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맛이 깃든 아버지의 과자, '센베이'와 '화과자'

바이라인2020-08-06 0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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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추억의 과자, 센베이는 일본의 화과자?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많고 종류도 다양한 화과자, 일본의 잔재일까? 소중한 추억일까?
[핸드메이커 김강호 기자] 센베이(煎餅, senbei) 과자를 아는가? 젊은 세대들은 그렇게 자주 먹지 않지만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옛날 과자이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가 퇴근하시고 센베이 과자가 가득 담긴 흰 봉투를 들고 오시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어린 시절의 우리도 아버지가 사온 센베이 과자를 맛보곤 했지만 역시 요즘 세대들의 입맛에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아직도 이런 옛날 과자를 좋아하는 경우가 있다면 아마 친구들에게 소위 말하는 '아재 입맛'이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센베이 과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다.

호미제과
아버지 세대의 추억이 담긴 화과자

그런데 센베이 과자는 우리나라 과자가 아닌, 일본의 전통 과자인 화과자(和菓子)에 속한다. 그리고 센베이뿐만 아니라 풀빵, 모나카, 양갱, 만쥬, 오란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옛날 과자도 화과자이다. 사람들은 센베이라는 말이 가장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센베이 과자를 다른 화과자를 모두 총칭하는 단어로 쓰기도 한다.

일본의 화과자는 불교와 함께 발전했다. 불교가 융성한 고려 시대에 한과가 발달했던 것과 비슷하다. 불교 문화권에서는 육류 섭취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 차와 과자를 즐겼다. 그리고 화과자가 일본의 과자라고 하지만, 중국과 대만에서 전해진 것도 많고 우리 한과의 재료, 요리 방법과도 비슷한 것이 많다.

나라 시대(710~794)와 헤이안 시대(794~1185)에는 당나라, 한반도의 과자가 유입되었고 이후에는 유럽의 과자 조리 기술이 전래되기도 했다. 에도 시대(1603~1867)에 들어서 일본식으로 체계화된 오늘날의 화과자가 탄생했다. 이렇게 보면 화과자도 다양한 문화 교류를 통해 탄생한 다문화적인 요소를 엿볼 수 있다.

에도 시대에는 특히 평화가 계속되면서 전사 계층인 사무라이들에게도 예의범절이 요구되었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기본 교양 소양인 다도(차 마시는 예절)와 참선(불교수행법) 등이 유행했고 거기에 곁들여 화과자가 함께 발전했다. 화과자는 차의 쓴맛을 덜기 위해 단맛이 강하고 기름기는 별로 없는 것이 많았다.

모찌와 양갱 / 위키피디아
도라야키 / 위키피디아
다채로운 종류를 자랑하는 화과자

화과자는 워낙 인지도가 높고 종류도 많기 때문에 양과자와 대비되는 동양의 전통 과자로 내세워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가 있을까? 화과자 종류는 반죽의 수분함량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나마가시(생과자)는 수분 함량이 40% 이상이며 한나마가시(반생과자)는 20~30% 히가시(건과자)는 20% 미만이다.

나마가시에는 각종 '모찌'가 포함된다. 찐 찹쌀로 만든 반죽에 팥이나 과일, 콩가루 등 내용물을 넣은 것으로 우리의 찹쌀떡과 비슷하다. 또한 감자, 콩, 수수, 깨 등 다양한 곡물로 반죽하고 꿀을 바른 경단을 꼬챙이로 꽂아 먹는 '당고(団子, 단자)'도 있는데,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밀가루와 쌀 반죽에 고구마, 밤 등 앙금을 넣고 구워 만든 '만쥬'도 익숙한 음식이다. '도라야키'는 계란과 밀가루, 설탕을 섞은 둥글납작한 반죽 두 개를 굽고 그 사이에 팥을 끼워 넣은 빵 형태의 과자이다. 일본의 유명 만화 주인공인 도라에몽이 즐겨 먹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모나카 / 위키피디아
한나마가시 중에 '모나카'는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밀고 구운 다음에 다양한 팥소를 넣은 것인데, 반죽이 얇아 달달한 팥소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국내 대기업의 제품인 붕어싸만코, 시모나 등이 이들 모나카를 참고해 아이스크림 형태로 만든 것이다. '양갱' 역시 우리가 모를 수가 없는 화과자인데, 일본에서는 요캉이라고 불린다.

