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라는 이름의 좌표

여성동아
여성동아2022-08-01 11: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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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공개된 ‘옹드 에 메르베이 드 쇼메’ 컬렉션을 착용한 송혜교.
지난 1월 종영한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지헤중’) 이후 광고와 화보 사진들로 피드를 채우던 송혜교(41)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모처럼 해외 일정 사진들이 올라왔다. 2022 · 2023 F/W 시즌 오트쿠튀르 패션위크 행사가 한창인 프랑스 파리에서였다. 송혜교는 7월 2일 프랑스 하이주얼리 브랜드 ‘쇼메’의 APAC(아시아태평양) 앰배서더로서 새 컬렉션을 소개하는 갈라 디너쇼와 전시회 등에 참석했다. 7월 7일에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의 초청을 받아 2022 F/W 쿠튀르 쇼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루이비통, 펜디 등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 최대 패션 그룹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프런트 로에 나란히 앉아 쇼를 관람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파리에서의 스케줄은 배우 송혜교의 현 위치를 드러내는 좌표다. 송혜교는 2019년부터 쇼메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는 펜디의 아시아 앰배서더로도 활동 중이다. 한국 배우 중에는 처음. 발탁 당시 펜디는 “송혜교는 부드러움과 강인함,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가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펜디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어울린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대의 아이콘’이란 수식어는 아무에게나 붙지 않는다. 2009년 ‘태희혜교지현이’란 제목의 시트콤이 인기리에 방영됐을 정도로 김태희·송혜교·전지현 트로이카가 2000년대를 주름잡았다. 이후 개인사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송혜교를 찾는 곳은 많다.

송혜교는 현재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글로리’를 촬영 중이다. ‘더 글로리’는 건축가를 꿈꾸던 주인공이 고등학교 시절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교 폭력을 당한 후 가해자와 방관자들에게 벌이는 복수를 그린다. 주인공이 가해 주동자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 담임교사로 부임해 복수를 펼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송혜교는 주인공 ‘문동은’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나선다.

그간 멜로물에 주로 출연해온 송혜교로서는 첫 장르물이자 복수극이다. 전작들이 브라운관과 OTT 플랫폼에 동시 공개된 적은 있어도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 직접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8부작으로 예정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100% 사전 제작으로 올 하반기 전 세계에 공개된다. 이에 올봄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 화보에서 송혜교는 “작품의 색깔이나 캐릭터 모두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이다 보니 연기하면서 나오는 저의 새로운 표정이나 감정 같은 것들이 기대가 된다”고 설레는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띠동갑 남주들과도 완벽 케미
쇼메 갈라 디너쇼에서의 송혜교. 옆에는 할리우드 스타 다이앤 크루거(왼쪽). 펜디 2022 F/W 쿠튀르 쇼에서 포착된 송혜교. 옆 남성은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더 글로리’를 기대하는 사람은 송혜교뿐만이 아니다.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의 재회 소식은 많은 드라마 팬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SBS ‘시크릿 가든’, tvN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긴 명실상부 스타 작가다. 특히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2016년작 KBS ‘태양의 후예’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을 뒤흔들었고, 이 작품에 똑 부러지는 의사 ‘강모연’ 역으로 출연했던 송혜교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톱스타로서 위상을 다시 한번 떨쳤다. 그해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인기상과 아이치이 글로벌 스타상을 거머쥐었으며,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작가와 배우로 각각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최근 동시에 부진한 시기를 겪고 있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 SBS ‘더 킹: 영원의 군주’와 송혜교의 ‘지헤중’은 한 자릿수 시청률로 이름값에 비해 초라하게 퇴장했다. 둘 다 전장에서 새로운 무기를 꺼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두 사람에게 안길호 감독은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tvN ‘비밀의 숲’, OCN ‘왓쳐’에 이어 tvN ‘해피니스’까지 연이어 흥행시킨 안길호 감독은 장르물이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섬세한 연출로 유명하다. 실제로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이 있어 큰 의지가 된다”는 송혜교는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호흡과 박자가 귀중하다”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는 배우 이도현, 임지연, 박성훈 등이 함께한다. 요즘 송혜교는 작품에서 후배들과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작 ‘지헤중’에서는 상대 배우로 11세 연하의 장기용과, 그 전 tvN ‘남자친구’에서는 12세 연하의 박보검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 주인공의 복수를 돕는 성형외과 의사 ‘주여정’ 역으로 출연하는 이도현은 장기용, 박보검보다 어린 27세로 송혜교와 나이 차가 띠동갑도 넘는다.

하나같이 “송혜교 선배님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송혜교는 아무래도 연기 말고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 작품을 마친 후 군에 입대한 장기용 면회를 다녀오기도 하고, 현재 촬영 중인 ‘더 글로리’ 팀에게 한턱 쏘는 등 선배로서 모범을 보이는 중이다.

물론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연기일 터. 1996년 교복 모델로 데뷔한 송혜교는 올해로 데뷔 26년 차다. KBS ‘가을동화’, SBS ‘올인’, KBS ‘풀하우스’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송혜교는 노희경 작가의 2013년작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생애 첫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데뷔 10년 차부터는 ‘파랑주의보’를 시작으로 충무로도 오간다.

하지만 송혜교는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지난해 ‘지헤중’ 제작발표회에서 “한 살씩 나이가 들면서 경험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표현 방식이 그때그때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한 말처럼 자신감을 드러 내기도 하지만, 아직도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긴장한다. 최근 패션 화보 속 그의 고백은 고민의 깊이를 보여준다.

“‘늘 해왔던 거니까 잘할 수 있어’ 이런 마음으로 작품에 들어간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이제는 저도 연기 경력이 꽤 오래됐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긴장해요. 저만 늙는 게 아니라 캐릭터도 늙어가니까요. 캐릭터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인간적으로 성숙해졌을 테고, 그 삶에 희로애락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면을 제가 잘 표현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연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최근 배우 배수지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바꾼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 속 유미 역할의 캐스팅 1순위는 송혜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영화로 준비하던 작품이 차질을 빚으면서 송혜교가 ‘더 글로리’와 ‘지헤중’을 선택했던 것.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송혜교의 차기작에 더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송혜교는 작품 고르는 안목이 뛰어난 배우로 유명하다. 과연 송혜교는 ‘송혜교’라는 이름값을 증명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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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인스타그램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