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특별한 OOTD] 환절기에 가볍게 휘감는다! 찬바람 막아주는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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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1-10-27 17: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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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24절기는 과학이라던가. 찬 이슬이 내리는 한로가 지나자 64년 만에 가을 한파가 찾아왔다. 이제 곧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강이 지나고 나면 찬 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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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고 하기에도 짧은 이 계절, 꽁꽁 싸매는 것이 아쉽다면 목이라도 가볍게 감싸길 권하고 싶다. 체온 조절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 목을 감싸면 체온이 3도나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런 환절기에 딱 알맞은 패션 아이템이 있으니 ‘스카프’다.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직물

사전에서 스카프(Scarf)는 어깨나 목, 머리에 쓰는 폭이 넓은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 모양으로 된 천을 말한다. 여름에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목적으로,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주는 용도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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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실크처럼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것을 스카프이며, 두껍고 긴 형태의 목도리는 머플러, 어깨에 두르는 것은 숄이라고 구분 짓는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명확한 구분을 두지 않고, 모두 스카프라고 지칭한다. 프랑스어 에스카르프(escarpe)에서 발전한 에샤르프(écharpe)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청결을 위해 착용한 고대 사람들


스카프를 언제부터 사용했는지에 대한 기준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북방 민족들이 방한을 위해 둘렀다고도 하고, 고대의 한 왕이 스카프와 비슷한 숄을 둘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아시리아의 왕 아슈르나시르팔 2세 동상 / 위키미디어
지금의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지역을 평정하고 신아시리아 제국을 세운 아슈르나시르팔 2세의 동상이 그 증거라고 한다.

기원전 883년~85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동상에서 아슈르나시르팔 2세는 술이 달린 듯한 긴 숄을 허리 아래까지 두르고 있으며, 원피스 형태의 반소매 튜닉을 입고 있다. 당시 권위 있는 이들이 입었던 의복에 스카프가 포함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건축가 아폴로도로스가 세운 트라야누스 황제 기념비에 있는 부조 / 위키미디어
이어 고대 로마에서는 스카프를 추위를 막는 용도가 아닌,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113년 로마의 트라야누스 황제가 다키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다마스쿠스 출신 건축가 아폴로도로스에 명령해 세운 ‘트라야누스 황제 기념비’에 있는 부조를 보면, 군사들이 목에 천으로 된 무언가를 묶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당시에는 이를 ‘포칼(focale)’ 또는 ‘수다리움(sudarium)’이라고 불렀다.

‘포칼’은 스카프 또는 목을 감싸는 것을 뜻하는 단어이며, ‘수다리움’은 라틴어로 ‘땀 천’이라고 한다. 당시 포칼은 모직이나 리넨으로 만들어져 고대 로마 군사들이 목이 갑옷에 스치면서 생기는 마찰을 막기 위해 착용했으며 날씨가 더울 때는 땀을 닦는 용도로 쓰기도 했다. 패션보다는 실용적인 용도가 강해 목이나 벨트에 묶어두었다고 한다.
진시황릉 병마용 / pixabay
군사가 스카프를 한 곳은 로마 말고도 아시아에도 있다. 진나라를 만든 진시황은 스카프로 군사들의 계급을 구분했다고 한다. 실제로 진시황릉의 병마용을 보면 모두 스카프를 하고 있다. 계급이 높은 장군이나 일반 병사들 모두 같은 형태의 스카프를 묶고 있는 걸로 보면, 색이 다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신화 속 ‘구원’의 상징

고대부터 사용되었다는 스카프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에서도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 시인인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의 한 부분에서 스카프의 활약을 볼 수 있다. 아주 짧게 등장하지만, 스카프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게 될 정도다.
1794년 출간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표지 / 위키미디어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귀국하던 오디세우스가 여러 풍파를 거치며 10여 년간 겪은 모험을 그린 대서사시다. 총 24권으로 되어있는데, 이 중 5권부터 12권은 오디세우스가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가면서 생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이 험난했다. 갖은 폭풍우를 만나기도 했지만, 좌초된 섬에서 태양신 헬리오스의 소를 잡아먹거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죄로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
아폴로니오 디 지오바니, 오디세우스의 모험 (1460) / 위키미디어
폭풍우로 배와 부하들을 잃게 된 오디세우스는 결국 님프 칼립소가 사는 오기기아섬에 표류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7년이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이유는 칼립소가 오디세우스에게 반했기 때문이다.

