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만나러 간다” 실종 한달만에 발견
한 달 전 두바이에서 실종된 러시아 암호화폐 백만장자 부부가 사막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전직 수사관·우크라이나 참전병 등 8명이 납치와 살해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UAE 경찰과 공조 수사 중이다. 사진은 로만 노박과 아내 안나의 모습. 안나 노박 인스타그램
● “투자자 미팅 간다”던 부부, 한 달 만에 사막서 시신으로
9일(현지시간)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러시아 암호화폐 사업가 로만 노박(Roman Novak)과 그의 아내 안나(Anna)는 지난 10월 초 두바이에서 실종됐다. 부부는 ‘투자자를 만나러 간다’며 외출한 뒤 연락이 끊겼고, 가족이 며칠 뒤 실종 신고를 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두바이 하타(Hatta) 인근 리조트 호수 근처에서 ‘신원 미상의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던 모습이 목격됐다. 당시 운전기사는 부부를 호수 인근에 내려준 뒤, 그들이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후 부부는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범인들은 가족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으나 실제로 송금은 이뤄지지 않았다.
● 주범 포함 8명 연루…전직 수사관·우크라 참전병도
러시아 수사위원회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도운 공범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러시아 현지 매체 폰탄카(Fontanka)에 따르면, 수사관계자는 “이번 사건에는 총 8명의 러시아인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이 중 3명은 범행을 조직한 주범, 나머지 5명은 중간 전달책(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 호화 생활의 이면…‘암호화폐 사기 전과자’
로만 노박은 암호화폐 송금 플랫폼 ‘핀토피오(Fintopio)’를 설립해 러시아·중국·중동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와 아내 안나는 SNS를 통해 고급차, 개인 제트기, 텔레그램 창립자 파벨 두로프(Pavel Durov) 등 유명 인사들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노박은 2020년 암호화폐 투자 사기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가 2023년 조기 출소했다. 출소 후 UAE로 이주한 그는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도 ‘핀토피오’ 자금 유용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