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또...성모마리아, 예수는 어디에? 아마추어가 복원하다 명작 대참사

바이라인2020-07-0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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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이슈! 스페인, 무허가 복원행위에 법적 제재 없어…
우리나라는 전문가&과학기술 활용
‘성모잉태’ 복제화의 복원 전, 후 모습 / 스페인예술품보존협회(ACRE) 트위터 @A_CR_E, 마크 리스 기자 트위터 @reviewwales
[핸드메이커 전은지 기자] 몇몇 외신을 통해 미술 작품의 대참사가 전해졌다. 소식의 시작점은 스페인 발렌시아. 한 예술품 수집가가 아마추어 가구 복원가에게 한 그림의 복원을 맡겼다. 그 그림은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회화로 유명한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가 그린 ‘성모잉태’ 복제화다.

원래 그림은 성모마리아의 아름답고 성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지만, 복원된 그림은 원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며, ‘참혹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무려 2차에 걸쳐 복원한 모습이라고.

해당 수집가는 가구 복원가에게 우리나라 돈으로 약 165만원을 주고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된 복원품을 본 수집가는 다른 전문가에게 작품 복원을 다시 의뢰했다고 한다.


스페인 예술품 복원참사,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에케 호모(Ecce Homo, 이 사람을 보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의 프레스코 예수 벽화가 있다. 스페인 사라고사주 보르하 마을에 위치한 미제리코르디아 성당에 있는 100년 된 이 벽화가 점점 훼손되자, 마을의 아마추어 화가인 세실리아 히메네스 씨(당시 81세)가 24시간의 복원 작업에 나섰다.

에케 호모 프레스코 예수 벽화의 복원 전, 후 / 마크 리스 기자 트위터 @reviewwales
그녀의 노력과 달리 복원된 모습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벽화 역시 이전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원숭이를 연상시키는 모습 때문에 ‘에케 모노(Ecce Mono, 이 원숭이를 보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당시 언론은 ‘스페인 역사상 최악의 복원’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관광객이 10배나 증가하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2018년 복원된 성 조지 목각상 모습 / BBC (https://www.bbc.com/korean/news-53160501?xtor=AL-73-%5Bpartner%5D-%5Bnaver%5D-%5Bheadline%5D-%5Bkorean%5D-%5Bbizdev%5D-%5Bisapi%5D)
이 외에도 2018년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성 조지 목각상의 복원작업을 한 미술교사에게 맡겼다가, 이 역시 원래 모습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형형색색으로 복원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해당 조각상은 전문 기관을 통해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 2016년에는 스페인 남부 카디스에 위치한 마트레라 성벽이 2013년 폭우로 훼손돼 복원했는데, 최신식 건물처럼 콘크리트를 반듯하게 복원해 물의를 빚었다. 해당 성벽은 약 1천년 이상 된 것으로 기독교인과 무어인 사이의 전쟁을 담은 역사적인 유물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비난을 얻었다.


예술품 복원 참사 이유? 법적 제재 없어


이번 성모잉태화 복원참사에 대해 스페인예술품보존협회(ACRE)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법적 제재가 없는 예술품 복원 실태를 비판했다.

스페인예술품보존협회(ACRE) 성명서 / 스페인예술품보존협회(ACRE) 트위터 @A_CR_E
협회 측은 “최근 사건은 반달리즘(문화재 파괴) 행위”라며 “이러한 규제 부족은 우리가 문화유산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페인에 복원전문가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처럼 규제가 없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 오히려 전문가들이 실직 상태에 놓여있으며, 관련 직종이 실종될 위기라고 한다.

협회 측이 성명서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복원 전문가들은 기회가 없어 이민을 가거나 일을 놓아야 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스페인 법률에는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예술품 복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미숙련자가 개입해도 행정적 처벌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론을 통해 복원에 관한 법적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예술품 복원은? 과학기술+전문성 결합

예술품 복원을 2가지로 구분하자면, 문화재와 미술품으로 나뉠 수 있으며, 두 부분은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복원은 국가기관인 문화재청 소속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나 복원전문가들이 만든 미술품복원연구소 등 사설 기관에서 담당한다.

