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동년배들 ‘와와109’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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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1-04-16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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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핸드메이드 편선지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2000년대에 학생의 신분으로 문방구 좀 드나들었다면 누구나 ‘와와109 WAWA109’에 대해 알 것이라 믿는다. 10대를 위한 청소년 잡지인데 화려한 기사 내용과 잡지 뒤쪽에 부록처럼 붙어 있는 핸드메이드 편선지 구성은 그 시절 학생 또래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완벽했다.

현대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활용해 학생들도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나 과거에는 비교적 그 판로가 좁았다. 자연스럽게 청소년 잡지는 10대들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방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되면서 무대로서 기능했다. ‘와와109 WAWA109’와 ‘엠알케이 MR. K’는 대표적으로 언급되어 온 청소년 잡지라고 볼 수 있다.
2000년 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청소년 잡지 와와109 /사진제공 '후르츠산도'님의 네이버 블로그
와와109 같은 청소년 잡지를 떠올리면 10대 여학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그 시절 뷰티팁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밀레니얼 세대들이 공감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하지만 핸드메이드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콘텐츠는 바로 잡지 뒷부분에 부록처럼 제공됐던 ‘편선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 시대 청소년 잡지 ‘와와109’를 주목하는 사람들

잡지 ‘와와109’는 2001년 창간되어 월 판매 부수 30만 부를 찍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학생의 손에서 청소년 잡지로서의 존재감이 높았던 것은 물론, 트렌드를 짚어주고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 창구까지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들이 다루는 영역 또한 다양하다. 지금으로 보자면 매우 유치하고 다소 난해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시절 전국 팬클럽을 휩쓸었던 연예인 소식이나 자신에 대한 정의와 성격을 모두 궁금해하는 10대를 겨냥한 각종 심리테스트는 꼭 빠지지 않고 손이 갔던 페이지다.
잡지 속 다양한 심리테스트가 인기였다 /사진제공 '후르츠산도'님의 네이버 블로그
또한 각 계절이나 시즌에 맞는 학생들의 관심사를 콘텐츠로 제공하기도 했으며 신상품이나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는 페이지, 노래, 드라마, 개그맨, 음료 심지어는 인기 CF의 순위를 선정하는 콘텐츠도 있었다. 이 외에도 때로는 요리 팁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청소년 잡지로서 역할을 했다.
초콜릿 케이크를 만드는 레시피를 담은 페이지 /사진제공 '후르츠산도'님의 네이버 블로그
와와 코디네이터! 학생들의 패션 정보를 제공했다. /사진제공 '후르츠산도'님의 네이버 블로그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변화를 겪게 된다. 자연스럽게 잡지 영역의 소비가 줄어들게 되며 유통 구조 또한 기존의 체계와는 다른 점이 생기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청소년 잡지 역시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와와109 및 여러 청소년 잡지에 관해 다시 관심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잡지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춰가던 시기를 훨씬 넘어선 2019년도쯤이라고 추측된다. 이 시기 다양한 SNS를 통해 많은 이들이 고전 잡지인 와와109와 엠알케이에 관한 추억을 공유했다.

전반적으로 실제 와와109 세대들이 어른이 되면서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고 고전 잡지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청소년 잡지에 쏠리는 관심만큼이나 이를 통한 부록, 핸드메이드 편선지에 관한 관심도 역시 매우 높다.
다양한 핸드메이드 패러디 편선지. /네이버 블로그 '째니의 블로그' 사진 제공
놀랍게도 아직도 와와109의 과월호는 다양한 중고 시장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가격대는 기존 와와109 잡지의 금액보다 높은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아무래도 현재는 판매되지 않는 잡지의 과월호이다 보니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구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은 편이고 자연스럽게 물품의 가격도 상승하게 되는 상황이다. 특히 잡지 내부에 페이지 손상이 없는 새 제품에 관해서 더 높은 가격이 제시되며, 잡지 후반에 붙어 있는 편선지 부분 역시 잘 보존되고 있는지도 중고 거래에서 주요한 요소가 된다.

