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명동 부자의 습관 ①] 손님을 외면한 시장은 죽은 시장

바이라인2020-04-14 1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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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사장님은 패션을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원하는 의류 회사에 입사했고 업종의 특성상 종종 남대문 시장에 갈 일이 생겼다. 생동감 넘치는 남대문 시장은 매력적이었다. 당시 친구들은 프랑스 유학을 갔지만, 사장님은 평소 동경하던 남대문으로 직장을 옮기기로 했다. 급기야 유학을 가기 위해 모아둔 자금으로 남대문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직장 다닐 적에는 꽤 많은 히트 상품을 제작했기에 사업 초기에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남대문 시장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옷이 전혀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직장 다닐 때 디자인했던 옷과 무엇이 다른 걸까? 계속 고민하던 중 큰 깨달음이 있었으니 그것은 관점의 차이였다.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던 것이다. 직장생활 당시에는 회사에서 원하는 옷을 제작했으나 남대문에서는 만들고 싶은 옷만 만들었다. 시장을 읽지 못하고, 고객을 파악하지 못했다. 사장님은 디자인 콘셉트를 완전히 바꾸어 고객이 원하는 상품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고 상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해 실패한 사례는 대기업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맥도널드는 다이어트 버거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1991년 다이어트 버거를 출시했지만,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다이어트 버거가 패스트푸드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았고, 소비자가 버거를 먹기로 한순간에는 다이어트보다 햄버거의 맛에 더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을 읽지 못했다. 소비자에 외면당하는 장사는 의미가 없다.

반대로 스타벅스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서울의 핵심 상권이 아닌 지방 주유소를 매입하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주로 차로 이동을 하는 지방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했고, 지인들과 편안하게 커피 한잔하고 싶은 장소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것이다. 맥도널드는 다이어트 버거에서는 실패했지만, 밀크셰이크에서만큼은 성공했다. 출근하는 성인 남성의 40퍼센트가 긴 운전시간을 버틸 수 있는 음료로 밀크셰이크를 선택한다는 점을 읽었다. 게다가 운전하며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음료, 점심까지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음료였다. 그리해 성인 남자에게 잘 맞는 밀크셰이크를 개발했고 판매량이 7배나 신장했다.

글과 직접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사장님 역시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자 판매가 눈에 띄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옷은 불티나게 팔렸고 사업은 점점 확장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IMF라는 시련이 닥쳤다. IMF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던 사장님은 IMF가 무엇인지 알기를 원했고 경제학을 전공한 직원에게 IMF에 대한 한 장 짜리 리포트를 요청했다. IMF는 환율이라는 결론을 냈다. 곧바로 외화벌이를 위한 수출을 준비했다.

아라이 나오유키는 『부자의 집사』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렵고 복잡한 것을 최대한 심플하고 알기 쉽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한 구조를 찾으면 그곳에 승리의 기회가 숨어 있다. 그리고 이는 곧 사업으로 연결된다. 비즈니스의 씨앗이 되어 커다란 사업 아이템으로 꽃필 것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복잡한 시대적 흐름을 재빨리 읽어낸 사장님은 환율이라는 기회를 잡았다.

수출을 통해 달러 자산을 보유할수록 달러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전체 자산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것을 재빨리 파악한 것이다. 달러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발 빠르게 해외로 눈을 돌려 달러로 수취한 자산의 가치를 상승 궤도에 올려놓았다. 곧바로 통역해 줄 직원을 채용했고 일본으로 건너가 오더 패션쇼를 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자 일본 바이어로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무역이 시작되었다. 시대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고 판단은 적중했다. 사장님은 더 이상 국내에서만 만족하지 않는 글로벌 상인으로 발돋움하며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시작했다. 일본 바이어의 입장으로서도 원화가치 하락으로 개성 있고 트렌디한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사장님에 있어서는 수출 증가로 외화벌이가 시작되었다.

글과 직접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사장님의 탁월한 감각은 평소 은행 거래를 할 때도 눈에 띄었다. 한 번은 사장님께 ELS 상품을 권유했다. ELS는 가입 시 정해진 기초자산의 기준가가 평가일에 일정 수준 이상이면 사전에 정해진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대개의 고객은 ELS 구조에 대해서만 질문한다. 몇 퍼센트의 수익을 내는지, 편입되는 기초자산의 추이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경우에 손실이 있을 수 있는지 등이다. 사장님은 이런 질문을 했다.

“고 차장, 이 상품은 3년 만기 시점에 손실만 나지 않으면 항상 연 5퍼센트라는 수익을 주는 구조네요. 이 상품을 만든 회사는 어떤 구조로 만들어 냈다는 말이죠? 도대체 어떤 모델이길래 알 수 없는 금융시장에서 항상 5퍼센트를 보장해 준단 말이에요?” ELS 상품의 원 구조에 물어본 단 한 명의 고객이었다.

찾아보면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많은 고객이 있다. 가까이는 매일 보는 가족에서부터 직장 동료, 비즈니스 파트너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내 주위 사람을 고객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부터 연습해 보자. 내 주변 사람의 생각도 읽어내지 못하면서 생판 모르는 손님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 하버드대의 제럴드 잘트먼 교수에 의하면 말로 표현되는 니즈는 5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고객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숨겨진 니즈를 파악하지 못해 실패하는 상품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은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숨겨진 속마음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파악해야 한다.

스웨덴의 생활 가전 회사인 일렉트로룩스는 고객의 가정을 방문해 청소 동작을 관찰한 후 2 in 1 무선청소기인 [에르고라피도]라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1500여 이상의 가구를 방문해 청소 동작을 관찰했다. 대형 청소기를 사용할 때 무거운 본체를 끌고 다니기 힘들어하고, 휴대용 청소기를 사용할 때에는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서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막대형 청소기를 개발한 것이다. 대성공이었다. 내 주변 사람의 행동도 관찰하다 보며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글과 직접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생각하고 있는 사업 아이템이 있다면 관련 매장을 방문해 소비자가 구매하는 모습을 관찰하자. 혹은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용하는 패턴을 지속해서 관찰하자.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반복하다 보면 잠재된 니즈가 보이기 시작한다. 가까운 가족이나 직장 동료를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아도 좋다. 연습하다 보면 부자가 되는 빠른 길을 가는 것과 동시에 소통을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개방형 질문을 하라. 객관식에만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관식 시험이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예, 아니요’라는 두 가지 대답만 나오는 폐쇄형 질문이 아니라 상대방을 대화에 참여시키는 개방형 질문을 연습해야 한다. ‘어떤 상품 찾으시나요?’가 아니라 ‘어디에 쓰시려고 하나요?’ ‘지금 쓰는 상품의 어떤 부분이 불편하셨나요? ’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저는 무조건 안전한 상품만 찾아요.’는 ‘안전하면서 수익이 좀 나는 상품을 찾아요’라는 말이었고, ‘곧 사용할 자금이라 오래 묶어두지 못해요.’는 ‘당장 쓸 자금은 아니지만, 원할 때 뺄 수는 있어야 해요.’는 표현이었다는 걸 나 역시 VIP 창구에서 다년간 근무한 후 깨달았다. 물론 뉘앙스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대화를 잘 끌어내는 사람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잘 듣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진솔한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냥 듣지 말고 리액션을 하자. 고객도 끄덕거리고, 추임새도 넣고 상대방이 얘기한 마지막 동사를 반복해 언급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느 순간 소통의 달인이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