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미국으로 이주, 퇴사는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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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5-04 09: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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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가축에 텐트를 싣고 유랑하는 유목민(nomad)처럼 인터넷과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근무 형태를 말합니다.

잡화점은 디지털노마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디지털노마드 두 번째 이야기 : 차화영 코니바이에린 CS 총괄
지난주 잡화점은 전직원이 재택근무로 일하는 아기띠 회사 ‘코니바이에린’ 임이랑 대표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의 업무 환경은 어떨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2017년 초등학생이 되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코니바이에린으로 이직한 차화영 씨는 현재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 자택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포스트닥 과정을 위해 지난해 9월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차 씨의 직장이 재택근무 형태이다 보니 퇴사할 이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차화영 씨의 이야기를 더 들어봤습니다.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생활이 쉽지 않으시겠어요
작년 9월에 와서 한창 적응할 시기인데 코로나 때문에 락다운(지역 봉쇄)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낮에는 아이가 온라인 수업 듣는 걸 도와주고요. 저녁에는 남편이 퇴근하고 아이와 시간을 보내요. 그동안 저는 회사 업무를 봅니다. 저녁에 일을 시작하면 한국 비즈니스 시간과 맞아요.

미국 이주를 하면서 이직을 고민하진 않으셨나요?
컴퓨터만 있으면 제 일을 할 수 있어서 이직을 고민하진 않았어요. 개인 이슈에 따라서 일하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기도 하고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없었으면 미국 생활이 조금 힘들었을 것 같아요. 미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일을 병행하는 게 바쁘기는 하지만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미국은 디지털노마드로 살기에 좋은 곳인가요?
저는 여기 이주해서 집 다음으로 와이파이를 제일 먼저 알아봤거든요. 인터넷만 되면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여기는 정전이 잘 돼요. 천둥이나 비바람으로 정전이 되면 노트북 들고 카페로 갑니다. 회사에서 화상채팅을 할 때 가끔씩 저 혼자 인터넷이 끊어질 때가 있어요.

차화영 씨는 앤아버 자택에 업무 공간을 마련했다 / 차화영 씨 제공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업무를 하는 게 가능한가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연령이라 다행이에요. 제가 일하고 있으면 ‘엄마, 들어가도 돼?’ ‘엄마, 지금 회의하고 있어?’라고 물어봐요. 제가 발주나 수치 계산을 할 때는 ‘엄마 지금부터 언제까지는 말 안 시켜줬으면 좋겠어’라고 말을 하면 알아 들어요. 

디지털노마드로 일하는 분들은 가족의 협조가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일하는 시간에 남편이 아이를 케어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일할 때의 단점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편안한 집’이라는 게 일을 마치고 쉬는 공간일 때 해당하는 말이잖아요. 일과 개인 생활의 경계가 없어서 약간 단점이긴 한데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기 때문에 근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예비 엄마, 아빠와 현재 육아 때문에 커리어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어요.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게임회사에서 10년 정도 근무를 했어요. CS 업무를 하다가 모바일 게임 운영을 맡기도 했어요.

직장어린이집이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출퇴근했어요. 그러다 보니 엘리베이터에서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온 걸 알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요. 아이가 학교 들어갈 나이가 됐을 때는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데 케어가 안 돼서 큰 결단(퇴사)을 했죠.

차화영 씨 제공
코니바이에린으로 이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재택근무이다 보니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그리고 대표님 마인드도 너무 좋았어요. 처음 만났을 때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회사에서는 임신 출산 육아가 이력서에 쓸 수 있는 내용이다’라고요. 경력 단절 여성 중에 책임감을 가지고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가 많다는 걸 알아주셨고요.

큰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셨는데, 업무 내용은 비슷한가요?
감사하게도 (같은 직무로) 이어졌어요. 그래서 코니 입사하고 나서 업무를 더 빨리 배울 수 있었고요. 이전 회사에서 10년 동안 쌓았던 노하우를 여기서 발휘할 수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무언가를 제안하면 흔쾌히 받아주시고 믿고 맡겨주시는 점이 좋아요.

재택근무가 처음에는 어색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 입사 제안을 주셨을 땐 생소했어요. 약간 부업 느낌이잖아요. 처음에는 ‘이건 뭐지?’ 생각하다가 적응을 하고 나서는 ‘너무 좋다’ 생각했어요. 근데 또 익숙해지니까 ‘일과 개인생활의 경계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단점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점을 계속 찾으려고 해요. 어느 날 얼굴이 너무 건조해서 얼굴에 팩을 붙이고 일을 하는데 그 순간 너무 감사한 거예요. 그래서 그 모습을 사진 찍어 뒀어요.

재택으로 일하다 보니 근무 복장도 자유롭다. / 차화영 씨 제공
디지털노마드를 주변에 추천하시나요?
제가 교회 다니는데 한국인 아기 엄마들이 많이 계세요. 남편 직업 때문에 미국에 왔는데 비자 문제로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시거든요. 그래서인지 일하는 엄마를 부러워하세요. 또 여기는 한국처럼 아이를 무상으로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없어서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는 엄마가 케어를 하는 일이 많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미국에 잘 적응하는 겁니다. 그래야 제 일에서도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 같고요. 업무적으로는 고객운영 분야를 고도화하고 체계적으로 하는 작업 중에 있어요. 그런 부분들을 일정에 맞게 잘 하는 게 목표예요.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