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up은 왜 콜라가 아니라고 외쳤나?

마시즘
마시즘2020-04-05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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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를 주문했는데
왜 술이 나오니?
한국의 음료덕후들이 해외에 나가면 주문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사이다’다. 콜라면 콜라, 오렌지 주스면 오렌지 주스 아는대로 시키면 되는데, 사이다를 시키면 술(Cider는 원래 사과주다)이 나오고 만다. “술은 말고.. 그 칠성… 아니면 킨… 아 그런 거요!”

그렇다면 이 맑고 청량한 음료를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레몬 라임 소다를 달라고 하거나, 스프라이트… 혹은 세븐업이라고 부르면 된다. ‘세븐업(7up)’. 편의점에서 본 듯 못 본듯한 그 이름의 음료가 해외에서는 사이다… 아니 레몬 라임 소다의 표준이라고?

오늘 마시즘은 한 때는 세계에서 3번째로 유명한 음료였던, 레몬 라임 소다 세븐업에 대한 이야기다.

코카콜라에게
앞길이 막힌 남자
(나름 세계정복을 노리고 나온 음료인데, 환타 앞에서는)
세븐업을 만든 사람은 ‘찰스 그릭(Charles L. Grigg)’이다. 그는 세븐업을 만들기 전에도 제법 성공한 음료 제작자였다. ‘하우디(Howdy)’라는 오렌지향 탄산음료를 만들어서 전국적으로 성공을 하고, 존 펨버턴(코카콜라 제작자), 칼렙 브래드 햄(펩시 제작자)의 뒤를 이어 전설적인 인물이 되려고 한 이 남자. 찰스 그릭의 하우디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우디가 아무리 잘 팔려도 코카콜라의 ‘크러쉬 오렌지’의 벽에 막혔기 때문이다.

하우디를 접으며 찰스 그릭은 차별화가 되는 음료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2년간의 수련… 아니 연구 끝에 드디어 청량하고 깨끗한 레몬 라임 탄산음료를 만들게 되었다. 문제는 시중에 600여 종의 레몬 라임 맛(향) 음료들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은 찰스 그릭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코카콜라는 레몬 라임 음료가 없잖아!

그는 자신 있게 음료를 출시했다. 그 이름은 바로 ‘빕 레이블 리티에이티드 레몬 라임 소다(Bib-Label Lithiated Lemon-Lime Soda)’다. 잠깐만 이름이 너무 어렵잖아.

이름이 길어
부르지 못한 그 이름
색다른 풍미와 깨끗한 맛을 가지고 있던 ‘빕 레이블 리티…’ 그 음료는 인기를 얻었지만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다. 애초에 제품 이름이 암기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찰스 그릭은 결국 제품의 이름을 짧게 바꾸기로 결정한다. ‘세븐 업 리티에이드 레몬 라임 소다’로 바꾼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은 이 음료를 ‘세븐업’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뒷 이름이 불리지 않자 1932년에 공식 이름도 세븐업으로 줄여진다).

하지만 앞에 ‘세븐업’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9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몇몇 팬들은 다음과 같은 추론을 낼 뿐이었다.

1. 설탕, 탄산수, 레몬, 라임, 구연산나트륨, 구연산 리튬까지 일곱 가지 재료를 썼기 때문
2. 다른 음료는 6온스에 파는데 세븐업은 7온스 병에 팔았기 때문
3. 그릭이 이 음료로 7번의 숙취를 이겼기 때문
4. 숙취가 아니라 포커게임에서 7로 이겼기 때문
5. 다른 비슷한 브랜드에서 착안을 했기 때문

결국 뜻은 알 수 없어도 착 달라붙는 네이밍과 색다른 맛의 세븐업은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1940년대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인기 많은 탄산음료로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찰스 그릭의 세븐업은 다시 한때는 벽이었던 그 음료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바로 ‘코카콜라’다.

