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나면 ‘가족애’ 솟아나는 영화 4편

29STREET
29STREET2020-09-28 14: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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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Bank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고 지냈다는 게 이런 걸까.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 한 끼 먹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 돼 보니 이제서야 그 소중함이 절실히 와닿는다.

이번 추석 고향에 내려가길 일찌감치 포기한 에디터 RAN은 혼자 긴 연휴를 보낼 생각을 하니 살짝 서럽기도 하다. 원래 아플 때, 명절 때 가족이 제일 그립다고 하지 않나. 다 같이 밥 먹고 난 뒤 거실에 앉아(혹은 누워)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떠들던, 별것 아니었던 일들이 별일이 되고 나니 마음이 헛헛해진다.

그래서 이 헛헛한 마음을 가족애로 채워줄 영화 4편을 골라봤다. 이번 연휴는 가족과 함께 추석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에게도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반추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
내 자식인 줄 알았는데, 남의 자식이라니…!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6년간 키운 아들이 친자가 아닌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걸 알게 된 두 가족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료타는 한 마디로 ‘돈은 잘 벌지만 바쁘고 무심한 아빠’다. 어린 아들 케이타에게 엄격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인 료타. 그는 아이가 바뀐 사실을 알게된 후 자신의 친자인 류세이와 그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류세이를 키워 온 유다이는 형편은 넉넉하지 않지만 늘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자상한 아버지다. 형편과 양육 환경이 전혀 다른 두 가족은 그동안 키워 온 아들을 서로 바꿔 키우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잔잔하게 흘러간다. ‘여기서 울어!’라며 관객들의 눈물을 뽑아내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장면도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눈가가 촉촉해져 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카메라 장면에선 어느새 눈물이 난다. 어디선가 봤던 글이 생각난다.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의 부모인 사람은 없다고, 다들 어머니가 처음이고 아버지가 처음이라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었을 부모님이 생각나는 영화.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후쿠야마 마사, 릴리 프랭키 등
📼 등급 전체 관람가
📼 러닝타임 121분


<클릭>
영화 ‘클릭’ 포스터
세상을 내 맘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면? 영화 <클릭>은 평범한 직장인 마이클이 모든 걸 조정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을 얻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가정보다 일이 우선인 마이클. 집에 리모컨이 너무 많아 헷갈려 하던 중 여러 기기를 하나의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만능 리모컨을 얻게 된다. 이 만능 리모컨은 기기뿐만 아니라 일을 방해하는 시끄러운 강아지 울음소리, 아내의 잔소리 볼륨까지 낮춰주는 게 아니겠나. 게다가 짜증나는 출근길도 빨리감기 버튼으로 순식간에 넘길 수 있다. 그렇게 마이클은 리모컨으로 듣기 싫은 소리는 줄이고, 하기 싫은 일은 스킵 해버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리모컨의 부작용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클릭>은 참신한 설정, 그리고 웃음과 감동, 교훈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영화다. ‘있을 때 잘하자’라는 뻔한 가족 영화의 주제를 만능 리모컨이라는 설정으로 재밌게 풀어간다. 영화는 너무 당연해서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던 가족이란 존재의 소중함과 특별함을 일깨워 준다. 지금은 빨리 감아 버리고 싶은 시간도, 언젠가는 되감아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인생의 교훈이 담긴 영화.

📼 감독 프랭크 코라치
📼 출연 아담 샌들러, 케이트 베킨세일, 크리스토퍼 월켄 등
📼 등급 12세 관람가
📼 러닝타임 107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포스터.
반복된 일상을 보내던 그녀에게 찾아온 이별의 순간.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며느리, 아내, 그리고 어머니의 이름으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사는 한 여자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 무뚝뚝한 남편, 언제나 바쁜 딸, 철없는 아들, 그리고 이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여자 인희.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오던 어느 날, 인희는 자궁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희는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하는데…

영화 속 인희는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등 일부 설정만 제외하면 우리네 엄마의 모습 그대로다. 밖에선 착하고 예의바른 척 행동하면서 엄마에게는 이기적이고 못 되게 말하는 자식의 모습까지도 우리와 꼭 닮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를 향한 미안함이 솟구치고, 반성의 눈물이 흐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당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그런 영화. (※가족과 함께 영화를 시청할 시 폭풍 눈물로 인해 서로 민망해 질 수 있으니 혼자 볼 것을 권한다)

📼 감독 민규동 
📼 출연 배종옥, 김갑수, 김지영 등
📼 등급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125분

<히트맨>
영화 ‘히트맨’ 포스터.
아빠가 된 전직 암살요원!? 영화 <히트맨>은 웹툰 작가가 된 전설의 암살요원이 위험에 처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이야기다.

부모를 잃고 고아로 살던 준은 국정 요원 덕규로 인해 비밀 프로젝트 방패연 소속 인간병기로 키워지게 된다. 이후 준은 전설의 요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지만, 웹툰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국정원을 탈출한다. 이후 준은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웹툰 작가로 살아던 중 술김에 1급 기밀인 요원 시절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린다. 이 웹툰은 대박이 나지만, 이로 인해 준은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타깃이 된다. 준은 자신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히트맨>은 앞서 소개한 영화들에 비해 가족애라는 주제가 다소 약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딸과 아내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날리는 가장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으로 가족애를 드러내는 영화가 아닐까. 게다가 어렵고 무거운 스토리는 대개 좋아하지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웃고 떠들며 보기에도 제격이다. 사실 액션 영화에서 가족애는 단골 소재다. 주인공이 적들과 싸워서 이겨야 할 명분에 가족이 포함되면 주인공의 간절함은 배가 되고 보는 이들은 주인공을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게 되는데, <히트맨>도 그렇다. 누군가는 <히트맨>을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스토리라며 B급 감성 영화라고 혹평하지만, 세련되지는 않아도 직설적으로 웃음과 감동을 주는 B급 감성의 매력이 잘 드러난 영화.

📼 감독 최원섭
📼 출연 권상우, 정준호, 황우슬혜 등
📼 등급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110분

에디터RAN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