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음료들아 내게 힘을 줘! 힘을 주는 음료 4

마시즘
마시즘2020-07-06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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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가 가득한 헬스장을 혼자 걷는다. 자전거를 타지도, 덤벨을 들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이곳을 나온 후에 마실 새로운 음료뿐이다. 카운터에 있는 관장님은 외친다. “처음 보는 분이네요. 등록하러 오셨나요?” “아니요. 신발 가지러 왔는데요.”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신상털이. 헬스장에서 물만 마셨던 마시즘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운동을 할 수 없다면
음료는 어떨까?
올해는 건강을 챙기겠다며 야심 차게 헬스장을 장기등록했다. 신발도 사고, 운동을 하면서 마시는 물이 꿀맛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운동을 안 가고 집에서 잠을 더 자는 게 더 꿀맛이라는 깨달음을 얻기 전까진 말이다. 덕분에 내 인생에 ‘운동’은 마블 영화보다 먼 세계 이야기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의 건강을 위한 본격적인 운동은 포기하겠어! 그렇다면 음료는 어떨까? 오늘은 우리의 지친 몸에 에너지를 주는 신상음료들을 털어본다

헬린이 버전의 아침음료
하루야채 프로틴밀
- 장점 : 맛있고 건강한 미숫가루
- 단점 : 야쿠르트 선생님 찾는 게 더 운동됨


2019년이 ‘언더아머’의 해였다면, 2020년은 ‘프로틴 음료’의 해가 될 것 같다. 야채음료의 왕 ‘하루야채’에서 프로틴 버전이 나올 정도면 말이다. 하루야채는 평소 쇠약한 기운과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주유소 기름처럼 채워왔던 음료다. 그런데 왜 ‘프로틴밀’이야?

프로틴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요즘에는 ‘프로틴’을 소재삼아 여러 신상음료가 나오고 있다. 일단 건강에 대한 욕구도 있지만, 아이유처럼 다이어트 식단에 프로틴 음료를 넣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보충제에는 맛으로 좋지 않은 기억과 타 먹기 귀찮았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었다. 하루야채 프로틴밀은 잘 만든 미숫가루에 가까운 담백한 맛이 난다는 게 좋은 점이다. 야채 권장량 350g을 채움이라는 문구도 좋고, 식물성 단백질 역시 하루치를 충족시킨다고 한다. 한방에 여러 가지를 채우는 패키지여행 같은 거라고 할까?

(멈추지 않고 먹어야 하는 하루야채의 진격)
아쉬운 점도 있다. ‘하루야채’는 편의점과 마트가 아니라 야쿠르트 아…니 프레쉬 매니저 선생님께 사야 한다는 점이다. 낯을 가리는 마시즘에게는 ‘뭐 있냐’라고 묻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따로 제품을 사기가 어려우면 주문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매일 낯을 가리며 건강을 채우고 있다(…)

요거트는 묵직해야 한다
요플레 프로틴
- 장점 : 보충제를 생각하면 상큼하고 맛있음
- 단점 : 요플레를 생각하면 묵직하고 아쉬움


야쿠르트 프레쉬 매니저님께 찾을 수 있는 프로틴 음료가 ‘하루야채 프로틴밀’이라면, 편의점에서 가까이 찾을 수 있는 프로틴 음료는 ‘요플레 프로틴’일 것이다. 요플레 프로틴은 기존 요플레 맛이지만 단백질 함량을 일반 요거트의 2.6배 늘린 제품이다.