5권은 이런 오디세우스가 바다를 바라보며 고향 이타카와 아내 페넬로페를 그리워하며 시작된다. 칼립소가 영생의 몸을 갖게 해줄 테니 함께 살자고 유혹했지만,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굳은 상태였다.

그렇게 7년이 지나자, 전쟁의 여신 아테네는 오디세우스를 안타깝게 여겨 그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를 받아들인 제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시켜 칼립소에게 보내 오디세우스를 떠나보내라고 했고, 칼립소는 어쩔 수 없이 뗏목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잔뜩 챙겨 그를 보내주었다.
레산드로 알로리, 오디세우스와 이노 (1580) / 위키미디어
그러나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포세이돈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우스를 막기 위해 폭풍우를 일으켰다. 위급한 상황에 빠진 오디세우스의 앞에 여신이 나타나는데 물보라의 여신, 바다의 여신으로 알려진 레우코테이아 또는 이노다.

레우코테이아는 여왕이었던 이노가 미쳐버린 남편 아타마스를 피해 아들 멜레케르테스를 안고 절벽으로 몸을 던지면서, 그를 가엾게 여긴 신들이 여신으로 만들어주면서 붙은 이름이다. ‘레우코테이아’는 ‘하얀 여신’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요한 하인리히 푸젤리, 오디세우스의 난파 (1803) / 위키미디어
포세이돈의 저주로 바다에 빠져 죽을 위기에 놓인 오디세우스를 불쌍히 여긴 레우코테이아는 자신이 갖고 있던 스카프를 던진다.

레우코테이아가 스카프를 감으면 죽지 않는 몸이 되어 안전하게 갈 수 있다며, 육지에 도착하면 바다에 던져달라고 말했다. 스카프의 힘이 덕분에 오디세우스는 물에 가라앉지 않았고, 스카프를 몸에 감고 육지까지 헤엄쳐 가서 목숨을 건진다.
쟝 쥴 알라쉐르, 레우코테이아 동상 (1862) / 위키미디어
레우코테이아가 건넨 스카프를 두고, 머리에 감았던 천이거나 베일이라는 이야기도 많지만, 스카프가 오디세우스를 구원한 것은 틀림없다.

그렇게 오디세우스는 스카프 덕분에 이틀이나 바다에 떠서 표류하다가 파이아케스인의 나라인 스케리아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의 공주인 나우시카와 알키노오스 왕의 도움을 받아 이타카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었던 이들이라면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알 것이다. 그런데 그의 목숨을 살린 역할을 한 것이 여신이 스카프라는 점은 새롭다. 추위와 자외선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스카프의 역할이 고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단순한 패션 아이템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일상 속 다양하게 쓰이는 스카프


스카프는 패션 아이템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특히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스카프도 많은데 그 형태도 다르다. 로마 가톨릭이나 개신교 등 기독교에서는 신부, 목사 등이 미사, 예배를 볼 때 목에 두르고 어깨에 걸쳐 사용하는 ‘스톨(Stole)’이 있다.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스톨. 사진 속 스톨은 로마 가톨릭 신부들이 미사 때 착용하는 스톨 / pixabay
스톨은 전례 예복을 구성하는 것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긴 띠 형태로 되어있다. 길이는 약 2m 내외로, 목과 어깨에 걸치면 종아리 정도까지 길게 내려온다. 그 형태나 색, 모양은 어떤 전례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로마 가톨릭 교황의 경우는 개인 문장을 새기기도 한다. 가톨릭과 개신교 외에도 기독교를 뿌리로 두고 있는 성공회, 그리스 정교회 등에서도 사용한다.
이슬람 문화권 여성들이 착용하는 히잡 / pixabay
이슬람 문화권에 속한 중동 국가의 여성들이 스카프를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히잡’이 스카프처럼 가볍게 두르는 형태를 말한다. 머리와 목, 가슴까지 가리게 된다. 눈, 코, 입만 보이는 차도르, 눈만 보이는 니캅, 전체를 다 가리는 부르카와 다르다.

