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찬. 스포츠동아DB
“중간에서 던지던 것처럼 매 이닝 전력투구 해야죠. 막을 수 있을 때까지 무조건 막겠습니다.”
마운드 위에선 어느 역할도 가리지 않는 ‘마당쇠’가 되어가는 중이다. 추격조에서 시즌을 출발해 대체 선발 카드로 낙점된 LG 트윈스 이우찬(27)은 이렇게 자신을 향한 믿음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우찬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선다. 당초 5선발 배재준이 등판하는 순번이지만, 근래 컨디션 난조를 보인 까닭에 중간 투수로 보직이 옮겨졌다. 배재준 대신 홈경기를 개시하게 된 이우찬은 10일 불펜에서 몸을 풀었고, 여느 선발 투수들과 동일한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당일이 되면 떨릴 것 같긴 한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중간에서 던지는 것과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못 던져도 본전이다. 긴장감도 덜하고, 마음을 편하게 갖고 있다”고 했다.
이우찬은 7일 키움전에 구원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물론 LG 코칭스태프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선발 배재준(6실점)~최동환(2실점)~신정락(2실점)이 막강한 공격력을 지닌 키움 타선 앞에서 연달아 무너진 와중에 이우찬이 간신히 분위기를 바꿔낸 까닭이다. 37개의 공을 던져 키움에게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의 호투에 힘입어 LG는 12-10의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를 통해 팀은 값진 승리를, 이우찬은 자신감을 얻었다.
비록 화려한 보직을 맡은 것은 아니지만, 이우찬을 향한 류중일 감독의 신뢰 역시 날로 두터워진다. 7일 키움전서 승리한 뒤에도 류 감독은 이우찬의 숨은 공로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한 마디가 이우찬에게는 용기가 되어 돌아와 다시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이우찬은 “정말 감사하다. 내가 큰 선수가 아닌데도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기쁘다. 칭찬도 해주시니 큰 힘이 된다. 내가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다행”이라고 했다.
더욱이 1이닝은 물론 긴 이닝 동안 마운드를 책임져줄 수 있는 재원이기에 LG 역시 이우찬에게 다양한 역할을 맡기고 있다. 이런 벤치의 믿음에 호투로써 보답하고 싶은 것이 이우찬의 속내다. 그는 “2군에 있으면서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일부 선발 투수들의 공백 기간 동안 팀을 위해 던지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12일에는 중간에서 던지던 것처럼 매 이닝 전력투구를 할 생각이다. 내 뒤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다”며 “최대한 실점을 적게 하고, 야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려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재에서 이우찬으로 개명하며 인생의 확실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야구인들에게 ‘이우찬’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키며 실망과 자책으로 얼룩졌던 그라운드에 기어이 꽃망울을 틔워내려는 그다. 이우찬은 “선발이든 중간이든 마운드의 이곳저곳에 구멍이 났을 때 그 빈틈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이고 싶다. 또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며 “자리와는 상관없이 LG에 필요한 선수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힘 줘 말했다.
잠실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