센베이 /photo-ac
히가시의 대표는 역시 '센베이'이다. 한자음은 전병이지만 우리가 떡 요리로 아는 전병과는 다르다. 센베이는 사각형 모양의 넓적하고 바삭한 과자에 김을 부리거나, 땅콩을 박은 것이 있고 혹은 동그란 모양도 있다. 또 생강을 넣고 돌돌 말은 것도 있다. 그리고 한문 등 문양을 새기기도 하는데, 양과자와 대조되는 동양적 디자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센베이는 밀가루와 달걀, 설탕을 섞어 반죽하고 틀에 넣어 굽는다. 혹은 찐 쌀가루 반죽을 넓게 펴서 굽거나 튀겨 만든다. 센베이는 나라시대에 전해진 중국의 토우가시라는 과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에도시대에는 전 국민이 센베이를 먹었고, 쌀가루로 만든 것은 뒤늦게 등장했다. 관서지방에는 밀가루를, 관동에서는 주로 쌀로 만든 것을 먹었다.

유튜버 상어이모가 만들어본 수제 오란다 / 유튜브 캡처
'오란다'도 센베이 다음으로 많이 먹었던 과자가 아닌가 싶다. 본 기자는 아버지가 사 오신 다른 것보다 오란다를 가장 좋아했다. (다만 너무 먹다보면 입천장이 아프다) 우리의 강정 형태와 비슷한 이 과자는 밀가루로 만든 과자 알갱이를 기름에 튀기고 꾹꾹 눌러 굳힌다. 그리고 물엿과 각종 견과류를 묻히고 잘라서 모양을 낸다. 오란다란 말은 원래 네덜란드를 부르는 일본 말이지만 중국 전병의 일본 말인 센베이처럼 직접적 연관은 없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많이 판매하는 국화빵 / 위키피디아
붕어빵과 국화빵도 원래 화과자이다?

겨울철 길거리 대표 음식이라면 붕어빵, 계란빵 등을 빼놓을 수 없다. 노점상에서 철판으로 찍어낸 이들 따끈따끈한 빵들은 추운 겨울 몸을 녹이고, 허기를 채우는 별미 중의 별미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식문화 깊이 스며든 이들 음식들도 일본 화과자 종류인 '풀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풀빵은 철판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부어 굽는 모든 음식을 포괄하는 단어이다. 전형적인 일본 음식으로 잘 알려진 '타코야끼' 뿐만 아니라, 붕어빵·계란빵·국화빵·땅콩과자·호두과자·델리만쥬 등이 모두 풀빵에 속한다. 풀빵은 밀가루에 물을 섞어 밀가루 풀을 만들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풀빵은 만들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해, 금세 서민들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60, 70년대에는 특히 노동자들의 대표 음식이었는데, 노동운동가, 전태일(1948~1970)이 밥을 굶으며 일하는 여공들에게 자기 차비로 풀빵을 사주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힘들었던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눈물 젖은 빵이었던 것이다.

이들 풀빵은 원래 일본에서 서양의 와플 만드는 기술에 영향을 받아 일본식으로 변형시켜 만든 것이다. 붕어빵, 국화빵 등 다양한 풀빵의 차이는 단지 찍어내는 틀에 따라 달라지는 문양일 뿐이다. 대부분 팥을 넣지만, 요즘은 다양한 취향을 반영해 각종 견과류, 고구마, 슈크림, 피자 등 재료도 넣고 있다. 풀빵이 돌고 돌아 다시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방법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남부전병이라는 한자가 새겨진 센베이 / 위키피디아
현대의 화과자, 돌고 도는 문화 속에서 다채로워져

화과자는 일제강점기에 도입되어 널리 퍼졌다. 그렇기에 아버지 세대는 일제의 잔재가 많이 남은 시대를 살았기에 화과자도 자주 접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오늘만큼 먹거리가 그렇게 풍부했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화과자만큼 저렴하고 만들기 쉬우면서 맛있는 군것질거리도 없었을 것이다.

화과자는 공장에서 먹는 것보다는 수제가 맛있다. 화과자의 매력은 원래 손맛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마 아버지가 요즘 과자는 옛날 맛이 안 난다고 불평하는 것을 몇 번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식생활이 풍족해지고 화과자를 찾는 것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이제는 질 낮은 공장식 화과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몇몇 수제 제과점들은 전통과 명맥을 유지하며 꾸준히 단골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일본에도 과자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 파는 곳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수제 과자는 업체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손 맛이 다르기 때문에 찾아 먹는 매력이 있다. 또한 요즘 몇몇 화과자는 아주 고급스럽게 장식해 예술 공예 분야로 활용되기도 한다.

몇몇 사람들은 아마 우리가 자주 먹었던 이러한 수많은 과자들이 일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거부감을 느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래가 어디였든 간에 이들 음식은 분명 우리의 추억이며,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화과자의 다양한 종류는 일본 안에서만 모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화과자는 일본만이 아닌 한국, 중국, 서양, 대만 등 수많은 나라가 참여하고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이다. 현재도 화과자는 예술공예가 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시도하는 등, 더욱 맛있고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일재의 잔재로만 평가하지 말고 서민들과 함께 해왔으며 지금도 이어지는 추억으로 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