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버렸어요”…1조원 비트코인 찾는 英 남성 좌절 왜?

뉴시스(신문)2025-01-14 0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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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13년 실수로 버린 비트코인 8000개가 들어있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10년이 넘도록 되찾기 위해 애쓴 영국 IT 엔지니어 제임스 하웰스(39)의 노력이 최근 법원의 기각 판결로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11일(현지시각) 영국 BBC,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법원 재판부는 지난 9일 비트코인 8000개가 들어있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찾기 위해 웨일스 뉴포트 쓰레기 매립장에 접근·수색을 요청한 하웰스의 청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정식 재판에서 승소할 현실적 전망도 없다”고 기각 판결했다.

하웰스는 2009년부터 비트코인을 채굴한 초기 투자자다. 앞서 그는 투자 초기 8000개 정도의 비트코인을 채굴했으나 비트코인이 보관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노트북과 분리해 보관했고, 2013년 해당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다른 쓰레기와 함께 실수로 버렸다.

버려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내부 전자 지갑에는 현재 가치로 1조원 이상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웰스는 그의 동업자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쓰레기로 착각해 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웰스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버렸다는 사실을 최초 인지한 지난 2013년부터 관계 당국에 꾸준히 뉴포트 지역 쓰레기 매립장에 접근·수색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현재 이 매립지에는 약 140만t의 쓰레기가 퇴적된 상태로 알려졌는데, 하웰스는 자신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있는 곳을 10만t 규모로 좁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뉴포트 시의회를 상대로 비트코인 회수 시 수익 일부의 분배를 제안했고, 인공지능(AI)과 로봇 개를 활용한 쓰레기 수색 방법도 제시했다.

그러나 뉴포트 시의회는 하웰스의 매립지 접근 허가와 수색 요청을 불허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가 찾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쓰레기 처리장에 매립됐는지 확실하지 않고, 그 상태로 매립지의 쓰레기를 파헤치면 유독 물질이 유출돼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익의 일부를 분배하겠다는 그의 제안도 “뇌물 공여 시도”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이에 하웰스는 뉴포트 시의회를 상대로 매립지에 접근권을 허가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4억 9500만 파운드(약 8840억원)의 보상금을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법원이 최근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매립지에 들어간 순간 지자체 소유가 돼 하웰스가 이를 회수할 자격이 없고, 환경 규제에 따라 부지를 발굴하려는 시도는 금지된다는 시의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하웰스가 아닌 시의회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 이후 하웰스는 BBC와 인터뷰에서 “사건이 기각된 건 내게 설명할 기회도, 어떤 형태로든 정의를 실현할 기회도 주지 않은 것이다. 재판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았고, 그게 내가 기대한 바”였다며 “지난 12년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뉴포트 시의회와 소통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판결은 내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내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며 “영국에 거대한 불의가 다시 강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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