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KAIST 교수에 이어 정부출연연 연구자에게도 포섭 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기술 유출 우려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사진=게티이미지
● KAIST 이어 출연연까지… 국정원, 전수조사 착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및 산하 출연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 다수의 출연연 연구자가 중국발 포섭 메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1월, KAIST 교수 149명이 동일한 초빙 메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국가정보원은 기술 유출 등 국내 연구자를 겨냥한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lan)’ 관련 문제가 불거지자 같은 달 전국 출연연에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조사 결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226건, 한국재료연구원(KIMS) 188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127건, 국가독성과학연구소(KIT) 114건 등 기관별로 수백 통의 포섭 메일이 발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메일 대부분은 ‘중국의 뛰어난 과학자 펀드 초청’ 등 제목으로 발송됐으며, 1000fb.com, 1000help.tech, 1000talent.online 등 ‘천인계획’을 연상시키는 도메인이 다수 사용됐다. ‘1000’을 포함한 도메인명은 중국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lan)’ 관련 피싱 메일 패턴으로 확인된다.
● 차단 강화하자 ‘Foreign Expert Project’로 이름 바꿔 재접근
한국 측 차단이 강화되자, 중국 측은 단체 메일 대신 최근 ‘Foreign Expert Project’, ‘Qiming’, ‘China Talent Innovation Hub’, ‘111 Project’ 등 새로운 이름을 내세워 출장·협력 명목의 초청 메일을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기술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해 정부가 강화한 스팸 차단 체계를 우회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 “연구보안은 곧 국가안보”… 제도적 대응 시급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최근 천인계획은 단순한 인재 유치가 아니라 반복 초청과 교류를 통해 친밀도를 높이며 기술 접점을 넓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출연연까지 노린 중국의 기술 포섭 시도는 명백한 기술 안보 위협”이라며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을 통해 연구과제 보안등급 세분화, 연구보안 전담조직 법정화, 의무 신고·평가 절차 마련 등 실효적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