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여성조선은 최근 출간한 서동주 에세이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며 책을 소개했다.
서동주는 미국 유학을 하며 10대를 보냈고, 20대에는 전남편을 따라 도시를, 대륙을 옮겨가며 살았다. 혼자가 된 30대, 의지할 곳도 움켜쥘 만한 것도 없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그는 여전히 이방인이다. 마음 깊이 곪아버린 상처를 덜고 싶어 쓴 일기에는 과거의 기록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혼 후 일상, 변호사가 되기까지 과정, 문득 떠올린 어린 시절 등. 서동주는 이들 기록을 모아 에세이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을 출간했다.
서동주가 기억하는 네 식구는 ‘쇼윈도 가족’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해 보여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썩을대로 썩어있었다.
서동주는 서세원의 감시로 한동안 일기를 쓰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서세원이 일기를 몰래 읽고 그 내용으로 혼을 냈다. 좋아하는 선배와 같이 공부하고 밥을 먹었다는 내용을 일기에 적었는데, 서세원이 이를 읽고 “이 쓰레기 같은 X아! 돈 들여서 유학 보냈더니 연애 따위를 하고 앉았어?”라고 모질게 야단쳤다고 한다.
서세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매니저를 시켜 선배의 주소를 찾아내 서정희, 서동주, 매니저와 함께 그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고는 그들 앞에 아내와 딸의 무릎을 꿇렸다.
서동주는 책에 “겁에 질린 엄마는 거의 졸도할 지경이었다. (…) 또라이 같은 매니저 H는 아빠가 우리에게 욕을 하는 동안, 그 선배의 부모님에게 쌍욕을 퍼부으며 말했다. ‘한 번만 더 당신네 아들이 동주한테 찝쩍대면 평생 후회하게 해줄 거야, 알았어?’ 나는 아빠와 H가 도대체 왜 욕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엄마와 같이 빌었다. (…) 아픈 배를 움켜쥐고 밤새 앓은 그날, 나는 알았다. 아빠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 가장 슬픈 것은 일기 쓰는 일을 그만두어야 했던 것”이라고 그날의 악몽 같은 기억을 적었다.
“아빠는 엄마를 아파트 지하에 있는 요가 룸으로 불렀다. 불륜을 들킨 아빠가 집을 나간 지 두 달 만이었다. 아빠는 '이혼을 해줄 바엔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엄마 목을 졸랐다. (…) 엄마는 극심한 공포감에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아빠는 엄마의 다리를 질질 잡아끌어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아빠의 수족인 두 남자까지 합세해 엄마를 구둣발로 밀었다. 엄마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했다.
서동주는 엄마 서정희를 안아 주기로 했다. 그러자 서동주에겐 비난이 쏟아졌다고. 그는 여러 사람들에게 “네가 뭔데 가운데서 부모 사이를 망치는 것이냐”, “엄마 편을 들고 아빠 편을 안 드는 것은 패륜”이라는 질타까지 들어야했다.
그런데도 서동주는 엄마를 감쌌다. 서동주는 “나는 엄마가 홀로 외롭지 않기를 바랐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난 이상, 적어도 단 한 사람에게만큼은 무조건적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엄마의 ‘단 한 사람’이기를 자처했다. 이를 본 서세원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세원은 미국에 있는 딸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난 널 죽이러 미국에 갈 거야. 널 보자마자 칼로 찔러 죽여 버릴 거야. 그리고 네 피부를 벗겨서 지갑으로 만들어 들고 다닐 거야”라며 협박을 했다.
서동주에 따르면 서세원은 딸 또래의 여직원을 서동주로 속여 대출을 받았다. 서동주가 대출 사기를 입증하려고 분주하던 시기 서세원의 측근 P씨가 등장해 서동주를 옥죄었다. 협박의 요는 ‘부모 이혼시키면 나중에 천벌을 받는다는 것’. P씨는 대출 사기에 연루된 한 명이었다.
서동주는 책에 “P 회장은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나를 향해 세차게 쏟아 부었다. 나는 지지 않으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P 회장은 한 차례 더 욕을 퍼부었고, 나도 그 기세에 눌리지 않으려 더 큰 소리를 냈다. (…) 얼마 후 아빠는 집에 친척들을 불러놓고, 나를 이혼을 종용한 배은망덕한 딸이라고 고래고래 욕을 해댔다고 한다. 서정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 이혼이고 뭐고 혼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악랄한 서동주가 다 조종한 것이라고, 서동주는 더는 내 딸이 아니라고, 그X을 칼로 찔러 죽여 버릴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고 썼다.
최근 서동주 모녀는 서세원 근황을 덤덤히 나눈다고 한다.
“더는 무섭지 않아 신기해하다가, 측은지심이 들기도 하다가, 결국 감정이 사막의 모래처럼 푸석해진다. (…) 지금껏 가족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올가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애써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 번 멀어진 가족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물살에 밀리듯 점점 더 먼 곳으로 흘러가고, 어느새 신기루처럼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