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의 천국에 51t 쓰레기 더미…中장자제 동굴에 7층높이 쌓여 (영상)


중국 후난성 장자제 국립공원 인근의 동굴 수십 곳에서 수년간 방치된 쓰레기와 가축 분뇨가 발견되며 환경 오염 문제가 드러났다. 해당 지역은 영화 아바타의 영감이 된 ‘할레루야 산’이 위치한 세계유산 관광지로, SNS에 올라온 동굴 탐사 영상이 계기가 되어 사태가 알려졌다.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좌), 틱톡(우)
영화 아바타의 영감을 준 중국 후난성 장자제의 인근 동굴 수십 곳에서 51톤 규모의 쓰레기 더미가 뒤늦게 발견되면서, 당국이 긴급 정화 작업에 나섰다.
12일 현지 매체 CCTV에 따르면, 장자제 국립공원 인근 동굴들에 생활 쓰레기와 가축 분뇨가 건물 7~8층 높이로 쌓여 있었다. 장자제 국립공원은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할레루야 산(공중 산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회복에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동굴에는 쓰레기가 건물 7~8층 높이로 쌓여 있었고, 현재까지 51톤이 수거됐다. 과거 쓰레기 소각이 금지된 뒤 대안 없는 행정으로 인해 마을 단위의 조직적 투기가 이뤄졌으며, 축산 폐수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영상=틱톡)
이번 오염은 지난 3월, 동굴 탐험가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영상에서 동굴 내부는 플라스틱병, 금속 캔, 화학 용기, 동물 분뇨로 가득 차 있었다. 탐험가는 “쓰레기가 너무 깊게 쌓여 위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영상이 확산된 이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당국은 지방 언론과 함께 공동 조사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가장 심각하게 오염된 두 동굴에서만 51톤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일부 동굴에서는 9일부터 12일까지 유독 가스가 감지되면서 정화 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장자제 국립공원 인근 동굴 수십 곳이 수년간 무단 투기된 쓰레기와 가축 분뇨로 범벅이 된 채 발견됐다. 관광지 바로 옆에서 트럭으로 폐기물을 쏟아부은 정황까지 드러났고, 일부 동굴은 건물 7~8층 높이의 쓰레기 더미로 뒤덮였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이 카르스트 지형인 만큼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크고, 회복에는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틱톡)
조사 결과,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무단 투기 수준이 아니었다. 2010~2015년 중국이 쓰레기 소각을 금지하면서, 동굴을 쓰레기 매립지로 활용하는 방식이 마을 단위로 체계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마을에서는 트럭을 이용해 쓰레기를 동굴에 버린 정황도 포착됐다. 한 현지 주민은 “우리 아버지도 집 근처 동굴에 쓰레기를 버리러 다녔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이 카르스트 지형이어서 오염물질이 지하수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으며, 생태계 회복에는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염은 생활 쓰레기뿐만이 아니었다. 장자제시 츠리현은 연간 70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주요 축산지로, 가축 분뇨와 폐수가 동굴로 흘러들며 2차 오염을 유발했다.
일부 석회암 동굴에서는 천장에서 돼지 분뇨가 흘러내려 슬러지를 형성했고, 본래 하얀 석순은 검게 변색됐다.
당국은 현재 축산 농장 12곳을 대상으로 불법 폐수 방류 혐의를 조사 중이다.

신비로운 자연미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아바타 산’ 장자제 전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장자제 국립공원은 중국 남부 대표 관광지이자 세계자연유산 등록지다. 지난 5월 말 연휴 동안만 약 4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전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환경지질 조사국 전문가는 “오염된 지하수가 하류로 흘러가면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복구에는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보이는 쓰레기 더미보다 더 심각한 건, 이미 바닥 깊숙이 스며든 ‘무색무취의 오염’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정화 작업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경고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