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2020-2021 도드람 V리그\' OK금융그룹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한국전력이 OK금융그룹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둔 뒤 박철우가 폭행을 당했던 과거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산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박철우는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OK금융그룹전을 마친 뒤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을 향해 작심발언을 했다.
이 감독은 17일 최근 배구계 학교폭력에 대해 “난 (폭력) 경험자라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 중이다. (중략)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철우는 2009년 국가대표팀 코치였던 이 감독에게 구타를 당했고 고소까지 진행한 피해자다. 이 기사를 보고 격분해 소셜미디어(SNS)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글까지 게재했다.
박철우는 “오늘 정말 이기고 싶었다. 이겨서 꼭 인터뷰실 오고 싶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며 입을 뗐다. 이어 작심발언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18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2020-2021 도드람 V리그' OK금융그룹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한국전력 박철우가 OK금융그룹 블로커의 앞에서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다. 안산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용기의 이유가 이 감독의 사과 요구는 아니다. 오히려 “11년이 지났다. 사과 안 하셔도 된다. 굳이 보고 싶지도 않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바라는 건 하나, 비정상의 정상화였다. 박철우는 “정말 반성하고 좋은 지도자가 되시기를 바랐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도 다른 선수들에게 ‘박철우만 아니었으면 넌 맞았다’고 말한다는 얘기, 주먹으로 못 때리니 모자로 때린다는 얘기가 들렸다”고 설명했다.
“지금 모든 프로스포츠 선수 중 안 맞고 하는 선수 거의 없을 것이다. 나 때만 해도 부모님 앞에서 맞으면서도 ‘운동선수는 이래야 돼’라고 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했다. 0-2로 밀릴 때면 선수들은 얼굴이 붉어진 채 3세트 코트에 나왔다. 몇몇은 기절하고 몇몇은 고막이 나갔다. 그들이 내 동기고 친구다. 그게 과연 한번의 실수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사랑의 매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 누군가 그랬다.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라고. 그럼 여태껏 맞은 선수들은 모두 맞을 짓을 한 것인가.” 박철우가 힘겹게 꺼낸 진심이다.
배구인, 그리고 체육인으로서 작금의 폭력 사태가 달가울 리 없다. 박철우는 “지금처럼 프로배구 관련 안 좋은 글만 올라오는 이런 상황이 너무 싫다. 하지만 이번에 뿌리 뽑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내 첫째 아이도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숨지 않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안산|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