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에 퇴사 결심..."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바이라인2020-03-23 15: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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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힘든 당신에게 전하는 희망 메시지

도란 작가 인터뷰
4년간 기자로, 5년간 마케터로 직장생활 만랩을 찍은 팀장이 어느 날 갑자기 퇴직을 고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이 편해지려는 시니어 직장인이 회사에 이별장을 날린 이유는 무엇일까?

두 번째 출간 책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를 펴내며 “회사 아닌 다른 길을 찾아도 내 삶은 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도란 작가의 희망 메시지를 지금 만나보자.



팀장 직급에서 퇴사를 결심하다

기자와 마케터로 약 9년 간 거쳐온 회사들을 ‘복잡한 피로감으로 뒤엉킨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회사생활은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50%, 그 외적인 것이 50%라고 생각한다. 필수로 참석해야 되는 회식, 윗사람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 내 기분과 상관없이 언제나 밝아야 하는 표정, 심지어 워크샵이나 체육대회 등에서 신나는 척 장기자랑까지. 일만 할 수 있다면 회사는 참 즐거운 공간일 텐데 업무 외적인 것들로 항상 너무 힘들었다.

이런 감정 때문일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면 그 공간이 항상 이것저것 복잡한 것들로 뒤죽박죽 뒤섞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온갖 실타래가 꼬여 있는 것 같은 사무실을 보면 금세 피로함에 사로잡히곤 했기 때문에 그 잔상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말이다.



직장인의 삶을 벗어나 프리랜서의 삶을 걷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기자를 하면서도 두 번의 이직이 있었고, 마케터가 되고 나서도 두번의 이직을 했다. 여러 번의 이직을 경험하다 보니 느낀 바가 있었다. 어느 회사를 다니던 각종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그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직이라는 도피처를 택했더라. 그런데 도망가는 것은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계속 도망가봐야 끝은 없었다.

사실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에 이직하려던 회사가 있었다. 사무실 뒤편으로 북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면접관의 매너도 정말 좋았다. 문득 이런 멋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물음이 뚫고 올라왔다. 결국 이 회사의 좋은 면을 보고 입사해도 불합리하고 힘든 일들은 반복되겠지?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결국 내게는 무의미하지 않을까?

당시 건강이 굉장히 안 좋기도 했다. 마지막에 다니던 회사의 왕복 출퇴근 시간이 총 4시간이었다. 더 큰 문제는 퇴근을 밤 9시 전에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거의 매일이 야근 지옥이었는데 몸이 녹슬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마음대로 병원 한 번 못 갔다. 이렇게 몸이 낡아가면서까지 일을 해야 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했다.



짧지 않았던 직장생활 탓에 주변사람들의 퇴사 반대도 심했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나?

안타깝게도 이겨내지는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팀장 직급에서 퇴사를 한 터라 당시 저에게 “미쳤다, 배가 불렀다” 등 온갖 반대가 쏟아졌다. 지인들 머릿속에는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의 모습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알고 보면 굉장히 다양한 모습으로 살 수 있는데- 안타까움이 컸지만, 그 편견을 깨지 못했다.

그래서 반대를 이겨 내기보다는 스스로 프리랜서로서 떳떳해지는 길을 택했다. 퇴사를 한 뒤에 일부러 계획을 빡빡하게 세워서 바쁘게 움직였다. 바로 작품을 시작했고, 자격증을 땄고, 거의 손을 못 대던 가사도 맡았다.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계속 해오면서 스스로 마음이 상할 틈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퇴사 후 프리랜서 기자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일단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것이 너무 좋다. 물론 프리랜서도 클라이언트와 일정부분 사회생활을 하지만,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동료와 동일시될 수는 없다. 회사 다닐 때는 싫어하는 동료를 보는 것에 감정소모가 심했다. 싫은 동료에 대한 티는 못 내니, 틈나면 가끔 노려보곤 했는데(웃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좋다.

일의 능률도 훨씬 높아졌다. 혼자 조용한 서재에서 글을 쓰다 보니 집중력이 정말 좋다. 예전에 8시간 걸릴 일을 지금은 3~4시간이면 뚝딱 해낸다. 일에 능률이 붙다 보니 시간 자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잃었던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전국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도란 작가의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전국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도란 작가의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이러한 5년 간의 프리랜서 생활을 녹인 책,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가 연초에 출간됐다. 어떤 책인가?

