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채팅방 만들어 대책 논의…범행 장면 촬영 판사 “오죽하면 어린 학생들이…” 징역 8년 선고
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초등학교 교장이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범행 장면이 결정적 증거로 채택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한 교장에게 “오죽하면 어린 학생들이 촬영까지 했겠느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챗GPT로 생성한 사진.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승호)는 지난달 26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교장 A(62) 씨에게 징역 8년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 씨는 2023년 4월부터 약 8개월간 교장실·운동장 등에서 13세 미만 학생 10명을 약 250회 추행하는 등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 “친구 돕자”… 학생들이 직접 증거 확보
A 씨는 일부 혐의를 부인하며 “공소사실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해 진술의 일관성과 촬영 영상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제자를 보호해야 할 위치에서 장기간 범행했다”며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고 직후 A 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오죽하면 어린 학생들이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 촬영까지 했겠느냐”고 질타했다. A 씨는 올해 2월 교육공무원 징계위원회에서 파면됐다. 항소심은 내년 1월 속행된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