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막에 시신이…러 코인 백만장자 부부였다

황수영 기자 2025-11-12 17:47

“투자자 만나러 간다” 실종 한달만에 발견



한 달 전 두바이에서 실종된 러시아 암호화폐 백만장자 부부가 사막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전직 수사관·우크라이나 참전병 등 8명이 납치와 살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UAE 경찰과 공조 수사 중이다. 사진은 로만 노박과 아내 안나의 모습. 안나 노박 인스타그램

한 달 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실종된 러시아 출신 암호화폐 백만장자 부부가 사막에서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획적 납치·살해 사건’으로 보고 러시아 수사당국과 공조 수사에 착수했다.

● “투자자 미팅 간다”던 부부, 한 달 만에 사막서 시신으로

9일(현지시간)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러시아 암호화폐 사업가 로만 노박(Roman Novak)과 그의 아내 안나(Anna)는 지난 10월 초 두바이에서 실종됐다. 부부는 ‘투자자를 만나러 간다’며 외출한 뒤 연락이 끊겼고, 가족이 며칠 뒤 실종 신고를 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두바이 하타(Hatta) 인근 리조트 호수 근처에서 ‘신원 미상의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던 모습이 목격됐다. 당시 운전기사는 부부를 호수 인근에 내려준 뒤, 그들이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후 부부는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범인들은 가족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으나 실제로 송금은 이뤄지지 않았다.

VN익스프레스는 부부의 휴대전화 신호가 실종 이후 며칠간 하타와 오만 인근 산악지대에서 잡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마지막으로 감지된 뒤 10월 4일 완전히 끊겼다고 전했다.

● 주범 포함 8명 연루…전직 수사관·우크라 참전병도

러시아 수사위원회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도운 공범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러시아 현지 매체 폰탄카(Fontanka)에 따르면, 수사관계자는 “이번 사건에는 총 8명의 러시아인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이 중 3명은 범행을 조직한 주범, 나머지 5명은 중간 전달책(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주요 피의자는 전직 살인사건 수사관 출신이자 마약 밀수 전과자인 콘스탄틴 샤흐트(53),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용사 유리 샤리포프(46), 블라디미르 달레킨(45) 등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7명이 러시아 현지에서 체포됐으며, 한 명은 UAE 경찰이 추적 중이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부부의 재산을 노리고 사전에 계획한 납치를 실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호화 생활의 이면…‘암호화폐 사기 전과자’

로만 노박은 암호화폐 송금 플랫폼 ‘핀토피오(Fintopio)’를 설립해 러시아·중국·중동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와 아내 안나는 SNS를 통해 고급차, 개인 제트기, 텔레그램 창립자 파벨 두로프(Pavel Durov) 등 유명 인사들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노박은 2020년 암호화폐 투자 사기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가 2023년 조기 출소했다. 출소 후 UAE로 이주한 그는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도 ‘핀토피오’ 자금 유용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당신을 위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