기증 시신 불법 거래 혐의로 체포된 데니스 로지가 공소장 사본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



미 연방검사보 앨리슨 마틴(Alisan Martin)은 “세드릭 로지가 2018년부터 2020년 3월까지 기증된 인간의 신체 일부를 ‘이윤을 위한 장신구처럼 취급하며 수천 달러를 챙겼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 제출 서류에서 얼굴 판매 사례에 대해 “진열장에 올려두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 “28년간 근무하며 저지른 중대한 범죄”…법정에서 고개 숙인 피고

28년 동안 시신 안치소 관리자로 근무해 온 로지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후회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 측 역시 그의 행위를 “극히 중대한 범죄”라고 인정했다. 법원은 장기간 반복된 범행과 범죄의 비윤리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

하버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2023년 기소가 이뤄진 뒤 시신 기증 프로그램을 5개월간 중단했다. 검찰은 이번 시신 부위 불법 거래 수사 과정에서 아칸소주의 한 화장장 직원 등 최소 6명이 추가로 유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