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자고로 조선의 찻사발이 최고라 하였다, '조선 찻사발에 담茶'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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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2-08-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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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찻사발에 담茶' /갤러리인사1010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갤러리인사1010에서는 8월 23일까지 <조선 찻사발에 담茶 조선의 사발, 500년의 역사> 전시를 개최한다. 흔히 조선의 찻사발은 세계 최고라 평가받으며, 우리의 다완(茶碗)을 일본은 국보로 지정해 소중하게 보관하여 다루고 있다.

갤러리인사1010은 두 번째 전시인 <조선 찻사발에 담茶 조선의 사발, 500년의 역사>를 개최하며 세기의 걸작, 조선 찻사발을 구례 정해미술관과 함께 소개한다. 세계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 왔던 조선의 이도다완은 '막사발'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소중히 다뤄지지 않았고 보존되지 못했다.
백자합 /김서진 기자
일본에서 국보와 문화재로 지정된 이도다완과 호조코히키 류 30여점을 포함해, 전 세계 유일한 형태의 다완인 덤벙무늬발(호조코히키), 조선 도공이 히라도에 잡혀가 만든 토토야차완, 임진왜란 시기에 조선 도공이 만든 킨카이 네코가키 등 고려 말, 조선 초기에 제작된 희소 가치가 높은 다완 약 90여점을 어렵게 한데 모았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찻사발을 포함해서 먹고 마시기 위해 만드는 그릇은 동서양에 다 있지만, 동양에서 내력이 달라진 연원은 이 그릇들이 ‘예(禮)’와 관련하여 쓰였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예’의 본질은 결국 전통과 제례와 연관된다. 그릇을 만드는 사람은 무명의 장인일지라도 그 만듦새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던 것은 진심과 정성을 담은 상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차를 마시는 것을 다례(茶禮)라고 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차를 마시는 사람이 직접 그릇을 만들지 않지만, 그 마음은 차와 찻사발에 담겨 있으므로 차와 찻사발은 멀리 떨어져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차를 마시는 사람과 찻사발을 빚는 도공의 마음이 하나일 때 작품은 탄생하는 법이다.
분장회청사기 덤벙무늬발 '설야' /김서진 기자
분장회청사기 덤벙무늬발 '이목' /김서진 기자
분청사기는 회색 또는 회흑색의 태토 위에 정선된 백토로 표면을 분장한 뒤에 유약을 씌워 환원염에서 구운 조선 초기의 도자기다. 분청사기는 총 7가지 분장 기법으로 구분되며 덤벙기법은 표면에 백토를 씌워 장식하는 기법 중 하나로, 그릇의 굽을 잡아 거꾸로 들고 백토물에 덤벙 담갔다가 꺼낸 뒤 유약을 입힌 것이다.

백토분장의 효과는 매우 침착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며, 대개의 경우 손으로 굽을 잡고 거꾸로 담그므로 굽 언저리에 백토가 묻지 않아 상하로 암회색의 태토와 대비를 이루어 경쾌한 느낌을 준다. 전라도 지방에서 많이 생산했으며, 16세기 백자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백자합 /김서진 기자
백자란 철분이 적은 백색의 태토에 투명한 유약을 시유하여 높은 온도에서 구운 자기로 뚜껑이 있는 것을 말한다. 강도나 경도가 상대적으로 청자에 비해 높다. 굽는 온도 또한 약 50℃ 정도 높아서 1,250℃ 이상에서 구워야 하며 손으로 두들기면 청자보다 훨씬 청아한 소리가 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유약은 장석이나 도석,물토와 재를 섞어 사용하는데 중국과 우리나라는 서로 사용하는 원료가 달라 색상 또한 다르고 백자 중에는 노란색이나 푸른색을 띠고 있는 것도 있다.
분청회청사기 귀얄무늬발 '오운' /김서진 기자
귀얄기법은 분청사기에 있어서 모든 백토분장기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특히 분청사기귀얄기법은 귀얄자국 외에 다른 기법이 첨부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회흑색의 태토 위에 귀얄로 힘있고 빠른 속도로 바르기 때문에 백분의 백토 흔적과 태토색과의 대비로 운동감을 줄 뿐만 아니라 회화적인 무늬 효과까지 나타내 신선한 분위기를 보인다. 특히 16세기에 성행해 전 지역에 분포되어 있고 지방에 따라 귀얄기법의 차이가 있다.
목조형과 찻사발의 만남 /김서진 기자
이성철 목조형 작가의 작품 /김서진 기자
"바라보고 만져보고, 그래서 즐겁다면 그저 놓여 있음으로 해서 그 공간이 기분 좋은 곳이 된다면 그것 또한 물건이 가지는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성철 목조형 작가와 찻사발이 만났다. 작가의 목조형 작업들은 가구, 접시 등 다양한 물건의 형태지만 물건이 가진 효용성 외에 다른 가치를 제안하고 사물의 쓸모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화가이자 목수인 작가는 그림 그리는 과정과 가구 작업이 동일하다. 설계도 없이 가구의 한 부분으로 시작해 가구 전체의 이미지를 발전시키며 제작하는 작업 방식은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드로잉하는 행위와 같고 나무의 물성을 존중하며 가장 보기 좋은 형태를 찾기 위한 작업자의 노력이다.