저희는 콜라가 아니에요
세븐업의 UN COLA 작전
세븐업의 앞길에 남은 경쟁자는 코카콜라와 펩시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인기를 얻어도 그 둘을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뭐랄까. 전국노래자랑에서 1등을 해서 왕중왕전에 나갔는데, 상대가 비틀스였다… 랄까? 같은 선상에서 비교를 할수록 세븐업의 매력이 반감되었다.

하여 1960년대 세븐업은 방향을 바꾸게 된다. 바로 ‘세븐업은 콜라가 아니다(앞서 말했지만 해외에는 사이다라는 탄산음료 장르가 없다)’라는 UN COLA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그동안은 ‘세븐업이 콜라보다 맛있다’였다면, ‘세븐업은 콜라와 다르다’라고 말하기로 한 것이다.

(Un and Only…)
이것은 짧은 단어였지만 세븐업을 새롭게 정의해주었다. 세븐업은 콜라들보다 달지 않고 청량하며,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어필했다. 심지어 코카콜라와 펩시를 생각할 때 연관검색어처럼 세븐업이 떠오르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또한 팬들 역시 세븐업을 마시는 것이 더 대중적인 콜라를 마시는 것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무한경쟁으로만 이겨야 할 줄 알았던 음료전쟁이 알고 보니까, 인식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문제는 깨달았을 때쯤에 그 음료가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바로 코카콜라의 스프라이트(Sprite)다.

세븐업 VS 스프라이트
코카콜라 리매치
(느낌이 다른 1980년대 세븐업의 광고와 스프라이트 광고)
이미 코카콜라는 세븐업의 부상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 1961년 독일의 ‘환타 클리어 레몬’을 미국에 들여오며 ‘스프라이트(Sprite)’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것이다. 투명한 탄산음료라는 점. 그리고 레몬과 라임의 향미를 가졌다는 점에서 세븐업과 비교가 되는 녀석이었다.

언제나 도전자의 입장에만 있었던 ‘세븐업’이 이번에는 챔피언 방어전을 하는 상황. 하지만 두 음료를 구분하기란 쉽지가 않았고(여전히 인터넷에서는 이 둘을 비교 시음하는 콘텐츠가 나온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세븐업을 스프라이트가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이 1인자, 2인자의 구도가 익숙해질 무렵 스프라이트가 판을 깨게 된다. 이번에는 세븐업의 방심이 컸다. 스프라이트는 이미 코카콜라라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었고, 10대 위주의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젊은 사람의 음료가 된 것이다. 결국 1989년 스프라이트는 세븐업을 꺾고 1인자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젊음을 찾아서
세븐업의 팬들을 찾아서
(세븐업의 마스코트로 알고 있지만 독자적인 캐릭터다. 90년대의 펭수랄까)
음료 전쟁에는 1인자의 자리를 쟁취하는 것은 어렵지만, 판도가 뒤바뀌면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세븐업은 90년대 ‘피도 디도(Fido Dido)’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90년대 젊은 사람들의 감성을 가져오고 보다 캐주얼한 브랜드로 변모한다. 또한 스프라이트와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다.

왕관의 자리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세븐업의 이런 변신은 세븐업을 좋아하는 팬들의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비슷한 맛임에도 불구하고 세븐업을 좋아하는 사람은 스프라이트나 코카콜라보다 세븐업이 특별하다는 점을 찾아서 말하고 있다. 그들이 필요한 음료는 ‘스프라이트’도 ‘코카콜라’도 아닌 ‘세븐업’이기 때문이다.

‘대중성’에서는 많은 차이가 벌어졌지만 ‘원조’와 ‘덕후’의 이미지를 가져온 세븐업. 세븐업은 다시 왕관을 찾을 수 있을까?

* 번외 : 이런 세븐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취급이 좋지 않다. 1984년, 스프라이트 없는 청정지역 한국에 진출했는데 하필 이 나라에 칠성사이다가 있었던 것. 게임이 되지 못하고 해태음료에서 롯데칠성으로 판권이 넘어간다. 그리고 2001년에 다시 해태음료로 그리고 다시 롯데칠성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지금은 단종이 되어… 팬들은 마실 수 없다는 슬픈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