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마피아 보스가 우유 유통기한 표시를 만들었다?

마시즘
마시즘2020-10-0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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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아니라 우유를 팔려다 보니
마피아가 마켓컬리가 되어버렸지 뭐야
마피아를 영화와 GTA 게임으로 배운 마시즘. 그에게 마피아란 결혼식장 양복을 빼입고 시가를 피우며 점잖게 대화를 하다가도. 다음번에 만나면 기관총을 두다다다 날리는 분노조절에 큰 문제가 있는 이들이었다. 이런 마피아 캐릭터의 롤모델 중 하나는 ‘알 카포네(Al Capone)’가 있다. 그런데 음료 미디어 마시즘이 왜 갑자기 마피아 이야기야?
(사진만 봐도 무서운 퍼블릭 에너미의 첫 번째 인물 ‘알 카포네’)
이는 퍼블릭 에너미(공공의 적) ‘알 카포네’의 인생에서 음료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술을 마실 수 없을 때 밀수한 술을 팔아 1억 달러를 번 남자(1927년 기네스에 올랐다). 그것도 모자라 우유병에 적혀있는 ‘유통기한’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아니 왜? 갑자기 우유를… 그랬어요?
금주법과 함께 떠오른
알 카포네의 시대
알 카포네는 시작부터 음료였다. 그가 떠오른 배경에는 1920년 미국에서 시행된 ‘금주법(Prohibition)’이 있다. 미국 전역에서 알콜음료 마시는 것을 금지한 사건이다.

금주법이 시행되자 사람들은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는 거짓말. 실제로 누구도 음주를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시민들은 전날까지 ‘광란의 밤’을 보냈으며, 지하실에 술을 비축해놓았다고. 하지만 이 마저도 떨어지자 전국민적인 금단현상이 일어났다. 이를 (불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알 카포네가 나섰다.

‘알 카포네’를 비롯한 마피아들은 밀주를 판매하게 된다. 금주법 이전 미국의 5번째로 큰 산업인 ‘주류시장’이 마피아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중 알 카포네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시민들은 물론 공무원, 경찰, 정치인까지 그의 술과 돈이 닿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주머니에 쏙 넣어 술을 마시는 포켓 위스키병의 유래가 알 카포네라는 설도…)
심지어 단속반의 눈을 피해 바지 주머니에 숨길 수 있는 포켓 위스키 병(힙 플라스크, Hip flask)을 그가 발명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전 시대에도 종종 쓰이는 모양이기에 발명까지는 아니고, 금주법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포켓 위스키 병을 대중적으로 유행을 시켰다고 볼 수는 있을 듯하다.

이런 거칠 것 없는 알 카포네의 행보에 의문을 떠오르게 한 음료가 있었다. 바로 ‘우유’였다.
우리가 멍청했어 술이 아니라
우유를 팔았어야 했는데!
밀주를 통해 돈을 만지던 알 카포네는 어느 날 우유야 말로 돈을 만질 수 있는 아이템임을 깨닫는다. 그는 조직원들에게 “모두가 매일 찾는 상품을 취급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알콜 중독자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사람들은 파티할 때 진이나 스카치 한두병 정도 사는 게 전부야. 노동자들은 토요일 밤에 맥주를 6병 정도 사는데 그거면 그 주의 몫은 끝이지. 하지만 우유는 말이지! 모든 가족들은 매일 우유를 식탁에 올리려 해!”

그렇다. 미국은 1800년대 중반부터 우유 소비가 치솟은 국가였다. 그는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하는 우유를 주목하기도 했고, 허울뿐인 금주법 시대의 끝을 대비해야 했다. 알 카포네는 우유야 말로 밀주보다 이익이 큰 사업이라고 조직원들에게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엉뚱한(?) 말을 남긴다.

“정말이지 우리는 엉뚱한 사업에 종사했어.”
뜻밖의 우유 유통혁명
사람들의 건강을 구하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우유사업은 소비는 많아도, 품질이 엉망인 시장이었다. 상한 우유가 랜덤박스처럼 배송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니(1854년 뉴욕의 사망자 1만 5,000여 명 중 8,000여 명이 상한 우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러시안룰렛이라고 해야 할까?

안 그래도 상하기 쉬운 우유를 넓은 땅에 배송시키려니 품질 저하가 일어났고, 낙농업자들의 위생관념도 엉망이었다. 그들은 냉장보관 따위는 하지 않았고, 우유의 색깔을 위해 분필가루를 넣거나, 남은 우유를 새로운 우유에 섞어서 팔기도 했다.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로비를 통해 ‘상한 우유는 진짜 우유와 같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쪽이야 말로 마피아 같은데.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을지도 모르는(?) 당시의 우유)
이런 시장에 알 카포네가 등장한다. 문제는 그가 불법인 술은 팔아도 품질은 양보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을 가졌다는 것. 알 카포네는 엉망인 우유산업에 손을 대려 했고 우유 마피… 아니 낙농조합들은 알 카포네를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알 카포네는 위원장을 납치해(그는 마피아다) 그들을 막았다.

알 카포네는 자신들이 밀주를 팔던 스킬을 우유에 도입한다. 농장주를 협박해 품질이 좋은 우유만을 받았고(분필이라도 섞는 날에는 분필이 될 수 있…다), 밀주를 판매하던 유통망을 이용해 미국 전역에 우유 냉장 배송 시스템을 만든다(당시에는 상온 배송이 많았다).

마지막으로는 모든 우유병에 유통기한을 표시하게 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품질보증을 하자는 것. 다른 하나는 낙농업자들이 우유병에 날짜를 찍는 기계를 알 카포네에게서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계를 매점매석해서 팔려다가 뜻밖의 우유 유통기한을 만들어 버렸다.
밀주부터 우유까지
알 카포네가 남긴 것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품질이 안되는 음료는 마피아만큼 위험하다고…)
오랜 병폐처럼(?) 쌓여있던 우유산업을 한순간에 바꾼 알 카포네. 그의 우유사업은 3개월 만에 종료된다. 알 카포네가 11년간 철창신세를 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각종 범죄 혐의에도 잡히지 않았던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탈세’였다고 한다. 세금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알 카포네와 우유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선한 의도를 가진 행동들도 때론 나쁜 결과를 부르듯, 나쁜 의도를 가진 행동도 선한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물론 윤리적 기준이 아닌 소비자만을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가 만든 우유 유통시스템은 현대까지 정착이 되어, 안심하고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마피아 영화의 흥망성쇠를 보는 것처럼 참 아이러니한 여운이 남는다.
참고문헌
- Al Capone and the Short, Confusing History of Expiration Dates, Gigen Mammoser, VICE, 2016. 11, 18
- How the Capones Strong-Armed Their Way Into the Dairy Business, Paula Mejia, Gastro Obscura, 2018.2.9
- HOW AL CAPONE MANAGED TO CHANGE MILK FOREVER, Thomas Lethbridge, Twisted, 2018.4.26
-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미국의 역사 / 질비아 엥글레르트(장혜경 옮김) / 웅진 지식하우스 / 2006
- 누굴까, 시궁창 같던 미국의 우유 유통제도를 바꾼 사람은, 경민기, PPSS, 2019.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