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명동 부자의 습관 ③] 물건의 가격은 직접 판단하라

바이라인2020-04-20 09: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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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cessity never made a good bargain.
필요하면 결코 좋은 흥정을 할 수 없다.

-벤자민 프랭클린-


어떤 물건을 소유하게 되면 그 물건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애착을 갖는 것을 소유 효과라고 한다.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소유 효과 (endowment effect)라고 말했다. 한 병에 5달러를 주고 산 포도주가 50달러가 됐음에도 팔려고 하지 않는 심리상태, 물건을 오래 소유할수록 해당 소유물에 특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소유 효과는 물건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고, 소유하는 순간 물건의 가치가 높아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소유 효과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 많이 쓰인다. ‘사용해 보고 살지 말지 결정하세요’, ‘1개월 무료 체험’, ‘한번 입어 보세요’ ‘한번 발라 보세요’와 같은 멘트가 소유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다. 사용해 본 물건, 경험해 본 서비스에 대해서는 대부분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을 기업은 이미 잘 안다. 체험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소유 효과가 발생한다. 소유하던 물건을 잃을 때 2배 이상의 손실로 평가하는 손실 회피 성향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꼭 있다. 어릴 때 보던 책을 소중하게 다루며 절대 보지도 않으며 버리지 못하는 사람, 부모님께 받은 유품을 소중하게 다루며 버리지 못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했던 물건, 버리지 못할 소중한 추억들이다. 물론 간직해야 할 추억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중에는 간직할 필요가 없는 물건이 꼭 한두 개 정도 포함되어 있다. 버리고 나면, 왜 이 물건에 집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유하고자 하는 심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살 곳, 내 가족이 살 곳이라는 실수요가 들어가면 비싼 가격을 주더라도 살 수밖에 없는 소유 효과가 발동한다. 명동 부자 역시 내 가족이 살 집이라는 생각에 비싸게 산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 물건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소유 효과에 휘둘리게 되면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 확률이 높아진다. 무언가를 사거나 팔면서 굳이 이것이 내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명동 부자는 소유 효과에 휘둘리지 않는다. 주위에서 가격에 대해 조언을 하더라도 최종 가격은 결국 본인이 결정한다. 경매 가격을 써낼 때도 남들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는 가격을 과감히 제시한다. 예를 들어 사려는 건물의 시세가 200억이다. 하지만 부자는 100억 이상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면 남들이 아무리 200억을 써내야 한다고 해도 부자는 100억을 써낸다. 낙찰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낙찰되지 않으면 다른 좋은 물건을 사면 되기 때문이다. 남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휘둘리지 않는다.

글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참고 사진. 동아일보DB
독일에서 최우수 경제 경영 도서 상을 2회 연속받은 독일의 스타 경제학자 하노 벡도 <부자들의 생각법>에서 소유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소유 효과 때문에 빨리 처분해야 하는 것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너무 늦게 처분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집을 팔아야 하는 데 어느 정도 이상은 받아야지 하는 마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 아끼는 그림을 파는데 가격을 과하게 책정해 거래가 어려워지는 일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주식에서도 내가 보유한 회사의 주식을 내 기업으로 여기면 소유 효과는 아주 위험할 수 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소유 효과가 항상 나쁘지만은 않다. 예를 들면 내 집을 갖기 위한 부동산 투자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S) 사장님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본이 되는 재테크란 똑똑한 내 집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주요한 지역에 내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주거 공간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투자의 대상인 동시에 소비재이다.

보유하는 동안 가격 상승의 효과도 노려볼 수 있으므로 내 집 마련은 더욱 특별하다. 중산층으로서는 변하지 않는 재테크의 기본이다. (S) 사장님은 이렇게 조언했다. “저는 평소 대단한 수익률을 주는 투자상품이 아니더라도 골고루 분산하는 편이에요. 그중에서도 강남처럼 좋은 지역에 자기 집 한 채 갖는 것은 투자의 기본이자 진리라고 생각하죠.”

게다가 자기 집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전세로 거주하면 그 어떤 투자도 할 수 없는 막대한 비용을 바닥에 깔고 있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효과도 누릴 수 없다.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매월 소요비용이 누적되어 없어지는 돈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임차 만기가 되어 집을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소유 효과를 잘 활용해 똑똑한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은 현명한 재테크이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구매 결정을 할 때는 시간을 두고 정하자.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심리적 요인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거나 필요는 하지만 높은 가격에 사는 것이다.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급하게 사는 심리를 관리해야 한다. 백화점에서 내가 보고 있던 물건이 옆 사람이 집어 들면 급한 마음에 “제가 살 거예요.” 했던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사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구매할 때 나만의 원칙을 한두 가지 결정해 두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나는 항상 하루의 시간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정해 보는 것 등이다.

마지막으로 소유와 공유를 구분해 활용하자. 공유라는 개념은 소유라는 근본적인 욕망을 뺀 개념이다. 소유 효과를 완전히 빼고 이성적인 부분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S) 사장님은 “요새 젊은이들이 집도 안 사고 차도 안 산다면서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삶의 형태라고 하는 건 변하지 않아요. 집이 필요 없고 차가 필요 없어서 소유하지 않는 건 아닐 테죠. 소유와 공유를 적절히 활용하면 좋아요.”

(S) 사장님께서 쉬운 예로 설명했다. 집 근처 마트에 가면서, 혹은 주말에 가족들과 외식하러 가면서 차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가까운 지역 이동을 할 때는 내가 소유한 차를 이용한다. 하지만 도심으로 출퇴근을 하거나, 공항처럼 원거리로 이동할 때는 공유시스템을 이용한다. 실제로 출근길을 공유하는 서비스나 공항 픽업 공유 서비스는 이미 상당히 대중화가 되었다. 

공유의 대상은 사용빈도가 낮거나 사용시간이 낮은 자산이다. 소유와 공유의 경계선을 잘 구분해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하자. 소유 효과에 너무 휘둘리지 않으면서 공유를 적절히 활용하면 좋다는 이야기다. 작게는 일상생활의 물건부터 시작해 부동산과 같은 큰 물건까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은 갑자기 내 몸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지속해서 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