우드카빙 또한 나무가 가진 자연의 드로잉 위에 작가의 불규칙적인 드로잉을 신중히 새겨가며 나무의 드로잉과 작가의 조각이 하나로 보이도록 작업한다. 또 작가는 드로잉 조각을 새겨 물건 쓰임이 특징보다 나무의 물질적 특징을 더욱 돋보이게 작업한다.
아오이도차완 '춘산' /김서진 기자
15세기 말 일본의 차 애호가들은 그동안 사용했던 중국의 흑유완 대신 '고려다완' 이라 불리는 조선의 다완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일본에서 '아오이도'라 분류되며 하동 백련리 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고려다완과 달리 푸른빛이 도는 유약을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우리는 조선 초기에 제작된 찌그러지거나 얼룩덜룩한, 다소 ‘불량한 외관’을 가진 일부의 찻그릇을 보면 ‘자연스럽다’라고 말한다. 그 찻그릇으로 차를 마실 때, 차와 공간, 시간과 풍경이 한없이 어울린다. 인간과 자연과 일체가 된 모습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도자 미학은 인위적인 손길을 극도로 제한하여 사물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완성할 때 그 속 아름다움이 완벽하게 드러난다.
웅천요 최웅택 '신 웅천차완' /김서진 기자
웅천요 최웅택 '신 웅천차완' /김서진 기자
최웅택 도예가는 전통 방식의 가마로 웅천찻사발을 재현하고 있다. 웅천 보개산은 이조 시대부터 조선 도공들이 조선사발을 만들던 곳으로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거나 반항하면 죽임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최웅택 도예가는 어린 시절부터 산 곳곳에서 흩어져 있던 조선사발의 파편을 보면서 자랐고 동네 어른들로부터 납치된 도공들의 일을 전해 들었다. 그는 선조들이 남긴 흔적인 도자기 파편을 수집하는 한편 발물레질과 전통가마를 고집해 웅천차사발을 재현하고 있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교토에 있는 대덕사에 고이 모셔진 소박한 그릇들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어느 학자는 이 그릇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이 조선 도공의 손을 빌려 만들었다고 말한다. 일본 다도의 대성자 센노리큐는 조선의 이도다완을 칭해 ‘아무것도 없다. 자신마저 비워낸 그릇이다’라고 했다.

조선 찻사발의 미학은 이처럼 비정형성에 있으며 그 투박한 아름다움의 정신은 보편적인 공감을 통해 일본의 와비사비(わびさび 훌륭한 상태에 대한 열등한 상태를 뜻하는 말로, 불완전함의 미학을 나타내는 일본의 문화적 전통 미의식) 맞닿아 있다고 하겠다.
전시 전경 /김서진 기자
이처럼 일본을 비롯한 세계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던 조선의 이도다완은 ‘막사발’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정작 국내에서는 소중하게 다뤄지지 않았고 보존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귀하게 여기지 않기에, 이제는 희귀한 그릇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어떤 선언을 통해 이 그릇의 가치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함이 아니다. 하나하나의 그릇을 보고, 또 차를 마시며 찻사발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시대를 거슬러 장인의 숨결을 느끼고 변해가는 과정을 가슴속에 새길 수 있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보고, 만지는 것은 분명 달라서 볼 때 느껴지는 게 있지만, 질감으로만 보이는 경우가 있다. 조선 찻사발 전시는 단순히 보는데 머무르는 전시가 아니라, 만지고 마실 수 있는 드문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마신다’는 말에 담긴 오감이 살아난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조선조를 중심으로 고려말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 속 보물 같은 귀한 찻사발로 차를 마시면서 차이를 경험할 수 있다.
'조선 찻사발에 담茶' /김서진 기자
이번 전시를 위해 전국의 조선 찻사발 소장자 24인이 정해미술관을 통해 기물을 내어 주었다고 한다. 이 전시를 위해 정해미술관 지헌영 관장은 전국을 돌며 조선 찻사발 소장자들로부터 다완을 제공받았다. 이 중에는 구하고 싶어도 살 수 없던 작품을 일부 판매할 예정이다. 지헌영 관장은 "현대미술을 하는 분들께 조선 찻사발의 미학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어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시는 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