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지박령 되겠습니다..." 텅 빈 대학가에 머무는 학생들 (1)

29STREET
29STREET2020-04-03 15: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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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온라인 개강을 맞은 대학가. 대면 강의는 언제 시작될 지 알 수 없고 온라인 강의는 연장되고 있습니다. 차츰 미뤄지는 대면 강의 일정으로 학생들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예정된 개강 일정에 맞춰 기숙사에 입사해 지내고 있습니다. 기약 없는 개강 소식을 기다리며 텅 빈 학교에서 머무르는 학생들.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2인실이지만 1인실처럼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개강 일정이 변동되면서 각 학교의 기숙사에서는 입사 기간을 조정했습니다. 2월 말에만 가능했던 입사는 4월에도 가능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기숙사비 일부 반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감염병 우려 속에 학생들은 기숙사 입사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다인실을 독방처럼 쓰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2인실을 신청했지만 의도치 않게 혼자 방을 쓰고 있는 이연희 씨(24)와 만나봤습니다.

Q: 지금 방을 혼자 쓰신다고 들었어요.

A: 네. 룸메이트가 아직 입사를 안 해서 저 혼자 쓰고 있습니다. 기숙사에 들어온 지 이제 열흘 되었네요.

Q: 독방이면 그래도 편하지 않나요?
A: 편함 반, 외로움 반인 것 같아요. 근데 확실히... 밤에는 좀 외로워요.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Q: 룸메이트가 있고 없고 큰 차이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배달 음식 시켜 먹을 때 조금 아쉬워요. 최소 비용 채우는 게 혼자서는 힘들어서... 치킨은 마음먹고 1마리 시킨다고 해도 돈가스나 덮밥 이런 메뉴들 먹고 싶을 때 있잖아요. 원래는 같이 시켜서 배달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는 1인분만 주문하려고 봤더니 배달이 안 돼요. 어쩔 수 없이 포장해오거나 그냥 안 먹기도 해요. 오늘은 기숙사 바로 아래에 있는 편의점에서 해결했습니다.

Q: 룸메이트가 있고 없고에 따라 식사도 달라지네요.
A: 사실 혼자 먹는 건 괜찮아요. 코로나 때문에 밖에선 못 먹고 배달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데 1인분 배달이 안 되는 곳이 많아 문제가 생기죠. 대부분 2인분 정도를 시켜야 하는데 그건 또 부담스러워요. 또 기숙사 환경상 오래 음식물을 놔둘 수도 없어요. 그래서 간편식을 많이 먹게 되었죠. 시리얼, 편의점 도시락, 삼각 김밥. 이게 요즘 주메뉴입니다.

Q: 식사라도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걱정 많으시겠어요.
A: 네. 안 그래도 지쳐요. 기숙사라 취사도 안 되고 간편 음식만 먹으니 질리기까지 해요. 생활 패턴도 엉망이에요. 밤늦게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해가 중천일 때 일어나는 삶의 반복입니다. 그래도 본가에 있을 때는 오빠랑 차 타고 마트라도 갔다 왔었는데 여기서는 쳇바퀴를 도는 것 같아요. 답답합니다. 그래서 더 집이 그리운 것 같아요.

Q: 열흘 되셨는데 많이 지치신 것 같아요.
A: 네. 그래서 이번 주말에 집에 다녀오려고요. 고속버스 5시간 타고 갑니다. 원래 학기 중에는 정말 큰 결심 하고 집에 가요. 교통비만 7만 원이 넘어서 오가기 쉽지 않거든요. 근데 혼자 있으니깐 조용하고 외롭고... 기숙사에만 있으니 사람이 지쳐요. 충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전 불감증 룸메 때문에 힘들어요.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숙사생들은 또 다른 고민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오는 학생들이 함께 시설을 이용하기에 감염 위험이 크지 않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특히 좁은 기숙사 내부에서 룸메이트와 지내면 위생에 더 민감해지는데요. 최근 기숙사에 들어온 룸메이트 때문에 속병을 앓고 있다는 김은지(23·가명) 씨와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Q: 룸메이트가 들어오셨다면서요?
A: 룸메이트가 들어온 지 일주일째에요. 평소라면 친근하게 잘 지냈을 텐데 혹시 감염돼서 오진 않았을까 걱정되긴 합니다. 한 달이나 되긴 했지만 유럽에 다녀왔다고 하니깐 괜히 무섭더라고요.

Q: 신경이 많이 곤두선 상태일 것 같네요.
A: 맞아요. 지금은 룸메이트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더 예민해요. 요즘은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제 물건도 맨날 소독하고 바닥도 매일 청소하고 있거든요. 룸메이트가 오고서는 청소에 더 신경 쓰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되니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 같아요. 룸메이트한테 티 안 내려고 하니깐 스스로 더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요.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Q: 친구가 외출을 자주 하나요?
A: 이제 일주일 차인데 일주일 모두 나갔습니다. 오랜만에 서울에 와서 밀린 약속을 해결하는 건지... 매일 나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룸메이트가 외출하고 들어왔는데 바로 씻지를 않더라고요. 그 상태에서 저한테 다가와서 신나게 얘기를 하는데 너무 괴로웠습니다. 얼른 손 좀 씻었으면 좋겠는데...

Q: 이 시국에 매일 나간다고요?
A: 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카페 가서 공부도 하더라고요. 같이 사는 입장에선 매우 힘듭니다. 전 무조건 안 나가거든요. 저도 집에 다시 내려가서 편히 지내고 싶지만 서울에서 해야 하는 일도 있고... 애써 가져온 살림살이를 다시 짊어지고 갈 생각을 하니 자연스럽게 포기가 됐어요. 또 지금 일정상으론 강의실 수업이 곧 시작되니깐 가기도 애매하고요. 그냥 남기로 했습니다. 이러다가 대면 강의 일정이 또 미뤄질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요.


학교에 머물고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장민지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