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지박령 되겠습니다..." 텅 빈 대학가에 머무는 학생들 (2)

29STREET
29STREET2020-04-07 0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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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강을 맞은 대학가. 대면 강의는 언제 시작될 지 알 수 없고 학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예정된 개강 일정에 맞춰 기숙사에 입사해 지내고 있습니다. 기약 없는 개강 소식을 기다리며 텅 빈 학교에서 머무르는 학생들.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지난 1편에 이어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 대학생 세 명과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1)편 보러 가기



저 원래 드라마 안 좋아해요. 진짜요.
사진=넷플릭스 제공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 등이 실시되면서 통신망 이용이 증가했습니다. 3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인터넷 트래픽 등 ICT 서비스 안정성 점검 회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의 증가로 3월 인터넷 트래픽이 1월 대비 약 13%가량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학생들 또한 기숙사에서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이용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중 ‘넷플릭스’(Netflix)에 중독됐다고 밝힌 대학생 정희수(22·가명) 씨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Q: 요즘 가장 꽂혀있는 게 넷플릭스라고 들었어요.
A: 요즘 제 삶에서 가장 큰 부분이죠. 넷플릭스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Q: 이전 학기와 비교했을 때 넷플릭스 이용 시간이 많이 늘었나요?
A: 네. 전에는 혼자 밥 먹을 때나 심심할 때 가끔 봤죠. 드라마도 잘 안 보는데 한 달 사이에 세 작품이나 봤네요.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멜로가 체질’ ‘사랑의 불시착’ 이렇게 봤습니다. 꼭 넷플릭스가 아니더라도 휴대폰이나 노트북 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Q: 합치면 52부작이네요. 영상을 자주 보시면 눈이 매우 아플 것 같은데요.
A: 생각해보니 온종일 영상을 보는 것 같아요. 낮에는 학교 온라인 강의를 들어요. 토익 공부도 인터넷 강의를 이용하고 있어요. 원래는 학원에 갈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넷플릭스를 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죠. 블루라이트와 24시간 함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이라 몸 편할 줄 알았다고요? 
전 과제 지옥에 살고 있어요.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또한 출석체크와 시험이 과제로 대체되면서 학생들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윤소담 씨(가명·23)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매주 7개의 과제를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A: 기숙사에 틀어박혀서 과제와 싸우고 있습니다. 지금 7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전부 과제를 내야 해요. 

Q: 전에는 과제가 별로 없었나요?
A: 전에는 수업 당 1~2개 정도였어요. 보통 시험을 자주 봤습니다. 간호학과는 공부해야 하는 양 자체도 많고 외워야 할 게 많아요. 그래서 매주 쪽지 시험을 봐서 공부 내용을 점검했습니다. 지금은 비대면 수업이라 복습을 점검할 수 없으니 과제를 많이 내주십니다.

Q: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과제를 하는 게 더 부담스러운가요?

A: 음... 두 개 다 부담스러운데요... 그래도 쪽지 시험은 공부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돼요. 그런데 지금 내주는 과제는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비대면 강의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공부를 위한 과제가 아니라 ‘인증’을 위한 과제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나 지금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과제...? 이게 과연 효과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 더 힘든 것 같습니다.

Q: 지금 실습이 연기돼서 일정이 다 꼬였다고 들었어요.

A: 네. 전 4학년이라 지금 정말 중요한 시기예요. 원래는 5월부터 ‘빅5 병원’(국내 대형 종합병원 5개) 면접 시작이라 자기소개서도 쓰고 면접 준비를 해야 해요. 지금 병원 측에서도 이렇다 한 입장을 안 내놓고 있어서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겠네요. 지난 겨울만 해도 지금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을 줄 알았어요. 현실은 도서관도 다 폐쇄돼서 기숙사에서 과제를 하고 있네요.



기숙사에서도 다이어트는 계속된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코로나19로 운동 시설 이용이 어려워졌습니다. 헬스장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집에서 영상을 틀고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에 나섰습니다. 기숙사에서도 열심히 운동 중인 학생이 있습니다. 취사 시설도 없는 기숙사에서 열심히 다이어트 중인 박민주(24·가명) 씨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Q: 원래 운동 계획과 지금 실천 중인 계획의 차이는?

A: 원래는 기숙사 헬스장에서 운동했죠. 3월 초에 사흘 정도 하다가 헬스장이 폐쇄됐어요. 그래서 운동장을 도는 거로 바꿨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운동장 출입도 제한하더라고요. 요즘은 방에서 요가를 하거나 가끔 학교 주변을 산책해요.

Q: 운동장까지요?
A: 단체 경기를 막기 위해 운동장을 폐쇄한 것 같아요. 운동장을 걸으려고 했는데 경비실 아저씨가 호루라기를 불면서 제지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주변을 걸었어요. 걸으면서 보니 근처 카페에는 사람이 가득하더라고요. 도서관이나 헬스장 같은 교내 다중이용시설을 막아 놓은 게 무색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Q: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밖에서 식사하는 게 조심스러워서 아예 제대로 다이어트를 하자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자연 식물 다이어트 중입니다. 과일이나 채소 위주로 먹는 식단이에요. 기숙사는 취사가 안 돼서 제약이 많은데 이 식단은 별다른 조리가 필요 없어서 편리하긴 해요. 신기한 건 다른 학생들도 비슷하다는 거예요. 제가 사는 기숙사는 공용 냉장고를 쓰는데요. 분명히 이전보다 사람이 줄었는데 냉장고 안은 가득 차 있어요. 다들 집에서 반찬을 가져오거나 조리가 필요 없는 채소, 과일을 많이 가져왔더라고요. 심지어 냉동고에는 닭가슴살이 가득합니다. 요즘 다들 건강이 많이 걱정돼서 그런지 최대한 좋은 걸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텅 빈 학교에서 생활 중인 학생들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코로나19가 뒤바꿔 놓은 생활 환경 때문에 학생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종식되어 학생들이 한시름 덜 수 있길 바랍니다.

장민지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