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혼인은 유지하되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졸혼’ [ChatGPT 제작]
방송인 김갑수는 한 방송에서 10년 차 졸혼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방송인 지석진도 다른 방송에서 “졸혼은 이혼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전했다. 이제 연예인들까지 졸혼에 대한 의견을 공개할 만큼, 이 주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 졸혼, 온라인서도 새로운 선택지로 거론
졸혼은 법적으로 혼인을 유지하면서 각자의 삶을 독립적으로 꾸려가는 방식이다. 최근 SNS에는 “이혼까진 아니더라도 각자 생활을 존중하는 게 이상적” “졸혼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며 공감을 얻고 있다.
스레드(Threads)에는 ‘졸혼 괜찮다’, ‘아들 성인 되면 졸혼이 로망’이라는 글들이 올라오며, 졸혼을 새로운 부부 관계의 선택지로 바라보는 시각이 공유되고 있다. [스레드 캡처]
방송인 홍진경은 유튜브 채널 ‘집 나간 정선희’에서 이혼 사실을 담담히 공개하며 ‘좀 다르게 살아보자’는 선택을 전했다(왼쪽). 가수 윤민수는 SNS를 통해 이혼 후에도 전 부인과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됐다(오른쪽). [사진=유튜브 캡처, 윤후 SNS]
■ 50~60대 10명 중 4명 “황혼이혼 가능”
사회 인식의 변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50~69세 성인 2022명 가운데 40.3%가 “상황에 따라 황혼이혼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가능하면 안 된다”는 응답은 27.3%, “절대 안 된다”는 응답은 22.4%였다. 응답자 10명 중 4명이 이혼·졸혼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 해외서도 확산되는 ‘따로 또 같이’
스페인 연구진도 논문 “현대 스페인의 ‘따로 또 같이(LAT)’ 생활”에서 LAT를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안정된 관계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동반자 관계”라고 설명했다.
■ 졸혼, 자유와 고립 사이
국내에서도 졸혼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 한국 사회 제도권 밖에 있는 졸혼
국내 학계는 졸혼의 양면성을 짚는다. 한국인구학회의 논문은 “자율성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한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정서적 교류 약화와 경제적 부담으로 외로움·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졸혼이 제도적으로 뿌리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민법 제826조는 부부의 동거 의무를 규정해 혼인의 본질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가족 형태, 다층화되는 흐름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개인화된 가치관 확산으로 가족 형태가 점차 다층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조선대 김병록 교수는 “가족 구성 방식이 동거·사실혼·비혼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개인화된 가치관이 가족 형태의 다변화를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