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악의 꽃’ 이준기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 고통 담긴 작품 좋아해요”

조유경 기자2020-09-3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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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악의 꽃’ 이준기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 고통 담긴 작품 좋아해요”

이준기 인터뷰를 준비하다 팬들 사이에서 ‘이준기는 힘들고 고생하는 것만 골라하는 것 같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팬들의 아우성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일지매’, ‘투웍스’, ‘달의 연인-보보경심’ 등 피‧땀‧눈물로 가득한 작품들이 많았다. 23일 종영한 ‘악의 꽃’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파트 난간에도 서야했고 물고문도 당해야했다. 이준기는 스스로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다”라고 어려움을 자처한다고 인정을 하기도 했다.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보다는 슬픔, 아픔, 고독, 고통 등의 감정이 묻어나는 작품을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제 필모그래피에 그런 작품이 많네요. (웃음) 유쾌하고 재미있는 연기도 잘할 수 있지만 아직 배우로서 일상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선을 표현하고픈 연기적인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인생은 아직 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잘 다듬고 기다리겠습니다. 많은 작품들 제안해주세요.”

‘악의 꽃’에서 이준기는 겉은 ‘백희성’이지만 속은 ‘도현수’로 살아야 하는 복잡한 인물의 심경을 훌륭히 연기해냈다. 단순히 ‘1인 2역’이 아닌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었기에 연기하는 데 있어서 쉽지 않았을 터. 이준기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반응’에 상당에 공을 들였다”라며 “도현수는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인물이자 작은 표현도 장면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다.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해 현장에서 나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 그리고 배우들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눈 것 같다”라며 “자칫 잘못하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되어 ‘도현수’라는 인물이 단순한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여 질 수 있었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집중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금속 공예가이기도 했다. 다양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이준기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속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했다. 그래서 촬영 전에 유튜브로 연기에 참고할 만한 공에 작업 영상을 찾아보며 미리 상상을 해뒀고 실제 금속 공예가를 만나 짧게나마 공예가의 손길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터득했다”라고 말했다.

“한 가정의 따뜻한 아빠로서의 모습은 애드리브가 많았어요. 감독님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게 믿고 맡겨주셔서 웬만하면 ‘은하’(정서연 분)와 많이 만들어 갔던 것 같아요. 은하랑 함께 하는 날이면 일찍 가서 안 떨어져 있었어요. 어떤 날은 은하랑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피곤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연기는 아무래도 문채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 것 같아요. 문채원이 내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채워줬다. 덕분에 마지막에는 ‘차지원(문채원 분)’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이번 작품에서 이준기는 고난도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 아내 차지원에게 정체를 들킬까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도 서 있어야 했고 술수가 들통나 수영장에 갇혀 물고문을 당하는 연기를 해내야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 그래서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어느 정도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분들이 장면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에 좋아하는 액션을 1/10정도로 줄이자고 다짐했었다. 평소 보여드리는 액션은 상당히 많은 합이 있어 화려하거나 거친 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액션보다 감정에 더 집중했다. 처절하게 내몰리는 장면 경우에는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악의 꽃’을 잘 끝마친 이준기는 “작품의 타이틀롤로 임할 때 배우로서 가장 최선의 이야기를 만드는데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라며 “이번 작품은 그러한 고민들이 많았지만 잘 완주하게 돼서 감사한 마음 뿐이다”라고 말하며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전달하기도 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 분들, 배우 분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있어 가능한 결과이기에 더욱 행복감을 느끼고 있죠. 사실 저는 삶에 있어서 내가 성장하고 잘 되는 것보다는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저의 삶의 의미이자 중요한 가치구요. 그렇기에 이번 ‘악의 꽃’은 또 한 번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고 인간 이준기를 한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또 합니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악의 꽃’으로 이준기에게 시쳇말로 ‘입덕’(어떤 것이나 사람에게 빠져 팬이 되기로 결정한다는 뜻)는 한 팬들도 늘어났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악의 꽃’을 보고 이준기 팬이 되기로 결심했는데 어떤 작품부터 보면 되나?”, “난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를 보고 있다” 라는 등 글을 남기는 여성 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이준기는 “팬들이 이전 작품을 통해 제 전작을 정주행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뵐 수 없는 게 너무 아쉽다”라고 전했다.

“배우로서 가치관을 만들어준 ‘왕의 남자’ 라든지 작업의 치열함과 열정을 표현하는 법을 처음 배우게 된 ‘개와 늑대의 시간’, 배우로서의 열정을 인정받고,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일지매’ 등 매 작품이 저에게는 인생 작품, 인생 캐릭터였는데 전작들이 팬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처럼 좋은 일도 없을 거예요. 매번 차기작이 전해지기 전 팬들을 만나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게 제 기쁨 중 하나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워요. 빨리 이 팬데믹 시대가 끝나고 여러분과 큰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