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제 학술지 ‘마취과학(Anesthesiology)’에 게재된 전임상 연구에 따르면 얼음찜질은 단기적으로 통증을 낮춰주지만, 전체 회복 기간은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음찜질을 받은 생쥐는 실험 방식에 따라 회복까지 평균 25~40일이 걸린 반면, 같은 시간 동안 실온 물 처치를 받은 대조군은 약 9~20일 만에 회복했다.
흥미롭게도 얼음찜질은 초기 통증 완화에는 실제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달랐다.
이번 연구는 냉찜질이 통증 지속 기간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직접 보여준 첫 연구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발과 다리 근육에 염증성 손상을 유발한 뒤 얼음물(약 4℃) 처치를 하루 수 차례 반복했다. 이후 수 주 동안 통증 반응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얼음찜질 그룹은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렸다. 연구진은 생쥐의 표정까지 촬영해 통증 정도를 분석했는데, 얼음찜질을 받은 생쥐들은 30일이 지나도 통증을 시사하는 표정 반응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호중구는 손상 직후 가장 먼저 부상 부위로 몰려오는 백혈구다. 이 세포들은 초기 염증 반응뿐 아니라 이후 통증 반응을 종료하고 회복을 돕는 단백질도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증은 통증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직 회복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런데 강한 냉찜질이나 항염증제는 이런 면역 반응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진이 얼음찜질을 받은 생쥐에게 호중구를 주입하자 회복 속도가 상당 부분 정상 수준에 가까워졌다.
멘톨 젤처럼 차가운 느낌만 들고 실제 피부 온도는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은 회복 지연을 유발하지 않았다. 또 냉수와 실온 물을 번갈아 사용하는 ‘대조요법(contrast therapy)’ 역시 통증 민감도는 낮췄지만 회복 지연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실제 조직 온도를 크게 낮추는 냉각 자체가 문제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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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찜질은 오랫동안 RICE(Rest·Ice·Compression·Elevation) 요법의 핵심 요소로 사용됐다. 이는 휴식(Rest), 냉찜질(Ice), 압박(Compression), 거상(Elevation·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두는 처치)을 뜻하는 대표적 부상 관리법이다. 운동선수와 의료진, 일반인 모두 널리 사용해 왔다.
하지만 연구진은 “장기적인 회복 효과에 대한 근거는 생각보다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진은 급성 통증과 부기 완화 자체는 여전히 냉찜질의 분명한 효과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결과를 사람에게 곧바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생쥐 실험 기반 전임상 연구이며, 실제 사람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손상 후 염증을 무조건 빨리 억제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교신 저자인 제프리 모길(Jeffrey Mogil) 교수는 “항염증 전략이 언제 도움이 되고, 언제 그렇지 않은지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대안으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 신경 자극 치료, 냉·온 교대요법 등을 제시했다.
냉찜질은 사랑니 발치 후에도 부기와 통증, 출혈, 염증 반응 등을 줄이기 위해 흔히 권장된다. 연구진은 현재 사랑니 발치 같은 시술 후 회복 과정에서도 냉찜질이 장기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97/ALN.0000000000006066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