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 위성 사진. LNG 생산과 함께 헬륨 공급의 핵심 거점으로, 최근 중동 긴장 고조 속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다. ⓒ Getty Images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차질로 헬륨 공급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헬륨은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추출되는 부산물로, 카타르는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생산국이다.
특히 3월 초 이란의 공습으로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 LNG 시설이 피해를 입으면서 헬륨 생산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카타르의 연간 헬륨 수출량은 약 14% 감소했으며, 복구에는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차질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일부 공급업체들은 고객사에 공급 축소와 추가 비용 부과를 통보했으며, 현물 시장에서는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산업용 가스 업체 에어가스(Airgas)는 공급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특히 AI 산업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헬륨 공급 차질은 생산 단계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력이나 장비보다도 기초 소재 공급이 병목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헬륨은 장기 보관이 어려운 자원이라는 점도 변수다. 액체 상태로 운송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화되는 특성 때문에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운송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실제 공급 감소보다 체감 부족 현상이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한국·대만 직격탄 우려…공급 확보 움직임 본격화
실제 대응도 시작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헬륨 공급업체들과 접촉하며 대체 물량 확보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역시 카타르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사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에서도 화학산업협회(VCI)가 헬륨을 포함한 원자재 공급 병목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이번 사태의 영향이 특정 국가를 넘어 글로벌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보유한 재고와 기존 계약 물량이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