식사대용으로 하기에는 아쉽지만 운동 후에 마실 간식으로는 천국을 경험할 수 있는 녀석이다. 약간 기분이 난감했던 단백질 보충제의 맛을 생각하면 플레인 요거트와 딸기 요거트의 맛은 달콤하고 상큼함 그 자체다. 운동 전후에 마시기에 좋은 듯 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헬스장과 헬린이에게만 포함되는 말이다(헬린이 이상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충제 먹겠지). 사회에는 너무 맛있는 요거트가 많으니까. 기존의 요거트들과 비교했을 때는 제품의 컨셉과 맛이 약간 무거워서 결국 햄릿처럼 고민을 해야 한다. 맛을 조금 포기하고 프로틴을 챙길 것인가, 맛있게 마시기 위해 다른 제품으로 갈 것인가! 요거트냐 프로틴이냐 그게 문제로다.

뭐야 우유가 아니었어?
덴마크 에너지업
- 장점 : 덴마크우유는 정말 새로운 시도를 잘 해
- 단점 : 그런데 왜 우유가 아니죠?


프로틴을 받고 이번에는 에너지 드링크다. 대한민국에서 민초단의 대중화를 위해 앞서 나가는 ‘덴마크(밀크)’에서 ‘에너지업’이라는 음료를 냈다. 아니 각종 민트음료(민트라떼, 민트초코, 민트요플레)를 만들더니 이제 민트 받고 에너지의 세계로 가는 거야?

하지만 컵에 음료를 따르고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음료가 반투명했기 때문이다. 많은 유제품을 냈던 덴마크라는 브랜드와 우유갑 포장을 봤기 때문에 당연히 우유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에너지 드링크와의 만남은 충격이었다. 이… 일단 맛은 봐야겠지?

맛은 새콤한 포카리스웨트와 비타500의 중간 맛이 난다. 탄산음료가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드링크의 느낌보다는 부담이 없다. 시큼하게 찌르는 맛이 나른한 정신을 깨워주는데는 좋을 듯. 하지만 여전히 매치가 잘 안된다는 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왜 덴마크가 우유갑에 탄산 없는 에너지드링크를 넣었을까?

한약을 숨긴 과일의 습격
테이크파이브
- 장점 : 홍삼맛이 하나도 안나요
- 단점 : 그래서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어


직장인과 수험생에게 정관장은 에너지 회복계의 1티어라고 볼 수 있다. 마시즘은 평소에도 밤을 새우면 정관장을 찾곤 했는데 이게 캔음료로 나올 줄은 몰랐다. 정관장이 드디어 비닐 스틱을 벗어나서 캔의 세계로 오는구나. 레드불, 핫식스, 몬스터와 이제 정면승부를 걸러 오는구나. 설레는 마음에 구매를 해봤다. 그런데 엇 맛이?

맛에서 홍삼이 느껴지지 않는다. 테이크파이브의 2종류인 ‘망고키위’와 ‘체리피치’맛이 강하게 올라온다. 홍삼 특유의 느낌은 끝 맛에서나 약간 감지되는 정도다. 그런데 들어있는 소재를 보니 홍삼농축액에 생강, 황기… 이런 것들을 넣어놨다. 뭐랄까? 어릴 때 약 안 먹는다고 초콜릿 주다가 얼떨결에 약도 먹은 거랑 비슷한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은데.

때문에 보다 한약스러운 맛에 부담을 느낀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한약방 앞을 지나갈 때 심호흡이라도 할 정도로 홍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플라시보도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몸에 좋은 것이 입에도 달다
맛있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
음료의 트렌드는 현대인의 삶이나 욕구에 맞춰지기 마련이다. 하루야채 같은 아침음료들은 아침을 못 채우는 현대인들의 모습에서 나온 음료일 것이고, 최근 나오고 있는 프로틴 음료는 건강까지 걱정하는 모습이. 그리고 에너지드링크는 (바닥난) 건강에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 고단한 삶의 모습이 담겨있는 듯하다.

음료의 힘을 빌어 조금의 힘을 더욱 쥐어짜는 시대. 하지만 그 모습은 보다 가볍고, 맛있고, 재미있는 디자인이다. 오늘 하루 비록 지치고 힘들 수는 있지만 음료를 통해 보다 힘차고, 즐겁게 보내자는 음료의 응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