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회초리 체벌’ 공식화…초등 고학년 남학생부터

황수영 기자2026-04-29 1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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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학생들. 사진=게티이미지  

싱가포르가 학교폭력 등 학생 비행에 대해 ‘회초리 체벌’을 포함한 표준화된 징계 기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처벌 수위를 명확히 규정하면서 상담·회복 교육을 병행하는 통합 대응 체계라는 점에서 교육 정책 논쟁이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교육부는 학생 비행에 대한 새로운 대응 지침을 발표하고, 이를 2027년 초까지 전국 학교에 일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기준에 따라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정학, 체벌, 품행등급 하향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 징계 수위, 반복될수록 강화…남학생은 최대 회초리 3대


새 지침은 비행의 중대성과 반복 여부에 따라 징계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다. 중대한 비행의 초범은 1~3일간 정학 또는 방과 후 교내봉사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가중 사유가 있으면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남학생에게 회초리 1대의 체벌도 가능하다.

심각한 폭행, 약물 남용, 마약류 성분이 포함된 전자담배 흡연 등 매우 중대한 비행은 초범도 3~5일간 정학 또는 방과 후 교내봉사 대상이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남학생은 최대 회초리 2대까지 받을 수 있다.

매우 중대한 비행을 반복한 학생에게는 5~14일간의 정학 또는 방과 후 교내봉사가 내려질 수 있으며,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남학생은 최대 회초리 3대의 체벌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학교가 징계 여부를 판단할 때 비행의 영향, 가해 학생의 의도, 반복성, 개선 의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또 체벌을 집행하기 전에는 학생의 나이, 성숙도, 특수교육 필요 여부, 정신건강 상태 등도 살피도록 했다.

체벌 대상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남학생으로 한정되며, 초등학교 저학년생과 여학생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 체벌은 훈육 조치…교육부 “상담·회복 교육 병행”

언급된 체벌은 훈육과 경고의 의미를 담은 회초리 처벌이다. 싱가포르는 성인 범죄자에게 피부가 찢어지는 부상이나 영구적인 흉터를 남길 수 있는 태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이뤄지는 체벌은 이와는 별개의 훈육 조치로 분류된다.

교육부는 이번 정책이 처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학교는 사건 처리 과정의 주요 단계마다 학부모에게 상황을 알리고, 학생 안전 조치에 대해 협력해야 한다. 또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포함한 관련 학생들의 안녕을 우선시하고, 상담 등 회복적 교육을 병행해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학부모들 “체벌 필요하지만 상담·예방도 병행해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지 학부모들은 대체로 새 표준 징계 체계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2024년 학교폭력 피해를 겪은 아들을 둔 어머니 아드리아나 림 에스카노는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그는 신체적 폭력을 저지른 학생의 경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피해 학생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학부모는 예방 중심 정책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2살과 13살 두 아들을 둔 사업가 린 봉은 “문제가 발생한 뒤 처리하는 것보다 예방할 방법을 더 모색해야 한다”며 “학교가 학급 규모를 줄이거나 초등학교 때부터 인성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살 딸과 9살 아들을 둔 금융서비스 컨설턴트 일리 리야나는 체벌이 적절한 상담과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 부모와 함께 지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스카노 역시 “처벌은 두려움에 기반한 억제책이 될 수 있고, 한동안 문제를 억제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는 근본 원인을 다루거나 누구든 진정으로 회복하고 성장하도록 돕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체벌은 최후 수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체벌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상정신과 전문의 에이드리언 왕은 “체벌은 순응만 만들어낼 뿐, 자기 조절 능력을 길러주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고통을 가함으로써 힘을 쓰는 것이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심리학자인 탄 수 린은 학교폭력 대응의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처벌 조치와 선제적 지원을 함께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조화가 있을 때 학교는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동시에, 학교폭력이 뿌리내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결국 현장은 교사 몫”


정책 시행 이후에도 학교 현장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싱가포르 국립교육원 제이슨 탄 부교수는 교사가 사건 이후 학급 분위기 회복과 관계 조정까지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지도, 학급 내 갈등 관리까지 모두 교사의 역할로 남는 만큼 정책 효과는 현장 실행력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