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 덕후들이 건프라에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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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1-02-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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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이남코, 코로나19에도 50억엔 영업이익 내
애니메이션에서 실사까지 계속해서 나오는 건담 시리즈
건담 글로벌 챌린지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 중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건담 /flickr
[핸드메이커 김서진 기자] 장난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키덜트'라면 움직이는 로봇인 건담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 작품인 '기동전사 건담'을 시초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일본 및 세계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서브 컬처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건담은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어른들까지 매니아층이 많은 편이다. 움직이는 로봇에 대한 로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를 반증하는 것처럼 2018년 '기동전사 건담'은 실사 영화로도 제작이 확정되었으며, 40여년 간 극장판 애니메이션, 소설, 비디오게임, 건프라 등으로 재생산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에 주요 이스터에그로도 등장해 팬들이 열광하기도 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 등장한 건담 /시네마투데이 유투브
화려하면서도 마치 사람처럼 움직이는 이 로봇은 무엇보다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장식장에 진열을 해 놓을 수도 있으며, 만화에서나 보던 건담을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만화 세계에서만 존재하던 로봇을 현실로 끄집어내 진짜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건담의 사랑스러운 점이다.


키덜트들을 사로잡는 건프라
건프라 /flickr
건담과 프라모델의 합성어인 건프라는 일본의 모형 완구 제작사인 반다이에서 제작, 판매하는 '기동전사 건담'의 캐릭터들을 입체화한 제품들을 가리킨다.

건프라는 1980년대 시판되어 프라모델 붐을 조성했고 전차나 비행기 모형처럼 실제 크기의 60분의 1, 100분의 1, 144분의 1 등 다양하고 새로운 스케일로 만들어졌다. 가상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처럼 정밀한 설정과 제품의 마무리가 참신하다는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새로운 애니메이션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새로운 프라모델을 발표해 팬층을 확대하고 매니아층을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반다이가 참여한 기동전사 건담 완구화 계획의 일환으로 발매된 단순한 로봇 프라모델 키트로 시작했지만, 상업성이 높아지며 현재는 일반 소비자들조차 건담이라는 만화는 몰라도 건프라는 알 정도다.

실제로 건담 시리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제 손으로 직접 조립하고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어 건프라를 구매하는 일반인들도 많다. 전세계에만 7.7억개가 판매되었다고 하며, 매년 반다이가 주최하는 세계 건프라 경연 대회인 건프라 빌더즈 월드컵이 개최될 만큼 인기가 많다.

최초의 건프라가 출시된 지 40년이 지난 뒤에도 대다수의 제품들이 단종되지 않고 꾸준히 판매되고 있으며 2015년 10월에 나온 신상품부터 글로벌 판매를 위해 매뉴얼에 영어를 추가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조립 설명서에 일본어로만 설명이 되어 있었지만 그림과 문자, 부호를 이용해 언어 없이도 의사 전달이 가능했다.

건프라의 디자인은 설계, 도면 제작, 시제품 제작, 3D스캐닝과 모델링 작업, 설계 검토 및 수정, 금형 제작, 사출, 마지막 포장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건담은 무엇보다 진짜 같은 메카닉 설계와 팬층의 관심을 유지하는 기술 혁신을 추구해 매니아층의 인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 이상의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건프라 /flickr
반다이남코는 2020년 회계연도 실적 발표를 통해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7239억엔(8조3628억원)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 감소한 787억엔(91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이한 건 전체 매출이 줄었음에도 오히려 토이·하비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09억엔(1,259억원), 영업 이익은 50억엔(577억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건프라 같은 취미에 자연스레 더 많이 접하게 되었고 결국 건프라 수요가 더 늘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향에서 실제 크기로 태어난 건담
2017년까지 서 있었던 퍼스트 건담 /flickr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2009년부터 일본 도쿄의 오다이바 다이버시티 도쿄플라자에 건담이 세워졌다. 줄곧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던, 건담 'RX-78'을 모델로 했던 이 퍼스트 건담은 2017년 3월, 8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사람들과 헤어졌다. 이 자리에서 '건담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을 비롯,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건담의 임무 수행 완료를 축하했다.

요시유키 감독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불과했던 건담이 팬들의 사랑으로 새롭게 재창조됐다"며, "감독으로서 팬들에게 감동과 사랑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철거된 건담 대신 2017년 9월, 실물 크기의 '유니콘 건담' 전시가 도쿄 오다이바의 다이버시티 도쿄 플라자에서 새롭게 시작되었다.
퍼스트 건담의 뒤를 이어 전시 중인 유니콘 건담 /flickr
오다이바의 명물인 유니콘 건담은 반다이남코 홀딩스와 소츠 등의 4개 회사가 공동 제작한 것으로, 이들 기업은 "2017년 도쿄 건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니콘 건담'을 설치했으며, 박력 있는 새로운 실물 크기 건담이 도시 활성화에도 공헌할 것이다"고 밝혔다.