주변에서, 심지어 일면이 없으신 분들도 프리랜서와 관련된 질문을 정말 많이 해왔다. 궁금해하는 포인트들이 비슷해서 그때마다 대동소이한 답변을 할 때가 많았고, 때마침 브런치에도 프리랜서와 관련된 일들을 연재하고 있었다. 마음에 맺힌 것이 많았는지(웃음) 한 두 개씩 쓰던 글들이 결국 20편이 됐더라. 그 글들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를 하면서 출간하게 됐다.

처음 컨셉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에세이 느낌의 책이었는데, 이후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만한 정보성을 가미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전체적인 베이스는 에세이지만, 실질적인 정보가 많이 녹아 있는 복합적인 성격의 책으로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



시중에도 많은 프리랜서 에세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만의 매력을 꼽는다면?

대부분의 프리랜서 에세이와 관련 콘텐츠들은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면 정말 멋지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처럼 장밋빛 미래 위주만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또 그 극단의 시선에는 대학 졸업 후 취업만 하면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할 수 있다는 통계나 콘텐츠들도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취업 후 행복, 퇴사 후 행복’ 양분된 두 가지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항상 이런 사회 분위기가 의문이었다. 왜 안정적인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 냥 이야기하지?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왜 자꾸 퇴사를 재촉하며 회사를 벗어나면 행복해질 것처럼 이야기하지? 입사와 퇴사, 이 모든 것으로 인생은 설명될 수 없다. 그 경계에는 무수히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잔존한다.

그래서 나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다. 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분별력을 동반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인의 직업적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그만큼 생각과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그간의 다채로운 경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팅 작업은 무엇인가?

2018년부터 장애인관련 NGO단체에서 장애인 지원 사업 프로그램을 취재하고 스토리텔링한 글을 써오고 있다. 매번 장애인들을 직접 만나러 가는데, 사실 그전까지는 직접 장애인을 마주할 일이 별로 없었다.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다. 그리고는 알겠더라. 내가 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이분들이 사회 밖으로 잘 나올 수 없었기에 볼 수가 없었던 거구나.

장애인분들을 만나 우리 사회의 이면을 많이 보게 됐고, 이분들의 모습을 통해 나 또한 많이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물론 체력적으로 조금은 힘든 작업이지만, 배움과 깨우침을 통해 즐겁고 재밌게 일하고 있다.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이 프로젝트를 맡았고, 올해도 계속 함께할 예정이다.



"모카도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 도란 작가의 반려견 '모카'도 읽고 싶어하는 책 :)
기고 등 ‘쓰는 일’은 주로 어떻게 수주하는가? 본인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경쟁력은?

처음에는 홍보를 위해서 브런치를 적극적으로 썼다. 브런치에 꾸준히 올린 글로 첫 번째 책 <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에 이어, 앞서 이야기한 두 번째 책까지 출간했으니 어느정도는 성과가 있었던 셈이다.

물론 구직 사이트에서 단기성 프로젝트도 찾아보고 에이전시를 통해 일감을 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초반 1년 정도를 보내다 보니, 이제는 나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클라이언트와 계약 연장이 계속되거나 소개를 많이 받는다. 클라이언트가 회사 내 다른 팀에 나를 소개해준 적도 있다. 에이전시를 통한 계약이 아니다 보니 수수료가 없어 페이도 점점 커졌고, 다년 간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지다 보니 프리랜서라면 익히 갖춰야 할 신뢰도도 높아졌다.

내 경쟁력이라면 마감을 빨리 쳐서 넘긴다는 점이다. 글 쓰는 속도가 빠른 편이기도 하지만, 취재가 늦게 끝나면 끝나는 대로 늦게까지 작업해서 전송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들과 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신뢰로 이어졌던 것 같다. 아무리 일적으로 만난 사이라도 인간적인 면모를 쌓고자 한 점이 좋게 비춰졌다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는 장사꾼이 아니다"

현직 프리랜서로서 본래 본인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프리랜서의 삶과 가장 큰 간극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회사 내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때 프리랜서로 일하는 디자이너분들 보면서 항상 너무 부럽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프리랜서가 되어 보니, 생각보다 프리랜서를 정규직보다 낮춰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놀랐다.

