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출시된 첵스 파맛을 대하는 ‘어른이’들의 자세

여성동아
여성동아2020-07-10 1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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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시리얼 업계의 핫 이슈는 첵스 파맛 출시다. 16년 만에 출시된 첵스 파맛은 여러 어른이를 추억에 잠기게 만들었다. 대파 대용품으로 첵스 파맛을 요리에 사용하는 크리에이터도 등장했다.

“파맛 투표한 꼬마가 커서 입사한 후 추진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

농심켈로그가 올린 ‘첵스 파맛’ 출시 예고 영상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1만2000개)를 받은 댓글이다. 제품 출시까지 16년이 걸린 첵스 파맛의 일화를 담은 한 줄 평이다.

요즘 장안의 화제, 첵스 파맛의 탄생 스토리는 이렇다. 2004년 12월 농심켈로그는 자사 시리얼 제품인 첵스를 홍보하기 위해 ‘첵스초코나라 대통령 선거’를 시행했다. 선거는 더욱 진한 초콜릿 맛을 선보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체키와 파맛 시리얼을 출시하겠다는 차카의 양자대결로 진행됐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차카가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자 일이 커졌다. “정말 파맛 시리얼을 출시할 지 두고 보자”며 차카에게 네티즌들의 표심이 몰린 탓이다. “곰탕에 파 대신 넣어 먹으면 속이 든든할 것 같다”는 둥 각종 기대가 커뮤니티를 달궜다. 이에 농심켈로그 측은 중복 투표 가능성을 지적하며 득표를 재집계했다.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와 현장투표를 더한 끝에 결국 체키가 첵스초코나라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네티즌은 체키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농심켈로그는 부정선거를 저지른 악덕 업체로, 체키는 독재자로 부르는 놀이 풍토가 인터넷이 퍼졌다. 부정선거를 기억하자며 독재자 체키를 규탄하는 우스갯소리는 각종 패러디로 재탄생해 확산됐다.

요리왕비룡·허팝·옐언니 등 여러 크리에이터들은 첵스 파맛을 이용해 요리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유튜브 캡쳐]
그로부터 16년이 지났다. 모두가 조금씩 포기할 무렵 이변이 발생했다. 농심켈로그가 7월 1일 신제품 첵스 파맛을 전국 대형마트와 온라인 채널에 한정판으로 출시한 것. 농심켈로그 측은 “첵스 파맛은 끊임없는 소비자의 관심과 요청으로 탄생했다. 무려 16년 간 인터넷 상에서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은 제품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며 “한정판매 수량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 반응을 보고 추후 정식 출시 등도 고려해 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새로 출시된 파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은 뜨겁다. 보다 먼저 첵스 파맛을 맛볼 수 있는 50명의 시식단 모집에 1만4200명이 접수했다. 경쟁률은 284대 1. 출시 이틀 만에 온라인 채널로 유통된 상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SNS에서는 16년만의 승리를 자축하는 각종 게시물이 넘쳐났다. 제품 출시를 기다리던 어린이들은 어느덧 SNS를 적극 활용하는 어른이 됐다. 인스타그램에 #첵스파맛을 검색하면 구매 인증을 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오랜 기다림이 배신으로 되돌아왔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농심켈로그는 달콤 짭짤한 중독성 있는 단짠 맛을 첵스 파맛의 매력으로 꼽았지만 전에 없던 파맛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제품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장난스러운 사진을 담은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체키가 독재자이긴 했지만 일은 잘했다”며 과거사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졌다.

16년 간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레시피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크리에이터들에게 첵스 파맛 요리법 영상을 올리는 것은 하나의 통과 관문이 됐다. 틱톡 크리에이터 옐언니 역시 6월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첵스 파맛을 이용해 파김치를 만드는 영상을 올렸다. 구독자 370만 명을 보유한 초통령 유튜버 허팝은 7월 2일 삼계탕에 파 대신 첵스 파맛 넣기, 시리얼을 부숴 파전을 만들기 등 각종 레시피를 선보였다.

첵스 파맛 홍보모델로 선정된 가수 태진아(67) 씨. [농심켈로그 제공]
“늦어져서 미안합니다.” 소비자의 뜨거운 호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일까. 농심켈로그가 파맛 첵스를 출시하며 사과 문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품 모델로 선정된 가수 태진아는 홍보 영상에서 파 모양의 마이크를 들고 자신의 히트곡 ‘미안 미안해’을 개사한 CM송을 부르며 소비자들에게 사과했다. 첵스 파맛 사태로 민주주의를 몸으로 배웠던 한 어른이는 사과를 들으며 해당 영상에 조용히 댓글을 남겼다. “차카 선생님. 당신의 제자들이 드디어 뜻을 이뤘습니다. 이제 아름다운 우유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민주주의 만세!”

글 최진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