와와109의 과월호 잡지를 소개하는 블로그 글이나 SNS 역시 다수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과거 와와109의 독자였거나 학생 때의 추억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청소년 잡지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이들의 글 또한 꽤 자주 목격되고 있다. 또한 어린 시절 수집했던 잡지를 버리지 않은 상태이거나 중고거래를 통해 이를 구한 사람들 위주로 잡지 내부 페이지를 리뷰하며 추억을 공유하는 글도 발견할 수 있다.

청소년 잡지를 중고거래하는 것만큼이나 중고 시장에서는 그 시절 부록이나 잡지와 관련된 문구 상품의 공급과 수요 역시 원활하게 이어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와와109의 대표 캐릭터 ‘아이양’을 디자인 전면에 내세운 각종 문구용품이다. 아이양은 ‘아니네꼬’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었는데 이름으로 인해 일본 캐릭터라는 오해를 종종 받기도 했다. 하지만 와와109 측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오해를 종식시켰으며 ‘홍대 인근에서 1인 라이프를 즐기며 살아가는 여성’ 캐릭터라고 공지한 바 있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아이양이 디자인된 필통이나 볼펜, 샤프, 가방 등을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다.
캐릭터 '아이양' /와와109 인스타그램 @_wawa109
아이네코 책갈피 /사진제공 '후르츠산도'님의 네이버 블로그
와와109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기존의 90년대 생 독자가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뉴트로 열풍을 생각해보면 실제 와와109 세대 외에도 청소년 잡지를 경험하지 않았지만, 그 시대가 가진 특유의 감성에 이끌려 이를 트렌디하게 받아들이는 새로운 MZ 세대의 유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와와109의 핸드메이드 편선지, 다양한 패러디 디자인이 인기 요인

와와109를 애정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핸드메이드 편선지’다. 잡지 뒤쪽에 붙어 있는 이 핸드메이드 편선지는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그려진 것도 있으며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빛나는 패러디 디자인도 눈에 띈다.
시리얼 과자를 패러디한 편선지 /네이버 블로그 '째니의 블로그' 사진 제공
2000년대 당시에는 아무래도 지금보다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훨씬 보편화된 문화였다. 물론 이메일, 각종 통신을 통한 메시지나 쪽지 기능이 등장하며 조금 더 편리하고 수월하게 글을 주고받는 일이 가능해졌으나 정성과 마음의 표현으로는 편지만 한 것이 없던 시절이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날에는 작은 선물과 함께 꼭 손편지를 주곤 했다. 아무래도 마음을 담은 편지지를 예쁘게 꾸미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됐는데 ‘와와109’나 ‘엠알케이’ 등에 붙어 있는 각종 패러디 편선지는 청소년 잡지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부흥할 수 있도록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그려진 디자인 편지지도 인기 있는 라인 중 하나였다. 소녀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귀여움이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색감도 화려하지 않으면서 정감 가는 이미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학생들에게 익숙한 캐릭터가 전면에 내세워지는 사례도 많았으며 편지 봉투와 편지지가 세트로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편지 봉투를 안내된 선에 따라서 오리거나 접어 풀을 사용해 마무리해주면 완성할 수 있다.
귀여운 캐릭터 편선지. 봉투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 '째니의 블로그' 사진 제공
아기자기한 캐릭터 편선지도 많은 애정을 받았지만, 구독자들이 가장 주목했던 분야는 아무래도 패러디 편선지다. 패러디 편선지는 주로 입체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오리거나 접어서 만드는 제작 방식은 비슷하나 아무래도 입체감이 있어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패러디 편선지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각종 간식과 아이스크림, 음료, 과자의 모양을 가지고 있기도 했으며 약 봉투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약, 도시락, 책가방부터 그 시절 사용했던 폴더폰 디자인도 존재한다.
디테일한 약봉투 패러디 편선지 /사진제공 인스타그램@ssoya__k
패러디 편선지가 유행하고 큰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세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생각보다 더 리얼하게 디자인되어 제작됐다는 점이 첫 번째다. 예를 들면 폴더폰 역시 액정 화면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기능이 모두 편지지에서도 구현되어 있으며, 시리얼 패키지 같은 경우에도 상자부터 내부에 들어가 있는 과자까지 전부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도안을 제공한다. 주로 외부 패키지는 입체로 구성되어 있고 편지 봉투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내부에는 편지지가 따로 담기는 형태였다. 패러디라는 것은 재미 요소도 놓쳐서는 안 되는데 적절하게 유머를 담으면서도 섬세한 표현 덕에 인기가 높았다는 여론이 다수다.
나무 젓가락부터 수프, 컵라면 용기 안의 라면까지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는 패러디 편선지 모습 /네이버 블로그 '째니의 블로그' 사진 제공
두 번째는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편선지의 매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면적인 편지지의 기능을 넘어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편지를 꾸밀 수 있다는 점인데, 제공된 도안을 통해서 만들기에 제작 과정이 쉽지만 스스로 입체 편지지를 만들어 보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독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은 패러디 편선지는 어떤 주제도 담을 수 있는 영역이었기에 디자인적으로 독창성이 매우 높았다. 또한 시대적인 모습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부분도 매력적인 요소다. 폴더폰 같은 경우에는 2000년대 대중적으로 사용했던 물건으로, 이렇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패러디로 담겨있어 지금 봐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폴더폰 디자인의 패러디 편선지 / 사진제공 인스타그램@soyani_95
물론 엽기, 유머 등 그 시대의 감성이 패러디 편지지에 잘 녹아들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잡지가 제공하는 콘텐츠만큼이나 이 핸드메이드 편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에는 잡지는 떼어내고 오로지 이 패러디 편지지만 따로 모아서 보관하는 마니아도 있을 정도다.


