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스타벅스 커피 한 잔 말고 스타벅스 주식 5천 원

바이라인2020-04-27 09: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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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 동료로부터 좋은 재테크 팁 하나를 소개받았는데요, 바로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해외 주식을 3천 원, 5천 원씩 사도록 설정하는 모바일 뱅킹 기능이었습니다. 계열사 카드를 사용하면 계열사 증권회사 주식을 자동으로 사는 기능이었던 거죠. 이렇게 좋은 걸 이제서야 알았다니 싶었습니다. 얼른 모바일 뱅킹에 접속해서 소액투자라는 기능을 활용했습니다. 원하는 해외주식을 만 원, 삼 만원, 오 만원 소액으로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원하는 해외주식을 삼천 원, 오천 원씩 사도록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해외 주식을 살까 고민하다 선택한 종목은 스타벅스였습니다. 직장인인 제가 평일에 신용카드를 쓰는 경우는 주로 점심을 먹기 위해서이고, 대개는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 한잔씩들 하잖아요? 식후의 마약 같은 커피 한잔, 저도 무척 고픈 사람입니다만, 스타벅스 커피 대신 스타벅스 주식을 사보자 싶었습니다. 이렇게 점심식사 비용을 신용카드로 긁고 나면 모바일뱅킹 앱에서 자동으로 스타벅스 주식 5천 원을 사도록 설정하였습니다.

저 역시 매일 커피 한잔 사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인데요, 작년 '명동 부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부자들의 여러 좋은 습관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매일은 못하더라도 은행 사무실에 항상 비치된 카누도 좀 마시자 싶었죠. 원두를 갈아 만든 깊은 향의 커피가 못내 아쉽긴 해도 '라떼 효과'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도 가끔 원두 향 그윽한 커피 한잔을 애타게 그리며 스타벅스로, 할리스로, 폴 바셋으로 향하곤 합니다. 저 역시 커피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약한 인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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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효과'를 많이 들어는 보셨겠지만 매일 커피 한 잔 값을 아껴서 30년을 모으면 실제 그 효과는 어떨지 함께 계산해 볼까요?

5천 원 * 하루 = 5천 원
5천 원 * 30일 = 15만 원
15만 원 * 12개월(1년) = 180만 원
180만 원 * 30년 = 54백만 원

연 2% 단리 적금으로 30년을 모았다면 70,245,000원
연 5%의 투자상품으로 운용하여 복리의 수익을 내었다면 125,358,957원

이럴 수가, 원금인 54백만 원 보다 많은 71백만 원의 이익이 생깁니다. 25세에 입사해서 55세에 퇴직할 때까지 커피 한 잔 값을 아꼈다면 1억 2천5백만 원이 생기는 것입니다. 만약 10%의 수익이라면, 20%의 수익이라면? 더욱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오겠죠.

며칠 전 포털에 '스타벅스가 뭐길래'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길래 클릭해 보았어요. 요는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분이 자가격리를 위반하고 매일매일 스타벅스를 갔더라는 내용이더라구요. 제목과는 큰 연관성이 없는 자가격리 위반 기사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려고 스타벅스 (혹은 개인의 취향대로 가는 커피샵)에 지불하는 커피 값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도 출근하며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할 때도 많았는데요.

하루 커피 2잔 * 5천 원 = 만 원
점심값 만 원
하루 2만 원, 고달픈 직장 생활하는 저에게 해줄 수 있는 보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많이도 마셨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타벅스 주식을 매일 5천 원씩 산 이후에 스타벅스 주주라는 자신감이 살짝 생겼어요.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모험을 마치고 귀항하는 길에 세이렌이 사는 곳을 지나치게 됩니다. 세이렌은 지나가는 선원을 노래로 유혹해 이성을 잃게 만들고 배를 난파시켰어요.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을 돛대에 묶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유혹에 빠져 잘못된 명령을 하여도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던 부하들은 안전하게 항해를 마칠 수 있었죠. 이렇게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갈 것을 대비하여 자신의 몸을 배에 묶도록 한 행동을 행동 장치라고 합니다.

스타벅스 주식 5천 원을 사도록 설정한 것,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적금이며 연금으로 빠지도록 자동이체를 설정한 것, 돈에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아침에 기상벨이 울리도록 설정한 것, 스케줄 노트에 알람을 설정하는 것 등등 내가 통제하지 못할 미래의 행동을 사전에 차단시키는 이러한 장치는 꽤 유용하며 실행해 볼 수 있는 곳이 내 주변에 무수합니다.

공교롭게도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도 세이렌이죠.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에 매장을 열며 소설 모비딕의 일등 항해사 이름을 따서 스타벅스라는 이름을 정하고 세이렌의 형상을 로고로 정했습니다. 세이렌을 로고로 정한 이유는 세이렌처럼 사람들을 홀려서 자주 발걸음 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세이렌에 다가가 죽은 무수한 사람들처럼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 유혹을 지나치지 못합니다. 저는 그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스타벅스 주식사기라는 행동장치를 설정했구요.

이렇게 쓰고 나니 고작 커피 한잔 마시고 안마시고의 일인데 도원결의라도 할 기세입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할 것 없는 재테크 기술이지만, 대단할 것 없으니 한번 실천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라떼 한잔이 누구에게는 실제 커피 한잔일 수도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담배 한 갑, 또 누군가에게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결제일 수도 있겠지요. 분명한 건 누구에게나 숨겨진 라떼 한잔이 있다는 겁니다. 대단한 금액도 아니니 나에게는 어떤 라떼효과가 있는지 되돌이켜보고 한번 시작해 보기로 해요. 흔히들 하는 말처럼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할 수도 있잖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