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규제 완화, 맥주회사가 탈모방지샴푸 만들 수 있다

주간동아
주간동아2020-05-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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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기획재정부과 국세청이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주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인데요. 흥미로운 대목은 술 만드는 공장에서 음료, 빵, 화장품, 장아찌 등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류 공장에서는 주류만 만들어야 했습니다. 무알코올 맥주도 계열사 등 다른 회사에 생산을 맡겨야 했죠. 하이트맥주의 ‘하이트제로’는 하이트진로음료가,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는 롯데칠성음료가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맥주 공장에서 무알콜맥주뿐 아니라 ‘맥콜’ 같은 보리맛 음료도 만들 수 있습니다. 술 만드는 공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독특한 제품을 선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탈모방지용 샴푸’도 유력한 후보인데요. 맥주 효모가 탈모 방지에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해외에는 맥주 효모로 만든 발모제가 출시돼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막걸리 공장에서 화장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SKII의 ‘피테라 에센스’는 일본 술인 사케 장인의 손이 유독 곱다는 데 착안해 사케 원료를 화장품에 적용, 크게 히트한 제품입니다. 우리 막걸리는 사케보다 영양이 더 풍부해 ‘막걸리 화장품’ 성공에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전통시장에서는 큰 항아리에 절인 장아찌를 덩어리째 판매하곤 했습니다. 이때 장아찌에 같이 넣어주는 게 있었는데, 바로 막걸리에서 나온 술지게미입니다. 술지게미는 영양이 풍부하고 알코올이 함유돼 있어 식품의 보존성을 높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막걸리 양조장에서 장아찌를 생산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 술지게미를 활용한 ‘양조장 술빵’도 나올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탁생산 가능해지면 수제맥주업체 숨통 트여
그동안은 ‘내 술은 내 공장에서만’ 생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설비를 갖추지 못한 수제맥주업체는 아예 해외에 주류 제조를 위탁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위탁생산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입니다. ‘카스’나 ‘테라’ 공장에서 다양한 수제맥주를 위탁생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은 수제맥주업체들이 판매나 유통에서 대기업 도움을 받아 유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한다면 이제는 치킨, 피자, 보쌈 전문점이 아예 자체적으로 수제맥주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 면허를 취득한 뒤 생산은 위탁을 맡겨 ‘BBQ 맥주’ ‘피자알볼로 맥주’ ‘원할머니 보쌈 맥주’를 출시하는 것입니다.

다만 위탁생산이 너무 활성화되다 보면 수제맥주의 개성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맥주, 나를 위한 지식 플러스’의 저자 심현희 씨는 “수제맥주란 지역성과 농업성, 독창성을 가진 제품”이라며 “OEM 시장이 커지면 제품이 단조로워져 수제맥주 본연의 가치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음식과 함께 술 주문도 더 편해져
이번 규제 완화 내용 중 중요한 포인트가 또 있습니다. 기존에는 음식을 배달시키면서 술도 같이 시킬 때 ‘음식에 부수하여’ 라는 추상적인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음식배달주문 시 가격이 음식값보다 적다면 술도 함께 시킬 수 있습니다. 막걸리에 파전, 스테이크에 와인을 주문해 집에서 즐길 수 있고 각종 도시락과 밀키트에도 가벼운 맥주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제사나 차례 음식을 주문할 때 전통주를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배달시키는 술 값이 음식 값보다 적어야 하기 때문에 ‘혼술’ 제품이 늘어날 것으로도 보입니다.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찾아 즐기는 페어링 문화의 성장도 기대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애주가들 반길 소식, 시음행사 확대 가능성
시음 행사도 더 다양하고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는 소주 양조장에서 소주칵테일 시음 행사를 열 수 없었습니다. ‘소주’로 제조면허를 받았으면 소주 이외의 주류를 제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판매 목적이 아니라면 면허를 받은 주종 외의 주류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전통주 공장에서 다양한 전통주 칵테일 시음행사도 얼마든지 열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정부의 이번 주류 규제 완화에 대해 “주류산업을 규제 대상이 아닌 신성장동력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라며 반겼습니다. 이번 규제 완화는 주류업계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욱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