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과다 복용 여대생 “어지럽다” 호소 뒤 숨져

박태근 기자2025-07-02 06:30:00

크리스티나 래크만


호주의 한 여대생이 카페인 정제를 과다 복용한 뒤 숨진 사건이 뒤늦게 재조명됐다. 사건 당시 구급차 출동이 지연되며 책임 공방이 일었고, 최근에는 공식 조사 보고서가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호주 9뉴스(9News)와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21년 4월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졌다. 생물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크리스티나 래크만(여∙32)은 밤 8시경 응급서비스 번호로 전화해 “어지러움과 마비 증세가 있다. 바닥에서 일어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접수원은 크리스티나의 상태를 ‘비응급’으로 분류했고, 구급차는 무려 7시간이 지난 새벽 3시경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대원들은 인접한 이웃의 발코니를 통해 들어갔고, 욕실에서 숨진 크리스티나를 발견했다. 그 곁에는 불안해하는 반려견이 함께 있었다.


부검 결과 ‘치명적 수준’… “즉각 조치 땐 살릴 수 있었다”
부검 결과, 그의 혈중 카페인 수치는 치명적인 수준이었다. 검시관 캐서린 피츠제럴드는 “크리스티나의 사망은 카페인 정제 섭취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크리스티나는 사망 당일 200mg짜리 카페인 정제 90정을 배송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시관은 구급차가 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생존 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카페인 과다 복용은 즉각 조치를 취하면 대부분 (사망을)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크리스티나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다고 판단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건 진상 규명에 나선 빅토리아주 구급대는 조사 보고서를 내고 시스템 변화 권고안을 제시, 지난달까지 개선안을 모두 반영했다.

보고서는 사건 당일 밤 구급차 출동 시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과도한 지연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접수원이 신고자의 안전을 확인하는 표준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페인 과다복용, 치명적…실제 사망 사례도 잇따라
카페인 과다복용은 드물지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18년에는 21세의 호주 뮤지션 라클란 푸트(Lachlan Foote)가 단백질 쉐이크에 카페인 가루 한 스푼을 넣고 마신 후 중독으로 사망했다. 지난 3월에도 28세의 ‘운동 마니아’ 여성이 에너지 음료로 인한 카페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카페인 권장 섭취량은 하루 400mg 이하다. 이는 일반 커피 4잔, 탄산음료 10캔, 에너지 음료 2개 정도에 해당한다.

과다 섭취 시 ∆심박수 증가 ∆불안감 ∆구토 ∆메스꺼움 ∆현기증 ∆수면장애 ∆근육 경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5~10g의 카페인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수준으로, 고용량 섭취 시 심장 박동 이상이나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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