히잡(Hijab)에는 ‘가리다’라는 의미가 담겨있으며, 지역이나 종교 성향, 나이, 계층에 따라 모양과 색이 다르다고 한다. 이를 두고 여성 차별적이라는 말도 많았지만, 종교적인 문화와 전통, 관습 등의 이유로 중동 여성들은 히잡을 고수하는 듯하다.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눈만 보이는 ‘니캅’을 입어야 학교에 갈 수 있다는 등의 조항을 내걸며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어 안타까운 문화이기도 하다.
스카프를 착용한 군인 / pixabay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스카프 외에도 군대에서도 사용한다. 앞서 고대 로마와 중국에서도 군사들에게 스카프를 착용하게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전투기 조종사는 비행 중 나오는 배기가스로부터 호흡하기 위해 착용하기 시작했다는데, 지금은 각 군대를 상징하는 용도로 쓰인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스카프 / flickr (Charlotte)
학생들이 스카프를 착용한 모습 / pixabay
영국이나 북한,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학생들이 스카프를 착용한다. 영국의 경우 각 대학을 구분 짓는 색과 줄무늬, 문양이 들어간 스카프를 착용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과 잠바’를 입는 것과 비슷하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각 기숙사마다 컬러가 다른 목도리를 착용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여러 축구 팀의 스카프 / pixabay
스카프를 두르고 응원하는 팬들 / pixabay
스포츠에서도 각 팀을 상징하는 스카프를 볼 수 있다. 각 팀의 문장이나 상징컬러 등을 담은 것으로 응원할 때 펼쳐서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유럽에서는 스카프를 잡고 돌리는 등의 응원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항공사 플라이강원 승무원 유니폼 / 플라이강원 보도자료
승무원 유니폼에서 빠지지 않는 것도 스카프다. 요즘은 편의를 위해 스카프를 없애기도 하지만, 승무원 하면 각양각색의 스카프와 묶은 모양이 하나의 시그니처이기도 하다.


패션 아이템 활용법

스카프는 목에 두르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목에 걸치거나, 한 바퀴 휘감거나 묶어준다. 혹은 2가지를 겹쳐 묶거나 고리를 만들어 빼는 식으로 걸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로 묶은 스카프 / pixabay
머리끈으로 활용한 모습 / pixabay, pexels(misha voguel)
머리 전체를 감은 모습 / pixabay
혹은 헤어 아이템으로도 활용된다. 머리끈 대신 머리를 묶는 용도로 사용하거나 머리 전체를 감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스카프를 활용한 탑 /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인스타그램 @rozy.gram
‘Taste of Love’ 앨범 자켓 사진 / 트와이스 공식 홈페이지
스카프 전체를 옷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는 지난 6월 10번째 미니앨범 ‘Taste of Love’의 타이틀곡 ‘알콜 프리(Alcohol-Free)’에서 다양한 스카프 패션을 선보였다. 돌돌 말아 머리나 허리, 손목에 착용하거나 큰 스카프를 치마 혹은 탑으로 입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로지도 ‘업사이클링 패션’으로 스카프탑을 입기도 했다.
가방에 장식처럼 묶어준 모습 / pexels(Andrew Neel, Artem Beliaikin)
손잡이에 감아주는 트윌리 / pixabay
가방에 스카프를 묶어주거나, 넥타이처럼 가늘고 긴 형태의 트윌리(twilly) 스카프도 있다. 목에 감는 용도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가방 손잡이를 전체적으로 감거나 리본을 묶어 장식하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얇은 스카프가 얼마나 따뜻할까 싶겠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변덕스러운 시기에는 얇게 입고 나와서 스카프 하나 둘러주면 추위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다.

잘 접거나 가방 손잡이나 어깨끈에 묶어주면 부피도 차지하지 않으니 휴대하기도 간편하다. 패션 아이템처럼 활용할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물론, 아침에 나오기 전부터 따뜻한 외투를 입는 것도 좋지만, 스치듯 지나가는 환절기에 잠시 멋을 부리고 싶다면 스카프 하나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