유니콘 건담은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30분 간격으로 조명을 쏴 야간 연출을 시행해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오후 1시, 오후 3시, 오후 5시에 각각 로봇의 일부 패널이 변형되고 라이팅 효과를 내는 '디스트로이어 모드'를 볼 수 있어 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만화의 한 장면이 아닌 현실이다 /flickr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건담이 실제로 무릎을 꿇는 모습을 요코하마에 가면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40주년을 맞아 ‘건담 팩토리 요코하마’가 개발한, 요코하마시 니카구 야마시타 부두의 약 9000㎡ 부지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퍼스트 건담은 실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크기와 거의 같도록 재현했다.

높이 18m, 무게만 25톤에 달하는 이 건담은 초기 건담 모빌슈트인 ‘RX-78’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건담 내부 프레임은 강철 재질, 외부 장갑은 카본 소재를 사용해 200개 이상의 조각으로 구성되었으며 손가락과 무릎 관절 등을 구부리는 등 전신의 34곳을 움직일 수 있다.

관람객들은 아쉽게도 건담에 직접 탈 수는 없지만 건담 근처의 ‘독 타워’를 통해 몸체를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건담 조종석에 설치된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주인공처럼 조종 유사 체험을 할 수 있는 VR 돔 콘텐츠 코너 등이 들어선 ‘건담-랩’도 마련되었다. 관람객이 조종석에서 보는 영상은 실제 움직이는 건담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비춰 주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이 정도 거리에서 건담을 실제로 볼 수 있다 /flickr
'건담 글로벌 챌린지'는 18m의 실물 크기 건담을 움직이게 하고, 일반에 공개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14년부터 계획을 진행했다고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계획을 모집해 연구자, 엔지니어, 크리에이터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논을 거듭하고, 설계와 검증을 반복했다. 실제 움직이는 이 건담을 만들기까지는 약 6년의 시간이 걸렸다.

움직이는 이 건담은 건담 로봇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건담 팩토리 요코하마’의 핵심 시설이다. ‘건담팩토리 요코하마’ 프로젝트는 '기동전사 건담' 애니메이션 방영 40주년 기념으로 기획되었고, 만화를 보며 실제 크기의 건담을 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2020년 12월 18일, ‘건담 팩토리 요코하마'의 오프닝 세리머니 중 토미노 요시유키 총감독은 "두 발로 걷는 건담을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 현재로서는 18m의 거구를 움직이는 것만 해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했다"고 사과부터 전했다.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건담 /flickr
'기동전사 건담'의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이 건담은 '최대 크기의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최대 크기의 움직이는 건담'을 인증받아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랐다. 실제 사이즈의 건담이 있는 ‘건담 팩토리 요코하마’는 원래 2020년 10월 개관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개관이 미뤄졌고, 두 달 후인 12월부터 일반에 공개되었다. 건담은 2020년 12월 19일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덕후들에게 사랑받는 건담의 힘
건담 /flickr
반다이남코 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건담 글로벌 챌린지’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꿈의 도전, 건담이 움직인다, 세계가 움직인다’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설립된 사단 법인 ‘건담 글로벌 챌린지’는 실제 설계와 설치, 제작, 조정을 거쳐 처음엔 2019년 최종 결과물로 18m의 건담을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굳이 2019년으로 정한 이유는 로봇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1화의 방영일이 1979년 4월 7일, 즉 2019년이 40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오다이바 건담’이 설치된 2009년은 건담 탄생 30주년이었다. 비록 여러 일정과 코로나19로 인해 1년 미뤄진 2020년에 요코하마에서 일반에 공개되었지만 어쨌든 그들의 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늠름한 건담의 모습 /flickr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의 총감독으로 '건담 글로벌 챌린지' 프로젝트에서도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토미노 요시유키는 "거대 인간형 기계를 움직인다는 것이 공학적으로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것을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놀라운 응용 기술이 탄생할 것이다"고 전했다.

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 건담을 직접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건프라를 만들어냈고, 덕분에 일반 사람들도 작은 크기의 건담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만화에서 나오는 실제 크기의 건담까지 구현해내 일명 '덕후'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실제 크기의 건담 구현에 이어 그들이 다음 목적지는 과연 어디일지, 이쯤 되면 정말 애니메이션에서 본 것처럼 우주에서 건담이 날아다니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인지 덕후들의 심장은 오늘도 두근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