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이 살렸다는 한 교수의 사이버 강의... "와 신뢰도 ↑"

29STREET
29STREET2020-04-03 16:10:31
공유하기 닫기
센스 있는 강의 자막으로 화제를 모은 왕가년 울산대학교 교수의 차녀 왕민 씨(22)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왕민 씨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도 재치있는 답변을 건넸습니다.

왕민 씨는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실내건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현재는 휴학 중입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아버지가 ‘사이버 강의’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구원투수로 나섰습니다. 

그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저희 아빠는 기계치다. 학교로부터 인터넷 강의 촬영 안내를 받았을 때 ‘아 이거 아빠 혼자 찍으면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다’라고 생각해 도와드렸다”라고 계기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수업을 하는 동안에는 밖에 나가 있는다고 합니다. 그는 “카메라만 설치해놓고 도망간다. 수업을 듣긴 싫다.(웃음) 편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듣다 보니까 너무 재미가 없었다. 이거 그대로 올렸다간 제가 그랬듯이 학생들도 강의 켜놓고 딴짓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인트로만이라도 학생들의 주의를 끌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재미있는 자막을 달게 된 이유를 밝혔습니다.

앞서 왕민 씨는 아버지의 ‘인간행동과 심리학’ 강의 영상에 ‘열 길 물속은 알aㅏ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ㄷr...★’ ‘나를 찾아 떠나는 심리여행’ 등 B급 유머코드 자막을 달아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강의 캡처 자료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었습니다.

누리꾼들은 “딸 진짜 재미있어하면서 넣었겠다. 저거 OK 한 아빠도 너무 웃기고”, “딸도 아버지도 너무 귀여워”, “왠지 따님이랑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실 것 같아”, “와 자막 보려고 강의 집중해서 들을 듯”. “강의가 ‘인간행동 이해’인데 딸이랑 친밀한 거 보니 신뢰도가 쑥 올라가는 느낌이야”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왕민 씨는 “1주차엔 비교적 얌전히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슈가 되어 방송에도 나갔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2주차에는 더 ‘도른미’ 넘치는 인트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3주차 강의에 아키(고양이 이름)가 등장했다”라고 말했습니다. 

50분짜리 강의를 편집하는 데에는 1~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왕민 씨는 “'편집하기 귀찮다'면서 빈둥대느라 대략 5~6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강의 2개를 편집하는데 하루를 잡아야 한다"면서 “다들 아시는 그 기분 맞다”라고 유쾌한 답변을 건넸습니다.

영상에 대한 왕가년 교수의 반응은 어떨까요? 왕민 씨는 “제가 만든 영상을 아빠가 다 너무 좋아하신다. 원래 본인이 나온 영상을 보지 않는데 박수치고 좋아하면서 여러 번 돌려 보시더라. 제가 생각해도 마음에 드는 게 몇 개 있긴 하다”라고 전했습니다.

왕 씨는 강의 편집이 귀찮다면서도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끝으로 그는 “빨리 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더 이상 아프고 고생하는 사람이 없이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바람”이라면서 “저희 아빠를 귀여워해 주시고 저희 아키와 저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김가영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