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순간 '인간 사이다' 된 기분…칠성사이다 향수 리뷰

29STREET
29STREET2020-06-09 15: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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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연속 조기품절의 위엄, 칠성사이다 70주년 향수 2종을 모두 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것은 아니고 빌려서 써 본 거지만(K사의 얼리어답터 A팀장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손 빠른 자만이 ‘겟’ 할 수 있는 한정판 굿즈의 세계, 잠깐 냄새 맡고 오겠습니다.

흠... 이 집 굿즈 잘하네
병따개 겸 냉장고 자석 굿즈. 사진=칠성몰
칠성이 레트로 열풍에 딱 맞춰 70주년 기념굿즈를 내놨다는 소식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최소 30년 전 디자인 같은 유리컵, 작고 귀여운 미니어처 칠성사이다, 깜찍한 병따개 자석… 한 번쯤 실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라인업 중에서도 단연 내 관심을 끌었던 건 70주년 ‘사이다 향수’ 굿즈였다.

아니 아무리 사이다 만드는 회사라도 그렇지 향수까지 사이다 향으로 만들… 아니 잠깐… 사이다 향이라는 건 결국 레몬+라임 향이잖아. 어릴 때 소풍 가서 칠성사이다 캔을 쏟는 바람에 잠시 인간사이다가 됐던 기억이 떠올랐다. 설탕 때문에 손이 끈적끈적해지긴 했지만 냄새 자체는 달달하고 괜찮았다. 칠성사이다 향수도 직접 뿌려보면 의외로 괜찮지 않을까. 호기심에 빌려 온 사이다 향수는 사이다 병을 본따 만든 비주얼부터 남달랐다.

어? 사이다가 아닌 것 같은데… 아, 맞네!
칠성사이다 70주년 기념 한정판 향수 '오 드 칠성'
클래식 골드 에디션(금색/오드퍼퓸) & 모던 실버 에디션(은색/오드코롱)
각 40ml, 정가 3만 5900원
(6월 9일 현재 2차 판매분까지 품절)

오 드 칠성(Eau De Chilsung), 직역하면 ‘칠성의 물’이라는 뜻이다(뭐야 사이다잖아). 금색병과 은색병 두 가지 색이 있다. 둘 다 레몬라임 향조를 갖고 있지만 부향률이 높은 오 드 퍼퓸(향료 농도 10~15%)이 좀 더 농후하고 달큰하다는 인상이다. 은색은 오 드 코롱(향료 농도 3~5%)이며 금색보다 가볍고 청량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사이다 향이 나를 감싸네

금장과 은장 모두 뿌리자마자 알코올 냄새와 함께 시트러스 향이 훅 퍼졌다. 알코올 냄새가 후각세포를 팡팡 두드린 탓인지 방향제 냄새가 느껴졌지만 다행히 알코올은 금방 날아가고 달달한 라임향이 남는다. 몸에 뿌려도 무방할 향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룸스프레이로 활용하거나 에코백이나 백팩처럼 두툼한 천 재질 소지품에 뿌려두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덥고 꿉꿉한 날 딱 뿌려주면 바로 정신이 맑아질 것 같은 향이다.

일반 향수 기준으로 오드퍼퓸은 5시간, 코롱은 1~2시간 정도 향기가 지속되나 과일향, 풀향처럼 청량감 있고 가벼운 향조는 더 빨리 날아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진한 꽃향, 머스크향처럼 묵직한 향일수록 오래 간다. 레몬라임 향 사이다를 표현한 오 드 칠성 2종도 지속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다. 

향이 빨리 날아간다는 것은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장점이다. 특히 불쾌지수가 훅훅 치솟는 여름에는 진하고 오래가는 향수가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분전환 하고 싶을 때 수시로 칙칙 뿌리기에는 역시 가벼운 향수가 제격이다.

‘오 드 칠성’, 내게는 이런 이미지
섭씨 31도, 이제 완전 여름이다. 태양 아래에 서면 3분만에 3분요리처럼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겠지만, 아직 습한 날씨는 아니라서 그늘에 들어가면 나름대로 쾌적하다. 따뜻하게 데워진 여름 공기가 저 멀리서부터 둥실둥실 파도치듯 밀려온다. 

커다란 나무 아래 해먹을 매달고 드러누워 있다고 상상해 본다. 흔들흔들 유유자적… 나른하게 깜빡 잠이 올 타이밍에 해먹 너머로 손을 뻗었더니 시원한 잔이 손에 잡힌다. 야외용 라탄 테이블 위에 레트로 유리컵에 담긴 사이다 한 잔이 놓여 있다. 유리컵 겉에는 물기가 송글송글. 그래, 이게 여름이지.

레트로 컵을 구매하지 못했다면 할머니 댁 찬장을 발굴해 보자
Old, but New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는 시대. 레트로(뉴트로)도 반짝 지나가는 유행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요즘의 이 뉴트로 열풍이 반갑다. 수십 년을 묵은 레트로 콘셉트는 그 자체로 뚝심의 상징이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이미지라고 생각하기 때문. 그 뚝심을 예전처럼 '촌스럽다'거나 '구닥다리'라는 말로 폄하하지 않고 '낡았지만 새로운' 멋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사람들의 취향이 다채로워졌다는 사실은 더욱 반갑다.

2차 기념굿즈인 플리츠 숄더백. 누가 봐도 칠성이지만 솔직히 예쁘다. 사진=칠성몰
칠성몰은 1차 기념굿즈였던 유리컵과 미니어처 사이다에 이어 또 다른 굿즈 라인업을 선보였다. 친환경 패션브랜드 플리츠마마와 콜라보한 숄더백과 파우치, 아티스트들의 그림을 담은 핸드폰/이어폰 케이스와 캔버스액자는 대놓고 소장욕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칠성 테마컬러인 녹색과 하얀색 배색 덕에 시원해 보여 ‘여름 감성’을 제대로 부추긴다.

오드칠성 향수도 2차 발매에 맞춰 재판매되었지만 6월 9일 현재 이미 품절난 상태. 칠성몰에 향수는 완전히 품절이냐고 문의하니 일단 지금은 품절 상태이며 향후 재발매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당분간 오드칠성 향을 느끼고 싶으면 칠성사이다를 한 병 따면 되겠다. 어라, 앞뒤가 바뀐 것 같은데?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 사진 BANGDI & 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