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를 병들게 한다' 칭찬의 역효과

바이라인2020-05-2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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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사람들의 기대와 칭찬이 나를 불편하게 해. 내가 얼마나 힘들게 그 일을 해냈는지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아. 그러면서 항상 내가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기대하잖아. 나를 믿고 인정하기 때문에 그런다는 걸 모르지 않아. 하지만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또 다시 고통스런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게 나를 너무 힘들게 해. 그러다가 실패하도 하면 어쩌나, 그래서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견디기 힘들어."

항상 새로운 아니디어와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감에 시달리던 한 디자이너가 한 말입니다. 비단 이 사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부의 사람들이 이런 기분을 느끼면서 살고 있지요.

칭찬, 길들이기 위한 수단일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칭찬만 하면 그 어마어마한 몸집을 흔들며 고래도 춤을 출까요? 춤을 추기 위해서 고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신과 싸우며 고통스런 훈련을 감내해야 할까요. 고래는 춤을 추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런 고래를 춤추게 할 만큼 칭찬은 사람으로 하여금 못할 일이 없게 한다는 이 말에는 긍정적이면서도 묘한 폭력적인 느낌도 묻어납니다. 

조련사들은 동물들을 훈련 시킬 때 배가 부르게 먹이를 주지 않고 늘 조금씩 갈증 나게 허기를 채워줍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먹이를 더 얻기 위해 동물들이 말을 듣겠지요. 자그마한 물고기 한 마리를 얻기 위해 재주를 부리는 돌고래의 춤이 정말 칭찬의 놀라운 힘 때문일까요? 설마 우리의 아이들도 저 돌고래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렇게 길들이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요.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사람은 저마다 품은 뜻과 재주가 다릅니다. 그런데 각자의 재능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모두 똑같이 돌고래처럼 춤추기를 바라며 길들이려고 합니다. 배가 고프지는 않은지, 힘이 들지는 않은지,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헤아리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너도 저 돌고래만큼 춤추지 못할 게 뭐냐고. 넌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칭찬 아닌 칭찬으로 또다시 심리적 압박을 줍니다. 

이 같은 칭찬의 역효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실험에 의하면 칭찬은 상대에게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상대가 '아, 이제 보니 너 별것 아니구나. 내가 잘못 봤네.'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합니다. 그러다보니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떠안은 채 어떤 수를 써서라도(심지어 부정행위를 통해서라도) 상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시험 문제와 쉬운 시험 문제가 들어 있는 상자를 두고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때 "어려운 문제가 있었는데도 끝까지 침착하게 잘하네."라고 격려의 말을 들은 아이는 어려운 문제를 택했습니다. 반면 "넌 참 머리가 좋구나. 참 똑똑하구나" 하는 칭찬을 들은 아이는 쉬운 문제를 택했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이 똑똑하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한 것에 대해 칭찬해야 한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칭찬은 판단이며 통제입니다. 칭찬이 자신감을 높여준다는 것은 잘못된 믿입니다. 물론 '칭찬'은 중요합니다. 다만 진정한 칭찬은 구체적인 자질이나 기술처럼 진실한 것을 칭찬해주어야합니다. 공허하기만 한 일반적인 칭찬은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기대를 강요하는 칭찬은 더더욱 안 됩니다. 자신의 기대를 강요하는 칭찬은 고래를 길들이듯 내 뜻대로 자녀를 길들이기 위한 칭찬에 불과합니다. 이는 자녀의 성취를 통해 부모 자신의 자부심을 만족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회심리학자 바우마이스터 박사는 "자녀를 칭찬하는 것은 사실 부모 자신을 칭찬하는 것과 같다." 고 말합니다. 칭찬은 인내심과 끈기, 그리고 실패했을 때도 이를 이겨내는 노력에 대해 해주어야 합니다. 결과에 집중된, 성취를 강요하기 위한 칭찬은 공허한 메아리이자 부담일 뿐입니다.

돌고래로 하여금 작은 보상에 길들여져 사람들 앞에서 춤이나 추게 하는 칭찬이 아니라, 푸른 바다에서 더 맘껏 헤엄치도록 하는 격려의 칭찬이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넌 혼자서 다 잘한다고. 너는 강하고 똑똑하다며 쉽게 하는 칭찬은 아름답게 포장한 무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차라리 힘들면 도움을 청하라고. 내가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것이 공허란 칭찬보다 훨씬 더 격려와 힘이 되지 않을까요?

- 이봉희, <내 마음을 만지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