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패션보다 환경을 생각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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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2020-04-03 1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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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사람이 옷을 입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복이 사람의 몸에 착용하는 것으로 처음에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핵심이었다면 그다음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됐다. 스스로의 모습을 꾸미고 나타내는 장식적인 특성을 가진 것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옷이 가지는 의미는 더 남다르다.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입었던 옷은 각 나라 고유의 민족성과 정신이 담긴 전통 의상이 되기도 하며 매해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런웨이에 오르기도 한다. 의복의 정체성이 단순히 천을 재단하고 엮어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정신과 심미적 기준에 의해서 재해석 되고 있다.

현대 패션 산업은 그 크기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산업화가 되면서 수공업을 벗어나 공장 생산이 진행되며 판매되는 옷의 수량이 점차 늘었다. 패션이 주류로 떠오르며 새로운 디자인을 기대하는 이들 역시 증가했는데 해당 산업은 가장 트렌드가 빠르게 움직이고 민감하게 변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

트렌드에 따라 의류를 생산하고 유행이 급격하게 변하다 보니 더 이상 입지 않게 되는 옷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와 함께 대두된 것이 바로 환경 문제다. 패스트패션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패션 분야는 쓰레기를 다량 배출하는 산업 중 하나로 주목받게 됐다. 패스트패션으로 인해 연간 세계의 공장이 가동되는 사이클은 최대 50번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자투리 원단이 나오기도 하며 이러한 잉여 원단들은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을 뜻한다.
다양한 디자인이 요구되며 옷들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 /pixabay
유행에 따라 옷들이 빠르게 소비되고 있다 /pixabay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패션 산업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다. 세계 손에 꼽을 만한 스파 브랜드는 얼핏 떠올려 봐도 다섯 손가락을 넘는다. 패스트패션 산업을 주도하는 세계 여러 스파 브랜드가 패션 시장을 선도하며 트렌드를 이끌어 가게 되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환경 파괴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스파 브랜드를 부정적인 관점에서만 볼 필요는 없다. 가격이 저렴하며 누구나 패션이라는 분야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트렌드를 주도하는 산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존 패션이라는 분야가 장벽이 높고 런웨이를 통해서 트렌드가 형성되고 전파됐다고 본다면 스파 브랜드의 인기 이후에는 누구나 옷을 잘 입을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스트리트 패션이 더 활발하게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는 것은 엄청난 양의 유행이 지나 버려진 옷과 옷을 제작하며 남은 잉여 원단이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가치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보다 공익적인 측면에서 소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장식적인 의미의 의류 소비를 넘어 자신의 정신과 신념을 투영하여 의복을 구입하는 것이다.


디자인을 넘어 공익적 가치를 담다

과거 세련되고 미적인 기준에 의해서 유행이 선도 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최근의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공익적인 소비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패션 산업의 가장 큰 화두를 차지하는 4대 패션 위크 등의 런웨이만 보더라도 이제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디자인보다 환경을 생각하고 공익적 목표에 가치를 둔 디자인들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원단이 소각 또는 매립이 되면서 나타나는 환경 문제에 대해 디자이너들은 골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소비자들은 가치 판단에 따라 환경 파괴에 동참하는 디자인을 선택하기보다는 오래 입을 수 있고 조금 시간이 걸려도 정성 들여 만들어지는 의복에 관심을 가진다. 특히 유행을 벗어나 친환경적인 소재의 의류를 입고 의복의 선택 이유를 미적인 기준에서 편안함으로 초점을 이동한 것이다.
가공하지 않은 소재를 사용한 옷들 /pixabay
버려지는 의류를 수거해서 재활용하기도 한다 /pixabay
또한 환경을 고려해 버려지는 원단을 다양한 방법으로 재사용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특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펀딩을 둘러봐도 그렇다. 패스트패션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지적하며 잉여 원단의 재사용을 통해 만들어낸 소품을 판매하는 해당 펀딩은 애초 200만 원의 목표 금액을 훨씬 넘어선 360만 원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펀딩 종료일이 약 22일 남은 시점에서 이는 눈에 띄는 수치다.

해당 펀딩은 사회적 기업 라잇루트를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주제는 “나의 공간, 우리의 환경을 위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라잇루트는 옷에 올바른 가치를 담는 브랜드로 청년 디자이너들의 시작과 자립을 도와주는 기업이다. 해당 펀딩은 “멋진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탄생한 잉여 원단”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잉여 원단을 재활용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요즘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패브릭 포스터나 가랜드 등으로 제작이 되어 구입 시 펀딩에 참여할 수 있고 패션 아이템으로는 에코백 제작도 되고 있다.
잉여원단을 활용해 만든 패브릭 포스터, 라잇루트
잉여원단을 활용해 제작된 인테리어 소품 패브릭 포스터와 가랜드, 라잇루트
이러한 시도는 패션 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쓰레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되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치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최근 일반 종이 포스터보다 선호도가 높은 패브릭 포스터에 자수 디자인을 넣어 색다른 인테리어 소품으로 재탄생 시켰는데 특히 원단에 새겨진 자수 디자인에 환경 메시지 일러스트를 담아 의미를 더한다.

‘나의 공간, 우리의 환경’을 위해 진행되는 이 펀딩은 리워드 판매가의 63%는 제품 업사이클링 과정에 사용이 되며 27%는 CS 관리, 품질관리, 포장, 홍보에 사용이 된다. 또한 10%는 청년 디자이너들을 위한 디자이너 인큐베이터에 사용이 되니 잉여 원단으로 제작된 인테리어 소품도 구입을 하고 청년 디자이너들의 제작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환경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대안까지 고민할 수 있는 것이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 환경을 고려한 착한 패션 문화가 다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브랜드 ‘프라이탁’ 역시 이와 비슷한 가치를 반영해 소비자 스스로 환경적인 소비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스위스 가방 브랜드인 프라이탁은 리사이클을 통해 패션 아이템인 가방이나 지갑 등을 제작한다. 주로 방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산업용 천을 이용해 패션 아이템을 만든다.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산업용 폐기물 천들이 일정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마다 디자인적인 특이점을 가지고 만들어진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함께 환경에 있어 윤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산업용 천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제품을 제작한다. 리사이클 브랜드 프라이탁 /윤미지 기자
또한 등산에 관련한 장비를 제작하다가 다양한 분야의 운동복들을 함께 선보이는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행보도 눈에 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심하며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은 물론 환경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사용해 의류를 제작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옷을 고를 때 디자인보다 그 옷이 어떤 재료를 통해 어떤 식으로 제작이 되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됐다. 디자인에 국한되어 있던 의류 소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환경적인 면을 고려하는 것이다.

사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볼 때 기업이 나서서 행동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이를 받아들이며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위해 친환경적인 제품을 제작한다. 그 이유는 역시 브랜드를 움직이는 것은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며 더불어 더 건강하고 윤리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에 같이 일조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입고 있는 옷이 자신을 대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옷이 그 사람의 전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단순히 비주얼적으로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두는 것보다 더 의미 있다. 더욱이 요즘엔 환경을 고려한 브랜드 중에서도 창의적이고 디자인성까지 갖춘 제품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입고 있는 옷이 자신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패션에 있어서도 한 번쯤 착한 소비를 지향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