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9명 유혹”…임신했다 협박해 164억 뜯은 태국女

박태근 기자ptk@donga.com2025-07-18 15:33:00

태국 불교계를 뒤 흔든 윌라완 엠사와트/오른쪽은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
태국의 한 여성이 고위 승려들과 성관계를 가진 뒤 이를 찍은 사진과 영상으로 160억이 넘는 돈을 뜯어낸 사실이 드러났다.
18일 AP 통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스 골프’라고 불리는 여성 윌라완 엠사와트(35)를 공갈협박, 자금세탁, 장물수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최소 9명의 승려와 성관계를 맺고, 3년 동안 3억8500만 바트(약 164억 원)를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중순 방콕의 유명 사찰 주지승이 갑자기 승단을 떠나면서 수면 위로 올랐다.
수사관들은 잠적한 주지승이 윌라완이라는 여성으로부터 협박을 받아온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이 윌라완의 집을 수색한 결과 승려들을 협박하는 데 사용한 8만 장의 사진과 영상이 발견됐다.
■ 임신 주장하며 “폭로하겠다” 협박
수사관들은 다른 승려들도 윌라완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협박받아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윌라완의 휴대전화 5대에서는 그가 여러 유명 사찰의 고위 승려들과 관계를 맺고 협박·갈취한 채팅 기록이 나왔다.
이렇게 뜯어낸 돈은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도박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90% 이상 불교 태국 국민들 충격
이 사건으로 태국은 충격에 빠졌다. 태국은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 신자다. 고승들은 왕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태국 승려들은 대부분 독신 생활을 하며, 심지어 여성을 만지는 행위조차 금지돼 있다고 AP는 전했다.
품탐 웨차야차이 총리 권한대행은 불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승려와 사찰에 관련된 기존 법률, 특히 사찰 재정의 투명성을 검토하고 강화할 것을 당국에 지시했다.
또한 태국 중앙수사국은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승려를 신고할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전국 각지의 승려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