책에도 쓴 내용인데, 클라이언트와 업무 관련 미팅을 하러 갔다가 “프리랜서면 먹고 살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 내가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질문 자체가 실례인 줄 모르고 태연한 표정으로 물어보시는데, 물론 그분은 정말 몰라서 물으셨겠지만 너무 황당했다.

사실 프리랜서는 회사 없이도 충분히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고 자신만의 브랜딩이 가능한 사람들인데, 아직도 이런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클라이언트의 이런 질문에 대해 얼굴 붉힐 수 없을 때, 회사생활과 수위는 다르지만 프리랜서도 종종 혼자서 일하기 어려운 순간에 간극을 느낀다.



회사생활과 달리 동료가 없다 보니 종종 외로움도 느낄 것 같다.

물론 외로울 때가 있다. 직장 동료에 대한 그리움 자체보다는, 일을 하다가 모르거나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상의할 사람이 없을 때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럴 때면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자료 찾아보고 혼자 해결하곤 하지만, 혼자 일하는 사람들의 고립감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하게 되면서 타인하고의 지속적인 소통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네 독서모임을 만들어 3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같은 책을 읽고 오전에 모여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함께 점심을 먹는다. 업무의 경계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자체적으로 힐링타임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터무니없이 낮은 원고료, 약속보다 미뤄지는 원고료 지급 등 여러가지 이유로 상처받은 경우도 있지 않나?

다행히 아직까지 원고료를 못 받은 적은 없지만 돈과 관련된 일은 항상 속상한 것 같다. 예정된 지급일에 입금이 안되어 미지급된 원고료 때문에 연락하면, 되려 이상하게 내가 돈을 밝히는 사람이 된다. 400만원 정도의 원고료를 세 달까지 밀려본 적이 있는데, “안 떼 먹을 거니까 기다려라”는 대답을 들어 정말 속상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도 안되는 고료를 말씀하시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다. 정말 업계 고료 수준을 몰라서 그러실 수도 있으니까. 정말 기분이 나쁜 때는 흥정하는 경우다. 나는 장사꾼도 아니고, 흥정을 통한 가격으로 나를 낮출 생각이 없다. 처음부터 낮은 고료를 고집하는 분들보다 흥정하려는 분들을 볼 때 더 마음이 안 좋다.



취재를 다니면서 사진을 남기는 것은 그녀만의 힐링 방법이 되었다고 :D
취재를 다니면서 사진을 남기는 것은 그녀만의 힐링 방법이 되었다고 :D
항상 계약서를 쓰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계약서를 쓰는 것도 중요하고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이런 사례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 회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물론 그 회사와도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당시 회사 사정 때문에 고료 지급일을 정확히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딱히 방법이 없었기에 내가 양해를 했고, 계약서상 고료 지급일 기재를 제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기더라.

첫 해에 고료 지급을 밀린 적이 한 번도 없는 회사와의 2년째 계약에 문제가 생긴 적도 있다. 첫 해에 꽤 신뢰를 쌓았기에 다음 계약에서도 아무 생각없이 사인을 한 것이 큰 실수였다. 2년 차에 고료 지급이 계속 미뤄져 당시 계약서를 확인해 보니, 저작권과 관련된 내용만 있지 고료 지급일에 대한 명시는 빠져 있었다. 내가 그런 ‘휴지조각’ 같은 계약서를 썼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다행히 나중에 고료를 받기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이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가장 크고 실질적인 문제는 프리랜서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일반적인 직장인으로 인정을 못 받기 때문에, 계약상 문제가 생겨도 법적인 구제를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는 계약에 문제가 생기면 경찰서에 직접 민사 고발을 해야 된다고 들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프리랜서는 만일에 대비해 계약서를 꼭 쓰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마음의 각오를 해야 된다.



프리랜서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길-
'프리랜서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프리랜서 코리아'도 함께 합니다 :)
본인의 새해 계획 및 최종 꿈은?

다음 책 출간을 위한 새로운 기획 글을 시작했다. 새로운 기획과 더불어 올해는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물론 그간 같이 작업해온 클라이언트들과의 신뢰도 계속해서 지켜 나갈 예정이다.

언젠가 ‘마흔이 넘어서도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의문이 강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 속에 무엇인가 단단함이 자리잡은 느낌이다. 프리랜서들을 위한 사회적 장치들이 더 마련되고 프리랜서가 일하기 좀 더 편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여성 프리랜서가 끝까지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이렇듯 항상 ‘쓰는 사람’으로 오래도록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