와와109가 돌아왔다, 텀블벅 통한 펀딩으로 만나볼 수 있어

점차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제는 와와109의 역사는 사라져가고 있다고 여겨질 때쯤 와와109의 한정판 호가 텀블벅 펀딩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리미티드 에디션호의 텀블벅 펀딩은 종료되었으며(2020년) 금액 달성 또한 759%로 매우 높은 퍼센트를 기록했다. 이에 와와109가 공개한 추가 공지글에 따르면 펀딩 성공과 높은 호응에 기존 안내보다 편선지 10P 추가하여 제작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와와109 리미티드 에디션호의 키워드는 역시 ‘추억여행’이다. 승차권을 패러디한 기차표 영수증이 동봉되어 있는데 ‘와와일공구호’를 타고 추억여행을 시작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외에도 목차를 살펴보면 와와109 감동 파노라마, 무리수 가득했던 그때 그 기사들, 와와 캐릭터 스토리, ㄱ나니? 라떼퀴즈, 추억의 심리테스트까지 다양하게 담았다. 또한 와와109만의 감성이 가득한 베스트 패러디 편선지들이 함께 구성되어 있어 편선지 수집가들의 흥미를 이끈다.
텀블벅 펀딩을 통해 발행된 새로운 와와109. 리미티드 에디션호 모습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yeonayeona96
텀블벅 펀딩을 통해 발행된 새로운 와와109. 아이양 캐릭터가 하트를 들고 있는 입체 편선지.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yeonayeona96
2021년 버전 와와109는 계간지 형태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4번의 잡지 펀딩을 계획했다고 전한다. 현재 2021년의 봄호는 발행이 되었으며 여름, 가을, 겨울호는 펀딩 진행에 따라서 결과를 알 수 있다.

2000년대 청소년 잡지 전성기 시절을 추억하며 많은 이들이 2021년 버전 와와109를 기대하고 있다. 당시에도 많은 학생의 관심과 참여로 콘텐츠가 구성된 만큼 새로운 와와109도 펀딩 참여자들의 이야기와 시대적인 모습을 다수 담으려는 시도를 선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발행된 와와109의 봄호 역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에 관한 콘텐츠를 이끌어 나가면서 동시에 펀딩 참여자들의 사연을 모집하는 독자 참여 코너 등을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를 동시에 담는 시도는 기존 2000년대 초반의 구독자 외에도 새롭게 2021년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와와109는 ‘라떼 시절’의 핫아이템에서 새로운 뉴트로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