로댕, 뒤샹, 백남준 등 유명 미술품을 보존‧복원한 전문가인 김겸 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 대표는 ‘OBS 명불허전’에 출연해 문화재와 미술품 복원의 차이를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문화재는 물건 자체, 물질이 가치를 가지고 있어 그 의미와 가치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미술품은 처음 제작된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 중에서 훼손된 부분도 전시된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 복원에도 참여했던 김 대표는 “의사에 비유하자면 미술품 복원은 성형외과 의사에 가깝다. 외형을 아름답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예술품 복원에는 복원전문가의 세심한 수작업과 과학기술이 더해진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의 숭례문 현판 보존처리사례를 보자. 숭례문 현판은 지난 2008년 화재 당시 낙하로 손상된 부분이 많았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홈페이지
먼저, X-ray와 적외선으로 현판의 세부사진을 촬영해 사용된 안료, 만들어진 연대, 수종 등 세부상태를 조사하고 도면을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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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현판 복원을 위해 바닥판을 해체하고 붓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이 과정은 의사의 수술과정과 매우 비슷하다. 치과용 소도구 등을 사용해 접착제, 시멘트 등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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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의 부서진 부분을 시아노 아크릴레이트계 접착제(의료용 등의 강력 순간접착제, 문구점에서 구매 가능한 록타이트 401) 및 에폭시계 접착제(열경화성 플라스틱 종류 접합에 사용)를 사용해 붙여준다. 현판에 벌레로 인한 손상 등을 목재용 에폭시 수지로 충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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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의 걸쇠에서 녹이 슨 부분은 에틸알코올로 세척한 후, 에어 브러시브(Air-brasive)를 이용해 제거해준다. 문화재 접합이나 코팅작업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강화제인 Paraloid B72 5% 용액을 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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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복원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는 중요무형문화재가 참여한다. 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기능을 가진 중요무형문화재 제106호 각자장 오옥진 선생과 단청에 색을 입히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기능보유자인 홍창원 선생이 참여해 숭례문 현판을 원래 형태에 가깝게 복원했다. 글씨는 지덕사 소장 탁본의 서체를 참고해 복각했으며, 기존 단청문양을 토대로 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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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항균제, 방부제로 사용되는 티몰(Thymol)을 이용해 72시간 훈증처리를 하면 복원‧보존과정이 완성된다.

미술품 복원도 비슷하게 진행된다.

네이버TV 네이버 지식백과 EBS 동영상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440656&cid=51661&categoryId=51662)
먼저, 적외선으로 촬영한다. 적외선이 물감 층을 통과해 눈으로 볼 수 없는 밑그림, 작가의 서명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TV 네이버 지식백과 EBS 동영상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440656&cid=51661&categoryId=51662)
두 번째는 형광 X선 촬영. 그림의 물감이 변색되어도 안료의 화학성분을 분석해 어떤 색을 사용했는지 알아내 복원에 원래 색에 가까운 물감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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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영상 현미경으로 그림을 확대해 분석한다. 어떤 물감을 얼마나 짙게 발랐는지, 섞어 사용했는지 두께와 질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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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ay 촬영을 한번 더 해준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은 미술품 내부 결함과 구조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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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이 완성된 미술품 / 네이버TV 네이버 지식백과 EBS 동영상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440656&cid=51661&categoryId=51662)
여러 번의 세부 분석을 마치면, 각각의 방법에 맞게 미술품 복원이 진행된다.


예술품 복원은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설계하는 기반

그렇다면 왜 예술품을 복원해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보면, 예술품은 인간의 삶의 일부이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복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복원전문가 김겸 대표는 ‘OBS 명불허전’에서 예술품 보존, 복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겸 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 대표 / OBS 명불허전 방송 캡쳐(https://tv.naver.com/v/12765875)
“예술작품이 왜 가치있는지 이해가 필요하다. 예술작품은 일상과는 관계없어 보이고 작품이 없다고해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삶은 생계만이 전부가 아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과거를 기억하고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존재다. 예술작품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예술작품을 만들고 감상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고민이다. 인간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예술의 가치다. 그런 가치 있는 예술작품을 보존해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데 예술작품이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