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독일서 공부중인 교환학생의 이상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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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0-03-20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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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지역을 뒤덮으면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세계 확진자 수가 벌써 20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특히 유럽의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은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 해당 국가들은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 타국에서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바로 해외 대학 교류 프로그램을 신청한 교환학생들입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떠난 교환 학생들.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독일 괴팅겐 대학교(the University of Göttingen)에서 공부 중인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홍나현 학생과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독일 전경. 사진=홍나현 씨 제공.
Q: 독일 요즘 어떤가요?
A: 지난주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때문에 이렇게 상황이 악화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주부터 마트에서 식료품을 구하기 너무 힘들어졌어요. 빵이나 우유 같은 것들이 아예 동났습니다. 휴지 같은 생필품도 마찬가지고요.

Q: 사재기 현상이요?
A: 네. 제가 있는 마을은 시골이라서 그나마 덜한 편이에요. 그래서 요즘 매일 아침 7시에 나가서 먹거리를 사 오고 있어요. 외식은 비싸기도 하고 요즘은 가게들도 다 문 닫아서 새벽같이 움직여야 해요.

텅 빈 매대. 사진=홍나현 씨 제공
Q: 코로나19로 동양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더 심해졌다고 들었는데 마트나 식당에서 직접 겪은 일이 있으신가요?
A: 지난주까지만 해도 가게 사람들도 친절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봐도 잘 얘기해 줘서 그런 게 없나 보다 했어요. 근데 엊그제 아시안 마트에 갔는데 절 보고 “코로나”라고 말하면서 뒤로 물러서더라고요. 몹시 불쾌했습니다.


기숙사에 붙은 공지문. 사진=홍나현 씨 제공.
Q: 일정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변동된 부분이 뭐가 있나요?
A: 원래 3월에는 4주간 어학 수업을 듣는 일정이었고요. 4월 14일 개강을 앞두고 있었는데 4월 20일로 개강이 미뤄졌어요. 그런데 그마저도 또 연기될 수 있어 확실히 모르죠. 또 지금 듣고 있는 어학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었어요.

Q: 독일의 온라인 강의는 어떤가요?
A: 상당히 불안정해요. 우리나라만큼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많아요. 원래는 수강생 12명이 듣는 수업인데 서버 문제로 시간당 2명만 들어오고 있어요. 그렇게 선생님까지 세 명이서 이야기를 나눠요.

Q: 심각하군요. 프로그램의 질은 어떤가요?

A: 솔직히 어학 수업 자체의 메리트가 사라졌어요. 원래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목적인 수업이에요. 게임도 하고 야외활동도 하는데 그걸 다 못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강의 질까지 낮아졌으니... 환불조차 안 해주니 속상해요.

Q: 그럼 개강 이후 정규 수업도 온라인 강의로 진행될 수 있는 건가요?
A: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악의 경우 학기 취소도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Q: 지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학생들이 있나요?
A: 네. 지금 한국은 막 개강을 해서 지금 돌아가면 한국에서 학기를 다닐 수 있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어떤 것도 확실한 게 없으니... 학기를 통째로 날릴까 봐 두렵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다음 학기에 교환학생을 다시 보내주겠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제 주변에도 2명 정도가 한국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Q: 요즘 같은 시기에 비행기 표 구하기도 힘들 텐데요.

A: 그래서 비싼 값에 비행기 표를 구해서 돌아가더라고요. 지금 상황이 누가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비행기도 자비 부담이에요. 교환학생 오기 위해 힘든 과정을 거쳤는데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너무 슬프죠.


한산한 거리. 사진=홍나현 씨 제공.
휴점 안내문. 사진=홍나현 씨 제공.
휴점 안내문. 사진=홍나현 씨 제공.
휴점 안내문이 붙은 상점. 사진=홍나현 씨 제공.
휴점 안내문이 붙은 상점. 사진=홍나현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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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래 교환학생 기간 동안 뭘 제일 하고 싶었나요?
A: 저는 교환을 온 목적이 문화적 교류였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죠. 틀에 박힌 생각도 깨고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독일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도 무척 궁금했고요. 또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면서 즐기고 싶었는데... 지금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어 답답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A: 음... 진짜 세워뒀던 계획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계획이 다 꼬였어요.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솔직히 그게 제일 힘들어요.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원래는 학기가 끝나면 한 달 동안 여행을 할 계획이었는데. 그마저도 못할 것 같아서 불안하네요. 지금은 계획이라기보다 하루하루 열심히 버티는 중입니다!


독일에서 교환 학생 생활 중인 고려대학교 학생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과 버티는 것뿐이라는 답변이 마음에 남았는데요.

학교나 학과마다 대처 방식이 달라 교환 학생들은 기댈 곳 없이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감염병에 걸려도 도움받기 어렵고 4월이 돼서 학기가 취소되면 한국에서 복학할 수도 없습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 학생들은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생각했던 계획을 실행조차 못해 교환 학생의 이상과 현실은 따질 수도 없는 학생들. 그 어떤 곳에도 이 답답함을 호소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으로 하나씩 쌓아뒀던 계획을 이뤄나가길 바랍니다.


장민지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