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락스 게시판' 운영자를 만나보았다

주간동아
주간동아2020-03-31 16: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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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불결할 수 밖에 없다면
공중 위생은 아무리 부유한 자도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유한클로락스 홈페이지 게시판은 고객 문의에 친절하면서도 정확하게 답변해 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질문을 받아도 연구소 문의를 거쳐 정성껏 답해 주는 게시판 관리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성을 다해 쓴 장문의 답변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관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3월 25일 서울 마포구 유한클로락스 본사에서 유한클로락스 게시판 운영자 김춘재(41)과장을 만나보았습니다.

락스 희석액 제조 방법을 설명하는 김춘재 유한클로락스 과장. [조영철 기자]
“하루 방문자 3만 명 넘기도…연구소에 확인 받아 답변”

최근 유한클로락스 게시판은 생활 속 코로나 퇴치법 토의장이 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질병관리본부(질본)가 2월을 전후해 차아염소산나트륨, 즉 ‘가정용 락스’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는 환경소독제 가운데 하나로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김 과장은 고객의 질문글이 올라오면 연구소에 관련 내용을 물어 답변을 작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유한클로락스 마케팅팀에서 팀장님과 함께 유한락스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질문 글을 올리면 경기 화성시에 있는 연구소에 관련 내용을 물어 답변 초안을 작성합니다. 그리고 연구소로부터 정확하게 작성했는지 확인받은 뒤 게시판에 올립니다. 경영학을 전공해 화학은 잘 모르지만 게시판에 직접 답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가량 지나니 전문지식이 꽤 많이 쌓이더라고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게시판 방문자가 많이 늘었나요.

“일평균 방문자가 1500~2000명 수준이었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에는 3만 명 이상으로 폭증했습니다. 지금도 4000명 수준으로 평시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유한클로락스 인터넷 고객 게시판(왼쪽)과 이 게시판에 올라온 코로나19 관련 질문들.
락스가 정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하나요?

“우리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직접 실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과거 유행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제거에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습니다. 이들 바이러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번에 WHO와 질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제거용 환경소독제 가운데 하나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포함시킨 것 같습니다.”


집 안을 소독할 때 물 1ℓ에 락스를 두세 뚜껑 넣어 좀 더 확실하게 소독해도 될까요.

“농도를 높인다고 바이러스가 더 빨리 죽거나 확실하게 죽는다는 데이터는 없습니다. 질본 권고보다 희석액 농도를 높이는 것은 사용자의 심리적 안정감에만 도움이 될 뿐입니다.”


기어 다니는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바닥도 소독하길 원하는데 괜찮나요.

“바닥의 경우 아이를 다른 곳에 데려다두고 질본이 권하는 방식으로 소독해야 합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소독한 뒤 남는 것은 물과 나트륨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습니다. 또 깨끗한 물을 적신 천으로 소독한 곳을 닦아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없습니다.”

게시판에서처럼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하던 김 과장은 “희석한 락스를 손소독제로 사용해도 되나”라는 질문에 “안 된다”고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손소독제로 써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쓰시면 안 됩니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서도 락스 희석액을 손소독제 대신 사용하는 것이 빈번하게 공유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락스 희석액이 피부에 유해해서라기보다 락스 용법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고농도 락스는 피부 단백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500ppm은 그 수준은 아니지만, 피부 민감도는 사람마다 편차가 큽니다. 락스는 고무장갑을 끼고 사용해야 합니다.”

최근 코로나19 불안감을 파고든 상술이 적지 않습니다. 각종 특허물질로 만들어 바이러스와 세균을 완벽하게 제거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한클로락스 게시판에도 이러한 제품을 믿고 써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소비자 혼란이 늘자 3월 25일 환경부는 정부에 신고하거나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살균·소독제 285종의 목록을 발표했습니다.

유한클로락스는 3월 2일 홈페이지에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지만 안전한 살균소독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글의 한 대목은 이렇습니다.

‘정말로 유해균은 강력 살균하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며 비전문가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살균·소독 물질을 발견하거나 발명했다면, 국내에서만 판매할 것이 아니고 노벨의학상에 도전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개발한 살균·소독제는 여전히 유해균과 유익균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해균에게 강력하면 인간에게도 위험하고 인간에게 안전하면 유해균에도 위협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15만 조회수를 넘기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김 과장은 “소독제 성능은 판매 가격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생성해준다는 20~30만 원짜리 전해수기도 팔리고 있는데요.

“전해수기 관련 문의가 많아 시중에서 인기가 높은 두 개 제품을 가져다 테스트해봤습니다. 질본이 권고하는 500ppm보다 낮은 농도의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실제 제품설명서에 10ppm, 100ppm의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생성한다고 밝혀놓은 제품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즐겨 찾고 좋아하는 고객 게시판은 흔치 않은데요.

“락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해보니 ‘효과는 좋은데 독하다’고 여기시더라고요. 1인 가구로 독립해 제 손으로 화장실을 청소하기 시작한 2030세대에게 ‘엄마가 쓰던’ 유한락스 사용법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어 게시판을 개설했습니다. 과학적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젊은 세대와 공감대를 넓힌다는 콘셉트를 적용했는데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습니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기뻐하고 있지만 책임감도 크게 느낍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매진하겠습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